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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HI★리뷰] '혼자 사는 사람들'이 외로운 이들을 위로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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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이 오는 19일 개봉한다. '혼자 사는 사람들'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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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은 우울 그 자체다. 그러나 놀랍게도 밀려오는 우울감이 싫지만은 않다. 주인공의 변화는 외로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너도 이겨낼 수 있을 거야'라는 위로를 전한다.

극은 주인공 진아(공승연)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진아는 혼자 있는 게 편한 20대 후반의 콜센터 상담원이다. 혼자 사는 그는 회사에서도 동료들과 어울리지 않으며 식사는 항상 '혼밥'으로 해결한다. 신입사원 수진(정다은)의 1:1 교육을 맡게 된 후에는 강한 불만을 드러낸다.

스스로가 고립을 원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진아의 변화는 자신의 외로움을 인정하는 일에서부터 출발한다. 혼밥을 하면서도 이어폰을 꽂은 채 영상을 보고, TV를 켜 놓은 채 끊임없이 누군가의 목소리를 찾던 진아는 "사실 난 혼자 아무것도 못해요"라는 고백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돌아본다.

진아의 치유 여정에는 수많은 인물들의 도움이 있다. 그의 치유를 직접적으로 도와주는 이는 없지만, 말과 행동을 통해 깨달음을 준다. 영원히 타인과의 관계를 단절한 채 살아갈 듯했던 진아의 달라진 모습은 스스로를 외로움 속에 가둔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대부분의 작품 속 주인공들의 치유기는 '영화니까 가능한 일'로 여겨진다. 온갖 행운을 누리는 이들은 군더더기 없는 해피엔딩을 맞는다. 그러나 '혼자 사는 사람들' 속 진아는 다르다. 지독할 만큼 현실적인 이야기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까지 준다. 이는 진아가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며, 누구나 그처럼 치유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에 힘을 실어준다.

현실성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는 진아의 인간관계다. 실타래처럼 엉킨 관계는 쉽게 풀어지지 않는다. 상처를 준 사람은 변함없이 뻔뻔하다. 진심을 담은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떠나겠다는 결심을 바꾸지 않는 이도 있다. 진아는 현실 속 인간관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찝찝함이 남아있기에 더 현실적이고 매력적이다.

배우들의 연기도 현실성을 더한다. 공승연이 연기한 진아는 말도 없고 표정도 없는 캐릭터다. 그렇기에 눈빛 연기가 중요하다. 공승연은 건조함이 서려 있는 눈빛을 완벽하게 선보였다. 때로는 분노를, 때로는 공허함을 표현했다.

사회 초년생 수진을 연기한 정다은은 인물의 심리 변화를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마냥 밝던 수진이 인생의 쓴맛을 맛본 후 괴로워하는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 외에도 서현우 김모범 김해나 등이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현실적인 설정과 뛰어난 연기력이 더해진 진아의 치유기는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 많은 이들이 진아처럼 외로움과 맞설 용기를 얻길 바란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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