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샤를 미셸 정상회의 상임의장(오른쪽부터), 우르즐라 폰데어리이엔 집행위원장, 포르투갈의 안토니우 코스타 총리가 8일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열린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단체사진을 찍은 뒤 함께 걸어가고 있다. 포르투/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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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지난 5일(현지시각) 코로나19 백신 지식재산권의 일시적 효력 정지를 지지한 데 대해 유럽연합(EU) 국가들이 부정적 반응을 보이면서 백신 수출 규제부터 풀라고 요구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지난해 10월부터 협의해온 ‘지재권 면제’ 문제에 대해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미국 정부가 전격적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듯했으나 시작부터 난관에 부닥친 것이다.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7일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열린 비공식 정상회의에서 “미국 정부의 구체적 제안이 테이블에 올라오는 즉시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지재권 보호 면제가 단기적으로 ‘특효약’이라는 생각에 의문을 품고 있으며, 모두가 백신 수출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지재권 보호는 혁신의 원천으로 미래에도 유지돼야 한다”며 “현재 백신 생산을 제약하는 요소는 생산력과 높은 품질 기준이지 특허가 아니다”라고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 독일은 전령리보핵산(mRNA) 기반 코로나 백신 기술 보유국이다. 독일 생명공학기업 바이오엔테크가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와 코로나 백신을 공동으로 개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특허가 우선순위가 아니다”라며 “미국에 백신뿐 아니라 백신 원료 수출 금지도 중단할 것을 분명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독일과 프랑스 외에도 유럽연합 회원국 다수가 백신 지재권 면제에 회의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식재산권이 보호돼야 한다는 유럽연합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인류가 코로나라는 대재앙을 겪고 있는 미증유의 상황이다. 백신 생산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국가 간 백신 접종 격차를 줄이지 않으면 코로나를 극복할 수 없다. ‘백신 부국’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 코로나는 국경이 없다. ‘백신 빈국’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창궐해 ‘백신 부국’으로 침투하면 접종의 효과가 반감된다. 자국만의 접종으로는 코로나 대유행의 종식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지재권 보호 문제도 논의하면 되지 지재권 면제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아니다. 국제기구에서 특허권 공개 범위, 책임 소재, 이익 배분 등 협의를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미국도 백신 수출 규제를 풀라는 유럽연합의 요구에 답할 필요가 있다. 유럽연합은 “미국이 지금까지 생산한 코로나 백신을 거의 하나도 수출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미국의 백신 수출이 유럽 국가들의 지재권 면제 동참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8일 ‘백스 라이브 : 세계를 재결합하는 콘서트’에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백신의 보편적 접근권과 지재권의 한시적 유예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개인주의 바이러스가 우리를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하게 만들고 있다”며 시장의 법칙과 지재권 법칙보다 사랑의 법칙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대국들의 이해 다툼이 코로나 극복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머리를 맞대고 백신 증산과 공평한 배분을 위한 최적의 방안을 찾아내기 바란다. ‘연대와 협력’의 정신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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