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 기흥구 벤츠 트레이닝 아카데미에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가 세워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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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차엔 보통 2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압축 도어’가 만들어내는 차량 문을 살짝 밀어도 모터 힘에 의해 자동으로 닫히는 기능과 주행 충격을 흡수하는 현가장치(서스펜션)에서 비롯되는 물 위를 떠가는 듯한 승차감이 그것이다.
지난 6일 만난 벤츠의 최고급 신차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는 이런 고급차의 속성을 강화했다. 이날 오전 경기 용인시 기흥구 벤츠 트레이닝 아카데미에서 충남 아산시 장존동까지 70여km를 시승했다. 직접 몰아본 차량은 1억6060만원짜리 ‘더 뉴 S400d 4MATIC’이다.
우선 플러스 도어 핸들 기능이 눈에 띈다. 테슬라처럼 운전자가 차에 다가가면 문 손잡이가 자동으로 올라온다. 차에 올라타서 문을 살살 당기자 걸쇠가 자동으로 찰칵하고 잠긴다. 밖에서 들리는 디젤 엔진 소리는 실내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출발 직후 도로 곳곳에서 과속 방지턱을 만났다. 보행자 없는 도로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방지턱을 넘었다. 도로의 파인 곳을 일부러 지나기도 했다.
차는 최대 10cm 높이 방지턱을 지날 때도 출렁임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차량이 받은 충격을 에어매틱 서스펜션이 대부분 흡수해 운전자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이전 모델에도 있던 S클래스의 승차감 개선 기능이 한층 강화된 느낌이다.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S400d 4MATIC’ 앞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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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S400d 4MATIC’ 뒷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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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에 진입해 본격적으로 달렸다. 시승 차는 네 바퀴에 모두 엔진 동력을 전달하는 사륜구동 차량이다. 직렬 6기통의 배기량 2925cc인 디젤 엔진은 최고 출력 330마력(3600∼4200rpm), 최대 토크 71.4kg·m(1200∼3200rpm)를 발휘한다.
길이 5m가 넘는 대형 차량이지만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손에 잘 감기는 묵직한 운전대(스티어링 휠)도 안정감을 준다. 외부 소음이 유입되지 않아 시속 100km를 넘어도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외려 불만은 다른 데 있었다. 저속에서 가속 페달을 꾹 눌러 밟으며 차를 몰아붙여 봤다. 일반 모드(컴포트 모드)에서 시승 차는 바로 달려나가지 않았다. 계기반의 분당 엔진 회전수(rpm)가 1600회에서 3000회까지 올라가고 나서야 가속이 시작됐다.
이는 터보차저(과급기)를 단 엔진의 터보 래그(turbo-lag) 현상 때문으로 보인다. 차에서 나오는 배기가스의 힘으로 휠을 돌려 엔진룸에 공기를 집어넣는, 인위적으로 차량 출력(힘)을 끌어 올리는 방식의 단점이다.
첨단 기능도 다소 아쉬웠다. 신형 S클래스 모든 모델에는 카메라 7대와 각종 센서를 이용해 도로 위 차량과 보행자 등을 인식하는 주행 보조 시스템인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가 적용됐다. 특히 ‘액티브 차선 이탈 방지 어시스트’ 기능을 도입해 차가 차선을 벗어나면 자동으로 운전대를 돌려 차선을 유지하도록 했다.
문제는 정확성이다. 도로 상황을 실시간 3D 그래픽으로 보여주는 운전석 계기반엔 실제 환경과 다른 그림이 표시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예를 들어 앞에서 달리는 승용차가 화면엔 트럭으로 나오거나 옆 차선 트럭이 승용차로 표시됐다. 또 차선이 일반 흰색이 아닌 노란색일 경우 선을 밟거나 이를 넘어서도 차선 이탈 방지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때가 있었다.
아산에서 용인으로 돌아올 땐 S클래스의 최고가 모델인 ‘더 뉴 S580 4MATIC’ 뒷자리에 올랐다. 찻값은 2억1860만원이다.
V형 8기통에 배기량 3982cc인 엔진은 최고 출력 503마력(5500rpm), 최대 토크 71.4kg·m(2000∼4500rpm)를 낸다. 직접 운전하진 않았지만 이 차량에선 디젤 모델 같은 터보 래그가 느껴지지 않았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S400d 모델의 주요 구매층을 차주가 직접 운전하는 ‘오너 드리븐’, S580은 기사를 두고 뒷좌석을 이용하는 ‘쇼퍼 드리븐’ 층에 맞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운전자의 주행 만족도는 S400d보다 S580이 높을 가능성이 크다.
선택 사양(옵션)으로 들어간 ’리어-액슬 스티어링’은 신형 S클래스 구매자라면 기능 추가를 적극 고려할 만하다. 이 기능은 차량의 뒤바퀴가 앞바퀴와 반대 방향으로 최대 10도(시속 60km 이하 시)까지 꺾이는 것이 핵심이다. 길이 5m가 넘는 대형차의 회전 반경을 줄여 좁은 골목길은 물론 일반 도로의 코너를 돌아나갈 때도 유리하다. 실제 편도 2차선 도로에서 유턴해보니 일반 중형차보다도 회전 반경이 좁다고 체감됐다.
벤츠 코리아는 S580의 경우 이전 모델보다 차량 앞·뒤바퀴 사이 축간거리(휠 베이스)가 51mm 늘어나 실내 공간도 그만큼 넉넉해졌다고 했다. 하지만 키 180cm가 안 되는 기자가 뒷좌석에서 조수석을 최대한 앞으로 밀고 누워보니 조수석 시트 뒤에 발이 닿아 다리를 쭉 펴기 어려웠다. 키가 큰 소비자라면 불만을 가질 수 있겠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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