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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5년 간 손들어줬는데"…국민연금, 고려아연 등 돌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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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1일 법원에 고려아연 임시주총 소집 허가 신청

뉴시스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금융감독원이 고려아연의 유상증자와 공개매수에 불공정거래 소지가 높다고 칼을 빼들면서 지분 7%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어떤 선택을 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국민연금은 최근 수년 간 90%가 넘는 안건에서 고려아연 측 손을 들어줬지만 상황이 달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은 전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앞서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신규 이사를 선임해 이사회를 재구성하기 위해 지난달 28일 이사회에 임시 주총 소집을 청구했다. 그러나 고려아연이 아직까지 총회 소집 절차를 밟지 않자 임시 주총을 신속히 개최할 수 있도록 법원에까지 허가 신청을 낸 것이다.

주총이 열리면 7.5%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로 떠오르게 된다. 앞서 영풍과 고려아연은 순차적으로 각각 공개매수를 진행하며 지분 확보 전쟁을 치렀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35.40%, 영풍과 MBK 연합은 38.47%의 지분율을 확보해 둘 차이는 3.07%p에 불과하다.

최근 5년 간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대부분 안건에 찬성표를 던져왔다. 하지만 이번 주총에선 고려아연에 힘을 실어주기 어려운 상황이란 것이 금융투자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은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결정이 주주가치를 훼손한 결정이라는 데 이견이 없는 분위기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활동에관한지침 제6조에 따르면 기금은 투자대상 주식 등에 대한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재무적 요소와 함께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국민연금은 수익성과 더불어 공공성, 지속가능성 등도 기금운용 원칙으로 삼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공개적으로 고려아연 유증에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높다고 칼을 빼들었다.

금감원이 지적하고 있는 부분은 고려아연이 유상증자를 미리 계획하고 있었으면서도 공개매수 신고서에선 이 같은 내용을 기재하지 않은 채 진행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다. 만일 고려아연이 유증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공개매수에 쓰이는 차입금을 갚는단 걸 투자자들이 알았더라면 투자자들의 선택이 180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유상증자의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이 이달 14~29일까지 고려아연 유상증자를 위한 기업 실사를 함께 진행했다는 점에서 금감원은 위계에 의한 부정거래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다.

국민연금은 운용원칙상 공공성을 중시해 당국의 제재를 받은 증권사에는 주식 매매 주문도 맡기지 않는다. 그 정도로 법 위반, 사법 리스크 등을 제도 운영, 자산 운용 과정에서 크게 고려하는 것이다.

기존 주주 권익을 크게 침해했다는 시장 안팎의 비판 목소리도 흘려 듣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8월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면서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크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번 유증은 공개매수 가격인 주당 89만원보다도 저렴한 67만원의 낮은 발행가로 진행된다. 또 주주배정이 아닌 일반 공모 방식을 택해, 기존 주주 주식에서 할인된 이익은 모두 신규 투자자에게만 돌아가게 됐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주당 가격이 67만원으로 현 시가보다 턱없이 낮은 가격으로 할인 발행할 경우 기존에 발행된 주식 가치는 희석될 수밖에 없다. 할인된 만큼 누군가에게 이익이 돌아가는데, 그 이익이 주주 우선이 아닌 외부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시장에선 심각한 주주 권익 침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국민연금 내부적으로도 주주 권익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인당 특별관계자 포함 최대 3%까지만 신주를 배정한다는 점도 법리적으로 가능한 지점인지 논란의 소지가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31을 고려아연 관련 브리핑에서 "청약자별도 아니고 특별 관계자를 포함해 3%로 청약을 제한하는 건 추가로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고려아연 주가는 유증 발표 직후 35% 내려왔다. 지난 3분기에만 고려아연 주식 7만여주를 매도해 지분율을 7.83%에서 7.48%로 낮춘 국민연금이 앞으로 지분을 얼마나 유지할지도 관심사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액티브 매니저들의 경우 공개매수가 근처에서 과대평가됐다는 판단에 모두 공개매수에 참여해 전량 처분했다. 다만 들고 있지 않았을 때 벤치마크(BM)와 비교해 괴리가 커질 수 있고 높은 변동성으로 인해 수익률이 혼자 따라가지 못할 경우가 생겨 운용역 입장에선 팔아도 안팔아도 문제"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oinciden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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