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로 코·귀 잘려”… 미얀마 군부 끌려간 청년의 고문 증언

문민정부를 뒤엎고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 정권에 저항한 시민들이 군에 붙잡혀 가 끔찍한 고문을 당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지난 9일 미얀마 바고에서 군의 불심검문을 받고 군부대로 끌려가 3일간 모진 고문을 당한 한 미얀마 청년의 사진. 온몸에 고문의 흔적이 선명하다./CNN

CNN은 28일(현지 시각) 미얀마 군부대로 끌려가 3일간 고문을 당하고 풀려난 한 청년의 증언을 보도했다.

안전상의 이유로 이름을 밝히지 않은 청년 A(19)씨는 지난 9일 미얀마 바고에서 양곤으로 모터 자전거를 타고 귀가하던 중 불심검문을 당했다. 이날 바고에서는 군부가 반(反)정부 시위대를 무참하게 진압하면서 8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군인들은 A씨의 가방과 휴대전화를 뒤져 시위 현장에서 방패를 든 그의 사진 한 장을 찾아냈다. A씨는 그대로 군부대로 끌려갔다.

CNN에 따르면 군인들은 A씨의 손을 뒤로 묶고 반복적으로 구타했다. A씨는 “지휘관이 내 손을 등 뒤로 묶고 작은 가위를 이용해 귀와 코끝을 잘라냈고 목을 그었다”고 말했다. 이어 “탄알이 들어 있지 않은 총으로 협박하기도 하고 밤에는 수하 군인들을 시켜 나를 집단 폭행시켰다”고도 했다.

군인들은 또 유리병으로 A씨의 머리를 내려치고 케이블 선 두 개를 땋아 만든 채찍으로 온몸을 때렸다. A씨는 “고통스러운 나머지 고문하지 말고 차라리 죽이라는 말까지 했다”면서도 “곧 힘을 내서 그들이 주는 음식을 억지로 먹었다. 여기서 나가야만 다시 시위에 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3일 밤낮으로 끔찍한 고문을 당한 A씨는 풀려난 지 3주가 지난 지금까지 고문 후유증으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있다. 그의 어깨와 등에는 채찍질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지난 9일 미얀마 바고에서 군의 불심검문을 받고 군부대로 끌려가 3일간 모진 고문을 당한 한 미얀마 청년의 사진. 온몸에 고문의 흔적이 선명하다. /CNN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A씨처럼 군부에 붙잡혀가 군 시설에 수용된 시민은 4400명이 넘는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킨 후 군에 저항하는 시민을 색출하기 위해 길에서 불심검문을 하기도 하고 밤에 민가를 습격해 시위에 참가한 이들을 골라내 잡아간다. 군부가 장악한 방송 뉴스에선 매일 밤 수배자 명단과 사진이 발표된다.

지난 18일 밤 자택에 들이닥친 군에 딸 킨 니옌 투(31)가 끌려가는 걸 속수무책으로 바라봤던 어머니 B씨는 “딸 걱정에 늘 목이 메이고 밤에 잠을 잘 수 없다”고 했다. B씨는 “딸이 너무나 보고 싶다”며 “수용소에 있는 딸이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얀마 군부는 CNN 취재에 “경찰을 공격하고 국가 안보와 안정을 해치는 폭력적인 시위자들을 자제해 다루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CNN은 미얀마가 유엔고문방지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이며, 군부는 고문 행위를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시민들을 겁주기 위해 방송 등을 통해 전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APP에 따르면 군부가 집권하고 두 달여 간 어린아이와 청년 등을 포함해 750명 이상이 군에 의해 사살됐다. 미얀마 군부 정권은 집권 후 이어지는 반군부 시위에 연일 강경 대응하며 유혈 진압을 이어오고 있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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