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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AZ 백신 '연령 제한' 기준 바꾼 영국ㆍ독일, 한국은 '30세 미만' 유지 가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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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화이자 백신에 이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수급 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오후 서울의 한 자치구 보건소에서 보건소 관계자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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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영국이 아스트라제네카(AZ)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사용연령 제한 기준을 바꾸면서 한국의 기준도 바뀔지 주목된다. 한국 방역 당국은 해당국가의 판단 근거를 살펴보고 있지만 아직은 ‘30세 미만 접종 제한’ 원칙을 이어가겠단 입장을 보였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 상황이 지난달과 달라지지 않았다. 아직 전문가 자문이나 전문위원회 일정이 확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런 사이 전문가들의 입장은 갈라졌다. 최근 화이자 백신 2000만명분을 추가 계약하는 등 백신 물량에 여유가 생긴 만큼 접종제한 연령 기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과 아직 국내에서 접종 후 희귀 혈전 사례가 발생하지 않은 만큼 연령 기준 변경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다.



독일, 60세→18세로 기준 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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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한 어르신들이 백신(화이자) 접종에 앞서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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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 백신에 대한 연령 제한 기준을 먼저 바꾼 건 독일이다. 앞서 독일 정부는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희귀혈전증 사례가 계속 발생하자 60세 미만에 대해 이 백신의 접종을 금지해왔다. 그러다 지난 6일(현지시각) 옌스 슈판 독일 보건장관이 18세 이상 모든 성인이 AZ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밝혔다. 16개 주 보건장관과 회의를 거친 직후다. 1차와 2차의 백신 접종 간격도 지금의 12주보다 줄일 수 있다고 시사했다.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득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또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슈판 장관은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좀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8일(현지시각) 기준 독일에서 1회 이상 백신을 맞은 접종자 비율은 32.3%이고, 2차까지 완전히 접종이 끝난 비율은 9.1%다. 1회차 접종 비율이 52.7%인 영국, 45.6%인 미국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AZ 종주국 영국선 연령 제한 30→40세로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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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한 어르신들이 백신(화이자) 접종 이상 반응 관찰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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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AZ 백신 종주국인 영국에선 오히려 연령 제한 기준선을 높이기로 결정했다. 지난 7일 영국 백신접종면역공동위원회(JCVI)는 기존에 30세 미만까지만 AZ 백신 접종을 제한했던 권고 기준을 40세 미만까지로 확대했다. 40세 미만은 AZ 백신이 아닌 다른 백신 접종을 받아야 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웨이 셴 림 JCVI 의장은 “영국 내 코로나19 감염 수준이 통제되고 있고, 화이자나 모더나 등에서 만든 다른 백신이 대체될 수 있는 점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영국의 이런 결정은 AZ 백신을 맞은 젊은 층에서 희귀혈전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JCVI는 “혈전 발생이 백신 접종 인원과 비교하면 매우 적지만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며 “이번 조치가 백신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6일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28일까지 영국에서 이뤄진 AZ 백신 접종 2850만 회 가운데 혈소판 저하증을 동반한 희귀 혈전 발생은 242건 보고됐다. 이 중 49명은 사망했다. MHRA 측은 “노인 그룹에 비해 젊은 성인 연령 그룹에서 더 높은 발생률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연령 높여야” VS “서두를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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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접종 대상자들이 백신(화이자) 접종을 받기 위해 접종실로 향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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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AZ 접종 연령 기준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뉘고 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30~40대는 혈전 발생으로 잘못될 확률이 코로나19에 걸려서 잘못될 확률보다 높다”며 “지난번 정부가 백신 접종 후 위험ㆍ이득을 비교·분석한 결과를 다시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화이자 백신을 추가로 확보해 대체 백신이 있는 만큼 연령을 높이는 게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정부가 ‘2분기 내 1300만명 접종 완료’라는 목표를 위해 현재 접종 대상을 지나치게 확대했다. 사회필수인력이 포함되면서 젊은 층의 AZ 접종도 이어지고 있다”며 “접종률을 높이지 않아도 되니 원래 원칙이었던 고령층, 중증 환자 중심으로 1ㆍ2차 접종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당장 서둘러 연령 제한 기준을 바꿀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300만회 넘게 접종을 했지만 희귀 혈전 발생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6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백신 접종 후 사망 및 중증 이상반응 신고 사례 124건 중 심의 보류된 4건을 제외하면 백신과의 인과성이 인정된 건 중증 이상반응 2건이다. 뇌정맥동혈전증 1건과 경련으로 인한 혈압저하 1건이다. 다만 두 사례 역시 WHO가 규정한 희귀혈전증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정 교수는 “(희귀 혈전 등 백신 부작용은) 인종적 차이가 어느 정도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30세 미만에 접종을 제한하는 것도 예방적 차원에서 조치했던 것인 만큼 다급하게 결정하기보다는 자료를 더 확보하면서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 “상황 달라진 것 없어…30세 유지 가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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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현황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질병관리청 (사망 사례 등은 접종과 인과관계 확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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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정부는 현재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30세 미만’ 접종 제한 원칙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추진단 관계자는 “지난달 12일 AZ 백신 접종 대상을 30세 이상으로 결정했는데 아직 우리나라 상황이 그때와 달라진 것이 없다”며 “희귀혈전증 보고 사례가 없고 확진자 발생 규모도 여전히 500~6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국이나 독일 등 국가별 정책 변화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있고 데이터가 축적되면 전문가 자문이나 전문위원회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아직 관련 회의 일정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도 정례 브리핑에서 “일각에서 부작용으로 걱정하는 희귀혈전증의 경우 100명당 0.001명에서 나타난다. 코로나19 치명률이 100명당 5명인 것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국내에서 발생한 사례는 아직 없고, 조기 발견 시 대부분 치료가 가능하다.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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