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아이 맡겨놓지만 말고 지원해야”
이른바 ‘양천 아동학대 사건’ 양부모에 대한 두 번째 재판이 열린 지난 2월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양부모에 대한 사형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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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된 16개월 영아를 잔혹하게 학대해 숨지게 한 이른바 ‘양천 아동학대 사건’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2살짜리 입양아동이 학대로 의심되는 상처를 입고 의식불명에 빠졌다.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중상해 혐의로 30대 남성 ㄱ씨를 9일 0시9분께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ㄱ씨는 8일 오후 6시께 거주지인 경기도 화성시 한 병원으로 의식불명 상태인 ㄴ(2)양을 데리고 왔는데, 병원 쪽은 ㄴ양을 인천의 대형 병원으로 이송하는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뇌출혈 증세와 더불어 신체 곳곳에서 멍 자국을 발견해 경찰에 학대의심 신고를 했다.
ㄴ양은 뇌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지만,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입양 이후부터 현재까지 ㄴ양과 관련한 학대 신고는 접수되지 않았지만, 학대 행위가 있었을 가능성이 커 양육 과정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ㄱ씨는 경찰에서 “8일 오전에 자꾸 칭얼거려서 손으로 몇 대 때렸고 이후 아이가 잠이 들었는데 몇 시간이 지나 깨워도 안 일어나길래 병원에 데려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 ㄱ씨 부부는 지난해 8월 한 입양기관을 통해 ㄴ양을 입양한 것으로 확인됐다. ㄱ씨 부부는 ㄴ양 이외에 다른 친자녀를 키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해 10월 ‘서울 양천 아동학대 사건’ 피해 아동도 입양된 지 8개월이 지난 생후 16개월 무렵 양부모의 가혹한 학대로 췌장 절단과 갈비뼈 골절 등 치명적 상처를 입고 숨져 국민적인 공분을 일으킨 바 있다. 2014년 10월 울산에서도 양어머니가 생후 25개월 된 입양아를 학대해 뇌출혈로 숨지게 한 일이 있었다.
잇따른 입양아동 학대 사건을 두고 전문가들은 “입양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입양 이후 양육 과정에서의 정부 차원의 지원과 서비스가 밑받침돼야 이런 비극을 막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황옥경 서울신학대 아동보육학과 교수(전 한국아동권리학회장)는 “입양 이후 부모들이 양육에서 어떤 어려움과 문제를 안고 있는지 면밀하게 파악하는 서비스가 절실하다”며 “양육의 불안정성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공적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아동학대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입양 이후 벌어지는 양육 갈등을 풀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부모들에게 교육하고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숙경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도 “이런 사건이 있을 때마다 양부모를 악마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선의의 입양가정이 피해를 보는 일이 많다”며 “현재 제도는 까다롭게 입양 심사만 한 뒤, 아이를 양부모에게 떠맡겨놓기만 한다. 학대를 방지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교육, 입양가정에 대한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입양특례법은 가정법원이 아이를 입양하려는 양부모의 보유 재산 수준, 아동학대·가정폭력·성폭력 등 범죄경력 유무 등을 검토해 입양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예비 양부모 심리검사와 가정조사 등은 민간기관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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