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새 두배 이상 증가한 슈퍼리치…코로나 이후 공격적 투자 확대 주목
은행들, 초고액자산가 대상 점포 늘려…PB·WM·투자금융 등 복합서비스
30억 이상 초고액자산는 부동산, 30억 이하는 금융상품에 관심 높아
9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다음달 7일 서울 용산구에 '클럽원(Club1) 한남 PB(프라이빗뱅커)센터'를 신설할 예정이다.
한남 PB센터는 클럽원의 두 번째 점포다. 클럽원은 하나은행이 2017년 8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초고액 자산가 전담 점포다. 기존의 프리미엄 PB 지점인 '골드클럽(Gold Club)' 중에서도 최상위 등급인 예탁자산규모 30억원 이상의 고객을 대상으로 종합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상속·증여나 세무, 부동산 등 고액 자산가들의 수요가 높은 분야에 대한 자문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하나은행이 약 4년 만에 클럽원 지점을 신설한 것은 삼성동 지점의 성과가 성공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동 클럽원 PB센터의 경우 하나은행의 PB센터와 하나금융투자의 WM센터가 결합한 복합점포로 운영되고 있는데, 자산 규모가 8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봉이 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명 프로게이머 '페이커'가 클럽원의 대표적인 고객이다.
한남 PB센터를 시작으로 하나은행은 클럽원 지점을 확대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서초동과 압구정동 등 강남 지역에서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점포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슈퍼 리치 브랜드 앞세우고··· 기존 PB 기준 낮춰 시장 확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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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은행들도 슈퍼 리치를 유치하는 데 분주하다. 초고액 자산가만 이용할 수 있는 별도 브랜드를 운영하는 한편, 기존 PB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자산 기준은 낮춰 WM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추세다.
우리은행은 초고액 자산가 전용 브랜드 'TCE(Two Chairs Exclusive)'를 새로 선보였다. 지난해 10월 서울 역삼동에 설립된 TCE 강남센터가 첫 점포다. 기존 면적 344㎡였던 PB센터를 3개월에 걸쳐 450㎡ 규모로 확장했다. TCE는 기존 브랜드인 'TCP(Two Chairs Premium)' 중에서도 최상위 점포라는 의미로, 금융자산 30억원 이상을 갖고 있는 고객만 이용 가능하다.
우리은행은 PB 업무와 기업·투자금융(CB·IB) 업무를 결합한 PCIB 모델을 통해 개인고객의 자산관리뿐 아니라 법인고객의 자산관리와 자금조달까지 종합 금융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2호점인 TCE강북센터 또한 올해 안에 문을 열 예정으로 알려졌다.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 배치해 강북 지역 영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리딩뱅크' 경쟁을 펼치고 있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WM 사업에서도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금융자산 30억원 이상인 개인고객을 상대하는 '스타PB센터' 4곳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의 7개 자산관리 자문센터와 내부 전문가 WM 스타자문단 등을 통해 금융상품과 부동산 투자와 관련된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17개가 운영되고 있는 일반 PB센터의 이용 기준은 과거 5억원에서 3억원 이하로 하향해 준자산가 고객를 늘리는 데 중점을 뒀다.
신한은행도 일찌감치 은행·증권의 복합점포인 '신한PWM'을 선보였다. 2011년 처음 선보인 신한PWM은 이후 자산 규모별로 고객층을 세분화해 맞춤형 자문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초부유층 기업가 고객을 대상으로 PB와 IB가 결합된 특화서비스를 제공하는 PIB센터, 5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초고액자산가 고객을 1대1로 밀착 관리하는 프리빌리지센터, 고액자산가 고객군을 관리하는 PWM센터와 1억원 이하의 준자산가 고객군을 관리하는 PWM라운지 등 네 가지다. 현재 PIB센터 1개, 프리빌리지센터 2개를 포함하여 총 26개의 PWM센터와 29개의 PWM라운지가 운영되고 있다.
외국계인 SC제일은행은 올해 WM 대상을 중산층까지 대폭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해 안에 증권 비즈니스와 결합한 복합점포도 개설한다는 방침이다.국내 '부자', 10년간 2배 넘게 늘어나··· 상가 및 글로벌 펀드 관심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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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이 PB를 내세워 WM 사업에 사활을 거는 것은 최근 고액의 금융자산을 갖춘 이들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KB금융그룹이 지난해 발간한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금융자산을 10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는 부자 수는 2.2배, 총 금융자산 규모는 1.9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을 기준으로 국내에서 1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갖고 있는 부자는 총 35만4000명으로 전년 대비 3만명 이상 늘어났다.
특히 이들 대부분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자의 70.4%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됐다. 서울 부자는 2018년 14만5400명에서 2019년 16만2400명으로 1만7000명 증가했다, 경기 부자는 7000명, 인천 부자는 700명이 늘었다. 서울에서 증가한 1만7000명의 부자 중 8000명이 강남 3구에서 증가했다. 서울에서는 강남구, 서초구, 종로구, 성북구, 용산구, 영등포구의 6개 구가 다른 자치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의 집중도가 높게 나타났다. 은행권이 강남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PB센터를 늘리는 것 또한 이러한 이유다.
이들 부자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것도 은행권이 주목하는 까닭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부자들 중 64%가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 중 53%는 코로나19 이후 주식 투자 비중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금융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0%로, 전년(16%) 대비 4% 포인트 늘어났다.
이에 대해 은행권 관계자는 "초고액 자산가의 유치는 예대마진이라는 전통적 수익원을 보강할 비이자이익 증대의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올해 1분기 은행권이 전반적으로 이자이익이 크게 늘었지만, 이는 부동산 시장의 과열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에 가깝다는 것이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WM 사업을 통해 비이자수익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게 은행권의 공통된 견해다.
이들 30억원 이상의 초고액 자산가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포트폴리오는 여전히 상업용 부동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시중은행 PB는 "초고액 자산가들의 경우 대부분 '똘똘한 아파트 한 채'를 기본으로 상가에 투자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30억원 이하 자산가들의 경우 금융상품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게 PB들의 설명이다. 다른 은행의 PB는 "은행 PB를 찾는 분들은 크게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하는 고객들과 펀드까지 투자하는 분들로 나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에 대한 관심이 1순위였지만,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발언 이후 기준금리가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주식 투자에 대한 부담감이 커진 상황"이라며 "최근에는 블랙록의 자산운용펀드 등 투자처가 사전에 정해지지 않은 방식으로 운용되는 펀드에 대한 문의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백준무 기자 jm100@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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