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T·바늘과 가죽의 시
정신과 의사이면서 현대인들이 앓는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또 다른 수단으로 글을 쓴다는 작가의 철학이 이번에도 그대로 묻어난다.
북극 지방 원주민을 뜻하는 이누이트 울릭은 불의의 사고로 어릴 적 부모를 잃었지만, 역경을 딛고 어엿한 사냥꾼으로 성장한다. 어느 날 그가 사는 이누이트 마을이 유네스코 인류문화 유산으로 선정되자 울릭은 '카블루나'라는 나라에 대사 자격으로 파견된다.
울릭은 도시 속 외로운 남녀들의 사랑과 관계를 지켜보며 혼란을 느낀다. 성 역할이 복잡해진 현대 서구 남녀들의 관계에서 규칙을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랑을 멈출 수는 없다. 작가는 울릭의 시선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고 사랑의 격변기를 헤쳐갈 해답을 찾는다.
화가이자 번역가인 지연리가 옮겼다.
열림원. 292쪽. 1만4천 원.
▲ 무라카미 T = 소설가로서뿐 아니라 에세이스트로서도 사랑받아온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번엔 티셔츠를 소재로 에세이를 썼다.
자유롭고 부담 없고 편해서 옷 걱정을 덜어주는 티셔츠 예찬론이다. 부제는 '내가 사랑한 티셔츠'
싸고 예뻐서 직접 사고, 홍보용 기념품이나 마라톤 완주 선물 등으로도 받은 티셔츠가 어느 날 쌓이고 넘칠 지경이 됐다. 그래서 어느 날 수백 장 티셔츠를 펼쳐놓고 각각의 사연을 글로 쓰기 시작했다.
서핑, 위스키, 맥주, 음반, 마라톤 등 각각의 주제에 얽힌 티셔츠가 등장한다. 권남희 옮김.
비채. 192쪽. 1만4천800원.
▲ 바늘과 가죽의 시 = 청소년과 어린이를 위한 환상적인 이야기로 등단한 구병모의 새 장편소설. 데뷔작 '위저드 베이커리'처럼 판타지와 미스터리가 섞인 듯하면서도 경계가 모호한 새로운 시각의 작품이다.
인간이 아닌 영속적 존재인데도 인간 세상에서 외모와 거처를 바꿔가며 구두를 지으며 살아가는 얀. 그는 형제 중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누이 미아가 인간과 결혼하려 하자 질투와 허망함을 느낀다.
영원한 삶 속에서 외로움과 무력함을 느껴온 얀에게 유일하게 위로를 줬던 미아가 유한한 존재와 함께하기로 했다는 점이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구병모는 1976년 태어나 2008년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소설집 '단 하나의 문장', 장편소설 '아가미', 네 이웃의 식탁' 등이 있다.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현대문학. 192쪽. 1만3천 원.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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