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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주문이 밀려들고 있어 야근은 물론이고 주말까지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혹한기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국내외에서 더 인기를 끌고 있는 기업이 있다. 부산시 기장군에 있는 산소 공급 시스템 제조·유통기업인 엔에프(NF)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7일 기장군 본사에서 만난 이상곤 NF 대표(50·사진)는 "최근 인도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산소통이 부족해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는 것을 보면서 너무 안타까웠다"며 "저희 제품만 있었더라도 소중한 생명이 저렇게 허무하게 죽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한숨지었다.
이 대표는 "인도 대기업으로부터도 산소 공급 시스템 주문을 받아 최근에 납품했으며, 추가 납품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세먼지와 코로나19가 심각해지면서 산소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낀 국내외 많은 기업과 병원으로부터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F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내다보고 공격적인 투자를 해 그 성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인도에 법인을 설립했으며, 지난해 6월부터 300억원가량을 투자해 제2공장을 지어 올해 3월 완공했다. 제2공장은 1공장보다 규모가 5배나 더 커 그만큼 많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이렇게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부산시,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산업부 등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과 국내외 기업의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부산시는 지난해 12월 NF의 성장 가능성을 알아보고 35억원의 투자촉진보조금을 지원했다. NF는 일본 기업 니토세이코로부터도 5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이 자금으로 NF는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고 제조 원가를 낮춰 제품의 시장 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게 됐다.
이 대표는 "외국 기업이 벤처캐피털(VC)을 거치지 않고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매우 드문 사례인데 그만큼 우리 회사의 기술력을 믿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NF는 기존의 산소통을 산소발생기로 바꾸면서 패러다임을 완전히 전환했다. NF의 산소발생기는 크게 의료용, 헬스케어용, 산업용 등 3가지다. 산소 공급의 핵심은 일반 공기를 흡입해 압축된 공기를 '끓는 돌'로 불리는 제올라이트에 통과시키면 산소와 질소가 분리되고 이때 남은 산소를 농축하는 기술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고농도 산소를 얻을 수 있다. 산소만 발생하는 다른 제품과는 달리 NF 제품은 살균까지 한다. 관련 특허만 20건에 달한다.
엔에프의 주력 제품인 의료용 자동 산소 공급 시스템은 병원에 비치되는 충전식 고압 산소통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제품이다. 24시간 365일 무정지 연속으로 가동할 수 있고, 고순도 산소 공급이 가능한 국내 최초 중앙집중식 산소 공급 시스템이다. 기존 산소통과 비교하면 경제성과 편리성, 안전성, 확장성 등이 월등히 뛰어나다.
이 제품은 그동안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수가에 반영되지 않아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는 요양병원 위주로 판매됐으나 지난해 2월 NF의 의료용 산소 공급 시스템이 산업융합촉진법에 따른 규제샌드박스를 통과하면서 국내 최초로 건강보험수가 반영이 확정됐다. 현재 전국 800여 개 병·의원에 설치돼 있으며, 건강보험수가 반영이 결정되면서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에도 납품할 수 있게 돼 시장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NF의 복합조합의료기기는 병·의원 쪽에서 독보적이다. 복합조합의료기기란 의료기기일 뿐 아니라 의사가 환자에게 '산소'를 '약'으로 처방하는 제약 기능까지 가능하다는 의미다. 호흡기 질환자에게는 산소가 약인데, 산소를 약처럼 쓸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유일한 기업이 NF인 것이다. 이는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3개 기관으로부터 이미 인증을 받았다. 호텔이나 기업, 학교, 가정 등에서 사용하는 헬스케어용은 3000곳 이상 보급됐다. 힐튼·메리어트·포시즌스 등 호텔, 삼성·SK·카카오·부산은행 등 기업, 대학·교육청 등에 산소 공급 시스템을 설치했다.
수출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등 10여 개 국가에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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