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02 (토)

코로나로 ‘집콕’ 홀몸 어르신들께 ‘초록색 친구’들이 찾아갔어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고흥주민들 홀몸 어르신 10명에게

어버이날 앞두고 ‘반려식물’ 선물

“집안 화사하게 꽃피어 마음 편해”


한겨레

고흥읍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들이 최근 홀몸노인을 찾아가 어버이날 선물로 반려식물을 전달하고 있다. 고흥읍사무소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코로나 땜시 경로당도 문을 잠가부렀어. 오도 가도 못하고 꽃만 들여다보고 있제.”

전남 고흥에 사는 김옥자(85) 할머니는 지난 6일 마당 한가운데 놓인 반려식물 화분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기분이 저절로 좋아진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관절염 때문에 온몸이 쑤셔 진통제 없이는 못버틴다. 낙이라고는 없었는데 집안에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또 “멀리 못 가니 친구 삼으라고 화분을 갖다 주어 고맙다”며 “연홍색으로 꽃이 피었는데 사실 나는 노란꽃을 더 좋아한다”고 웃었다.

고흥읍 주민들이 최근 거동이 불편한 홀몸노인 10명에게 반려식물을 선물한 뒤 예상 밖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장기화로 답답했던 어르신들이 ‘사실 꽃보기는 시골이 더 어렵다”며 반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분을 받은 집 이웃들은 “우리는 왜 안 주냐”고 항변하고, 일부 경로당에서는 “여럿이 같이 보면 좋겠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한겨레

고흥읍 주민들한테 반려식물을 선물 받은 한 어르신이 화분에 심은 꽃들에 물을 주고 있다. 고흥읍사무소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고흥읍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어버이날을 앞두고 홀몸노인 10가구에 가로 100㎝, 세로 30㎝, 높이 60㎝ 크기 돼지 모양 화분을 선물했다. 화분에는 오래 피고 색깔이 다양한 피튜니아를 심었다. 고흥읍민이 십시일반 내놓은 좀도리(밥을 지을 때마다 쌀을 한 움큼씩 덜어 모아놓는 항아리를 뜻하는 남도 사투리) 모금으로 비용을 충당했다.

협의체 위원 김순희(65·요양보호사)씨는 “어르신들이 돼지가 웃고 있는 형상인 화분을 너무 좋아하셨다. 화분에 물을 주고 꽃을 피우며 식물과 교감하고 치유의 효과도 누리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중석(59) 고흥 주민자치위원회 회장은 “반려식물은 반려동물보다 보살피는데 손이 덜 간다. 고흥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상황인데 어르신들이 꽃들을 ‘마음의 백신’이나 ‘초록의 친구’로 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협의체는 이번에 반려식물을 선물한 가구를 한 달에 한차례 정도 방문해 안부를 묻고 수도·전기·가스 등 이상이 없는지도 확인할 예정이다. 고흥읍 사회복지팀 신성수씨는 “주민들이 홀몸노인의 우울증이나 고독사가 다른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자발적으로 나섰다. 일부는 화분 자재를 대고, 일부는 상토와 식재를 했기 때문에 큰돈이 들지 않았다. 반려식물이 잘 크는지 찾아가 말벗도 되어 드리고 건강상태도 확인하려 한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하세요!
▶esc 기사 보기▶코로나19 기사 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