“아동학대 위험성 평가 알고리즘 개발해 경찰에 제공”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14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양부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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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와 같은 피해아동이 정부가 공식 집계하는 통계보다 최대 4.3배 많을 수 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16일 경찰청이 발행하는 과학수사(KCSI) 소식지 창간호(5월호)에 김희송 국과수 법심리실장이 투고한 글을 보면, 국과수가 2015~2017년 3년 동안 발생한 아동(0~18살) 변사사건 1천여건의 부검 결과를 분석한 결과, 최대 391명에서 학대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정부가 공식 집계한 아동학대 사망자(90명)의 4.3배에 이른다. 김 실장은 “(아동 변사사건) 부검자료 전수를 바탕으로 꼼꼼하게 검토한 결과 최소 2배에서 4배까지 차이가 났다”며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정인이가 있을지 모르며, (우리가) 진실이라 믿었던 숫자는 사실상 ‘빙산의 일각’일수도 있음을 시사해준다”라고 썼다.
아동학대 피해자의 수가 차이가 나는 이유는 정부 집계 통계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 접수돼 관리된 사례만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출생신고조차 되기 전에 목숨을 잃는 신생아나 ‘일가족 동반자살’과 같은 사건도 모두 ‘학대로 인한 사망’에 속한다”며 “해외에선 몸에 뚜렷한 외상이 남는 학대뿐 아니라 ‘방임’으로 인한 죽음도 학대 피해로 보고 ‘은밀한 살인’이라 부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국과수는 이러한 은밀한 살인의 피해 아동 부검 기록 뿐만 아니라 가해자와의 관계, 가해자의 직업, 피해 아동이 처한 가정환경, 피해내용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아동학대 사망피해가 발생하는 동기를 보다 엄밀하게 분석하기 위해서였다. 2016년 한해 동안 국과수가 부검한 학대피해 추정 사망아동 148명을 분석해 논문(법의부검자료를 기반으로 한 아동학대 사망의 현황과 유형)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해당 논문을 보면 학대관련 가해자 182명 중 여성이 117명으로 남성(60명)이나 불명(5명)보다 많았다. 피해자와의 관계는 친모가 104명으로 가장 많았고, 친부가 53명, 계부모가 11명, 친인척 6명, 지인 4명 등이 뒤를 이었다. 가구 별 상황에 따른 학대위험요인을 분석한 결과 관계 문제(이혼, 별거, 부부/동거인 사이 갈등)가 85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제적 어려움 60건, 친모의 어린연령(26살 이하) 57건, 가해자의 정신건강의학과적 문제(조현병 등) 36건 등이 확인됐다.
국과수는 이러한 분석 내용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아동학대 위험성 평가 알고리즘’(아동학대 알고리즘)을 개발해 경찰에 제공할 계획이다. 현장에서 아동 피해 사망사건을 조사하는 경찰관이 학대 피해 가능성을 보다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실장은 “아동학대 알고리즘은 아동 부검자료 1천여건과 1백여가지 변수를 분석해 아동학대와 관련성이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정확도 95%의 알고리즘을 만들었다”며 “숨진 아동의 자료와 주변인 자료, 환경 자료 등을 입력하면 학대 가능성이 얼마인지, 가해자는 누구일 가능성이 큰지 감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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