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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최악 상황 뒤 경고하면 무슨 소용" 폭우 덮친 스페인 주민들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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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일(현지시간) 스페인 발렌시아 홍수 피해 지역인 파이포르타에서 사람들이 피해 상황을 살피기 위해 차량 위로 올라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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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남동부에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쏟아진 기록적 기습 폭우로 숨진 피해자가 205명까지 늘어났다. 이런 와중에 지역 주민들은 당국의 미흡한 초동 대처가 인명 피해를 키웠다고 비판했다.

1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 등에 따르면 재난이 발생한 당일 오전 9시41분 스페인 기상청은 발렌시아 지방의 폭우 경보를 가장 높은 적색 단계로 상향했다. 적색경보가 내려지면 일상적인 활동이 크게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가급적 이동 자제가 권고된다.

기상청 대변인은 이후 정오에 영상 메시지를 통해 다시 적색경보 상황을 알리며 주민들에게 집이나 직장 등 건물 내에 머물 것을 촉구했다.

오후 1시14분께 발렌시아 카를로스 마손 주지사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폭우 세기가 오후 6시께엔 다소 약해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오후 4시30분부터 사태가 심각해지자 지방 정부는 오후 5시에야 재난 안전 대책 회의를 소집했다. 이때까지도 지역 주민들에게 긴급 재난 안내 문자는 발송되지 않았다.

이후 8시30분까지 엄청난 양의 물 폭탄이 쏟아져 인근 강과 하천이 급속도로 범람하면서 퇴근길 정체된 도로의 차 안에 있던 시민들이 꼼짝없이 희생됐다. 사망자의 상당수가 차 안에서 발견된 이유다.

지역 주민들에게 전체 긴급 재난 안내 문자가 발송된 시각은 오후 8시12분이다. 이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된 상황이었다.

기상청의 적색경보 발령 시점부터 당국이 긴급 재난 경보를 띄우기까지 10시간 넘게 걸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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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스페인 동부 발렌시아 지역의 파이포르타 마을에 홍수로 인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 후 잔해가 도로를 따라 쌓여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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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상황 뒤 경고 보내면 무슨 소용” 주민들 분통



발렌시아 시의원 출신인 산드라 고메즈 유럽의회 의원은 엑스에 남편 역시 물에 잠긴 고속도로에서 구사일생으로 빠져나왔다면서 “폭우가 한창일 때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받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60명 넘게 사망자가 나온 파이포르타시의 주민 카르도나 테루엘은 “예방은 일이 벌어지기 전에 해야 하는데 사람들에게 차를 타지 말라는 등 그 어떤 말도 없었다”며 “최악의 상황이 닥친 뒤에야 경고를 보내면 무슨 소용이냐”고 지적했다.



‘인재’ 비판에 당국 “기상학자냐”



마드리드 중앙 정부도 위험 상황을 분석하고 비상사태 수준을 결정할 책임은 지방 당국에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손 주지사는 “중앙 정부에서 표준화하고 조정한 프로토콜을 따랐다”며 자신과 관리들이 기상학자가 아니라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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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스페인 발렌시아 인근 파이포르타에서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홍수 피해를 입은 지역을 청소하는 동안 한 여성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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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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