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도지코인 모두 침체장 진입
탈레브 "폰지 사기"라며 거세게 비판
반면, 플랜B "2013~17년 중간 하락과 유사"
제인웨이 "가치의 추정이 아닌 단서가 관건"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비트코인 국내 거래 가격이 5천만원대 까지 내려간 23일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고객센터에서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거래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2021.04.23. park7691@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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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fact)는 알 수 없다. 주장이 서로 충돌하고 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장의 26일(한국시간) 현재 모양새다. 가격이 치솟다 떨어지는 시장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흐름이다.
한국시간 26일 오전 7시17분 현재 비트코인은 4만8000달러 선에서, 도지코인은 24.39센트 선에서 오르내렸다. 비트코인은 24시간 전과 견줘 5.29% 정도, 도지코인은 10.48%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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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침체장 진입
이날 새벽 0시에서 2시 사이엔 비트코인은 5만 달러 선을 오르내렸다. 치열한 공방전이었다. 하지만 2시 넘어 가파르게 추락했다. 도지코인은 비트코인 먼저 고개를 떨궜다.
최근 한달 사이 비트코인 가격 흐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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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람에 비트코인은 사상 최고치보다 25% 이상, 도지코인은 45% 이상 추락했다. 두 코인 모두 침체장 단계다. 자산시장 참여자들은 가격이 고점과 견줘 20% 이상 추락하면 침체장에 들어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 셈법은 기술적 분석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자산 가격이 붕괴하는 상황을 모두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미국 호프스트라대 장 폴 로드리그 교수(지리경제학)는 최근 기자와 통화에서 “자산 가격이 역사적 고점에 이른 뒤 추락하면 낙관론과 비관론이 거세게 충돌한다”고 말했다. 로드리그 교수는 자산거품-붕괴 곡선을 2008년 금융위기 직전에 개발해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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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다 아는 폰지 사기"
아니나 다를까. 『블랙 스완』의 지은이인 나심 탈레브가 지난 주말 CNBC와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누구나 다 알고 하는 폰지 사기(open Ponzi))’”라고 주장했다.
나심 탈레브. 블룸버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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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지는 뚜렷한 가치나 수익의 원천이 없는데, 빌린 돈으로 먼저 베팅한 사람의 수익을 챙겨주는 방식으로 자산 가격을 올리는 머니 게임이다.
탈레브는 “인플레이션이 두려운 사람은 땅이나 올리브 나무를 사는 게 바람직하다”며 “가격이 변덕스러운 것으로 통화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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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단계 하락일 뿐"
반면, 암호호폐 세계에서 잘 알려진 예측 모델인 스톡투플로우(Stock to Flow)모델을 만든 '플랜B(가명)'는 25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하락 없이 곧바로 상승하는 것은 없다”며 “최근 비트코인 하락 등은 중간 단계 하락(Mid-way Dip)”이라고 주장했다.
플랜B 스톡투플로우(Stock to Flow) 모델. 단위: 달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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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한 중간 단계 하락은 비트코인 등이 목표 가격까지 상승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난 하락이란 얘기다.
‘네덜란드 출신으로 금융시장에서 오랜 경력을 쌓았다’는 플랜B는 올해 중반에 비트코인이 10만 달러를 넘어서고 2025년 하반기쯤엔 100만 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간 단계 하락은 2013~17년 사이에서도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2017년 말에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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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의 구체적 단서가 관건"
탈레브와 플랜B의 주장 가운데 어느 쪽이 맞을지는 현재로썬 아무도 알 수 없다. 자산가격은 철저하게 사후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트코인처럼 전통적인 자산가치 추정법을 적용하기 힘든 신종 자산 시장에선 더욱 그렇다.
다만, 미국 혁신경제학자인 윌리엄 제인웨이는 최근 기자에게 띄운 메일에서 “신기술 산업은 버블을 통해 자본을 흡수하며 성장한다”며 “그런데 신기술이 생산할 실제 가치에 대한 구체적인 단서가 발견되는 시점까지 기간이 길면 가격 상승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혁신 경제학자 빌 제인웨이 |
제인웨이는 “닷컴거품이 붕괴한 지 몇 년도 안 돼 구글 등이 구체적인 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며 “암호화폐도 단순 거래소가 아니라 암호화폐 기술을 바탕으로 어떤 가치가 창출될 수 있는지를 가늠하게 할 구체적인 단서가 조만간 나타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가격이 거품이든 아니면 정당한 가치평가이든 오래 갈 수 없다는 얘기다.
제인웨에 따르면 비트코인 1차 급등(2017년 말) 직후 가치 단서가 나타나지 않은채 2차 급등(2020년~현재)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아주 허전한 고공행진이다.
제인웨이는 "지금 암호화폐 가격은 가치 단서보다 팬데믹 불안감과 '유명 벤처기업이나 제도권 금융회사가 투자한다' 등의 수급 재료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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