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생산시설. 자료 테슬라 누리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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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암호화폐를 금융자산으로 간주하고 있는데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어떤 방식으로 회계처리했을까?
28일 테슬라가 전날 공시한 1분기 재무제표를 보면, 재무상태표에 ‘디지털자산’ 항목으로 13억3100만달러를 계상했다. 테슬라는 지난 2월 비트코인 15억달러어치를 매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보유 중인 비트코인은 언제든 시장에서 매매할 수 있는데도 현금성자산(현금과 현금등가물)이나 투자자산으로 잡지 않은 것이다.
비트코인을 디지털 자산으로 분류. 테슬라 1분기 재무상태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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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는 팔아 차익을 실현했다. 이는 손익계산서에 1억100만달러로 나와있다. 그런데 ‘수익’(Revenues) 계정이 아닌 영업비용(Operating expenses) 항목에서 차감하는 형태로 표기됐다. 이에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금융자산이 아닌 영업용 자산으로 취급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영업용자산은 매각했을때만 시가에 따른 차익을 계상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비트코인 투자 목적을 가까운 미래에 자사의 전기차를 결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비트코인 매각 차익을 영업비용에서 차감. 테슬라 1분기 손익계산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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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지난 2019년 가상자산은 화폐도 금융상품도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판매나 중개를 위해 보유하는 경우는 재고자산으로 보고 그 외에는 모두 무형자산에 해당한다고 결론냈다. 테슬라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을 무형의 디지털 자산으로 분류했다. 무형자산은 공정가치(시장가격)가 취득원가보다 하락하면 그 차액을 분기마다 손실(손상차손)로 반영해야 한다. 비트코인을 보유 중인 미 소프트웨어업체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2020 회계년도에 ‘디지털 자산 손상’을 비용으로 처리한 덕분에 적자로 돌아서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았다. 반면 비트코인 시세가 아무리 올라도 이익으로 잡을 수 없다. 회사가 핵심 사업부문의 손실을 덮고 싶다면 비트코인을 팔아 수익을 실현해야 한다. 자동차 판매사업에서 적자를 낸 테슬라는 이번에 비트코인 일부를 매각한 차익으로 영업비용을 줄임으로써 분기 사상 최대 흑자를 냈다.
이에 회계업계에서는 암호화폐를 무형자산이 아닌 시가평가가 가능한 투자자산으로 처리하도록 회계원칙을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암호화폐 가격의 하락과 상승 모두를 결산시점에 평가손익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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