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신용이 없는 중소형 건설사들은 보증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겁니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엔지니어링산업 진흥법(엔산법) 개정안'에 대한 건설업계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특허소위원회는 엔산법 개정안 관련 논의를 조만간 다시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건설사가 토목·건설 등 공사에 착수하려면 정해진 보증기관으로부터 '공사 진행 중 건설사에 문제가 발생해도 계약은 차질 없이 이행된다'고 약속하는 내용의 건설보증서를 받아야 한다. 이 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대표적인 단체가 건설공제조합을 포함한 전문건설공제조합,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등 국토교통부 산하 건설 관련 조합들이다. 이들은 건설사에서 보증금을 받고 건설사 부도 등의 상황에서 공사를 끝마치거나 발주자가 입은 손해를 보상해준다. 엔지니어링 업계에도 이와 같은 기능을 하는 엔지니어링공제조합이 존재한다. 엔지니어링은 시설물이나 선박·기계 등의 설계·감리 등을 뜻한다. 건설과 관련해서는 '시공 업무를 제외한 전후 단계'를 엔지니어링의 업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엔산법 개정안은 이처럼 분리돼 있는 시공 업무와 엔지니어링 업무를 하나로 묶어 엔지니어링공제조합이 원래 업무인 엔지니어링뿐 아니라 시공에 대한 보증 업무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건설공제조합 관계자는 "공제조합을 산업별로 나눈 이유는 각 산업에 속한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지, 경쟁적으로 조합의 덩치를 키우란 취지가 아니다"며 "개정안은 특정 공제조합의 사업 범위만 일방적으로 확대시키는 특혜 법안"이라고 덧붙였다.
또 "건설 시공에 대한 보증은 경기 변동에 따른 부실화 위험이 크다"며 "건설경기 변동을 겪어 본 적 없는 엔지니어링공제조합이 무리한 영업을 하다 조합 자체가 부실화될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토부 역시 개정안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먼저 현행 건설 관련 법령은 시공 단계와 시공 전후 단계를 엄격히 구분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이와 상충된다는 주장이다. 또 엔지니어링 분야의 연 매출액은 6조원에 불과한 반면 시공 분야의 매출액은 연 400조원으로 규모 차이가 크므로 경험이 없는 엔지니어링공제조합이 시공 활동 보증까지 하기엔 무리라는 지적이다.
중소형 건설사들도 반발하고 있다. 엔지니어링공제조합이 대형 건설사 등 신용도가 높은 건설사만 보증해주고 중소형 건설사들은 나 몰라라 할 것이란 우려다.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H건설 관계자는 "5년 전 회사가 워크아웃 상태일 때 엔지니어링공제조합을 찾아갔다가 가입 조건이 까다롭고 출자금 액수가 커 보증을 못 받고 발길을 돌린 적이 있다"며 "반면 건설공제조합은 중소형 건설사 사정을 잘 알다 보니 최대한 상황에 맞춰 보증 조건을 조정해준다"고 말했다.
반면 엔지니어링 업계를 관리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법안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건설사가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제조합 중 하나를 선택할 권리를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엔지니어링공제조합 관계자는 "우리 입장을 외부에 밝힐 만한 적절한 시점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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