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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비트코인 맡기면 이자? 전형적인 사기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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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원으로 154일 만에 1억”

유튜브 영상 믿었다 낭패 보기도

유사수신 피해 2년새 거의 4배

주로 소규모 거래소 이용 유도

중앙일보

10일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시세가 표시되어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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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 A씨는 이달 초 유튜브에서 “150일 만에 1억 버는 법”이란 제목의 영상을 접했다. 영상에는 벤츠를 몰고 나타난 젊은 여성이 잔액 25억원의 통장을 인증하는 내용도 있었다. 이 여성 유튜버는 “1000만원을 넣고 890%의 복리 효과로 154일 만에 1억원을 만들 수 있다”며 한 암호화폐 거래소를 소개했다.

이 영상을 본 A씨는 지난 5일 해당 암호화폐 거래소로 500만원을 보냈다. 처음에는 ‘이자’ 명목의 돈이 붙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얼마 뒤 원금 손실이 생기기 시작했다. 불안한 마음에 투자금 전액의 출금을 신청했다. 하지만 “업무량 증가로 출금이 지연되고 있다”는 통보만 받았다.

A씨는 10일 “꼭두새벽부터 10시간째 돈이 들어왔는지 은행 계좌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10일) 오후 3시 이후 아예 (연락이) 먹통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돈을 돌려받을 길이 없어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오전까지 해당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이자를 준다고 홍보하는 유튜버들과 아무 관계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의 인가를 받은 금융회사가 아닌 곳에서 이자 지급을 약속하는 ‘유사수신’은 암호화폐 관련 범죄 유형 중 가장 발생 빈도가 높다. 암호화폐 관련 유사수신·다단계 범죄의 검거 건수는 2018년 61건에서 지난해 218건으로 늘었다. 박완수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다. 지난해 범죄 유형별로는 유사수신(65%)이 가장 많았고 구매대행 사기(25%)와 거래소 불법 행위(9%)의 순이었다. 박 의원은 “비트코인을 사면 이자를 준다며 투자자들을 현혹하거나 계좌주 명의를 바꿔가며 여러 개의 계좌번호로 입금을 유도하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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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1000만원어치를 사면 154일 만에 1억으로 불린다며 군소 거래소를 홍보하는 모습. [사진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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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튜브에는 “(비트코인을 사면) 8시간마다 적금처럼 투자금의 0.5%를 이자로 준다”고 주장하는 영상이 투자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일부 영상의 조회 수는 155만 회에 육박한다.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소규모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1000만원 어치를 사면 150일 뒤 원금이 1억원으로 불어난다는 주장을 담은 것도 있다.

일부 유튜브 운영자들이 언급한 비트코인 이자는 금융상품의 이자와 전혀 상관이 없다. 비트코인 시세가 오를지, 내릴지 예측한 뒤 만일 예측이 맞으면 돈을 버는 방식의 거래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만일 투자자의 예측이 틀리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일종의 선물 거래다. 정부가 인정한 거래소가 아닌 곳에서 사적으로 거래하는 건 대금 결제의 안정성을 보장하지 못한다. 현재 미국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선 비트코인 선물·옵션 상품을 거래하고 있지만 한국거래소에는 이런 상품이 없다.

그런데도 일부 유튜브 운영자들은 이런 돈을 이자라고 부르며 안전한 투자처인 것처럼 시청자들을 유혹한다. 그러면서 소규모 암호화폐 거래소를 이용하라고 유도한다. 만일 투자자의 예측이 맞아떨어져도 암호화폐 거래소가 돈을 돌려주지 않은 채 폐업할 가능성이 있다. 은행권과 연계해 실명 계좌를 사용하는 암호화폐 거래소 네 곳(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은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하지 않는다. 정부는 오는 9월 말까지 신고하지 않는 암호화폐 거래소는 모든 금융거래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폐쇄할 예정이다. 은행권에서 실명 계좌를 받지 못한 암호화폐 거래소는 폐쇄 대상이다.

김한규 변호사는 “초반에는 ‘이자’ 명목의 수익을 지급하면서 투자자를 끌어모으다 돌연 폐업하는 게 유사수신 업체의 전형적인 수법”이라며 “이자를 받았다는 다른 투자자의 말만 믿고 정상적인 거래소라고 판단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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