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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금융소비자법 한달…대출 취소 2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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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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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을 받고 14일 이내에 철회할 수 있다는데 지난주 은행에서 받은 신용대출을 취소할 수 있나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된 이후 시중은행에는 이 같은 문의가 부쩍 늘고 있다. 금소법에 신설된 청약철회권으로 소비자가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 중도상환수수료 없이 대출 철회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청약 철회가 가능한 기간에 값싼 이자로 돈을 빌리고 이후 반환하는 모럴 해저드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금융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9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에 따르면 금소법 시행 이후 한 달간(3월 25일~4월 23일) 소비자가 청약철회권을 사용해 은행이 철회한 대출액은 총 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출에 대한 청약철회권은 금소법 시행 이전에도 소비자가 행사할 수 있었다. 금융위원회가 2016년 청약철회권을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이 이를 반영한 것이다. 다만 금소법 시행 전에는 청약철회권을 법률로 규정하지 않아 한계가 있었다. 철회 가능한 금액도 신용대출은 4000만원, 담보대출은 2억원까지로 제한됐다.

실제로 금소법이 시행되기 전인 지난 2월 한 달간 소비자가 대출을 철회한 금액은 87억원 수준이었다. 법 시행 이후 금액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은 그만큼 청약철회권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건수로 따져도 2월 641건에서 금소법 시행 이후 985건으로 약 53% 증가했다.

금소법에 청약철회권이 명시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권리가 강화됐지만 금융사는 부담이 늘었다. 소비자는 14일 이내에 대출을 철회할 경우 사용한 기간만큼 이자만 납부하면 중도상환수수료 등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대출과 관련한 기록도 모두 삭제돼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초단기로 은행 대출을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비자가 대출 철회권을 사용하면 관련 기록이 모두 삭제되기 때문에 자금 출처를 묻는 투자나 예치자금 증빙 절차에 혼란을 줄 수 있다"며 "심할 경우 단기성 투기에 오용될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10일부터는 일부 투자성 상품에 대한 청약 철회도 가능해진다. 철회가 가능한 투자 상품은 부동산신탁 등 비금전신탁, 고난도 금전신탁계약, 일정 기간 자금을 모집한 후 운용하는 고난도 금융상품 등이다. 모집 기간을 정해두고 판매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주가연계펀드(ELF) 등도 철회가 가능해진다. 자본시장법상 '투자자숙려제도'가 금소법과 결합돼 소비자는 청약 후 최대 9일까지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최장 9일간 투자자가 언제든 자금을 뺄 수 있기 때문에 모집 자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게 된다.

ELF와 ELS 상품은 판매 기간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는데 소비자에게 숙려 기간과 청약철회권을 모두 보장하면 금융사가 판매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나치게 줄어든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품에 가입하고 싶어도 실제 투자자 모집 기간이 짧아 가입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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