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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위안부 소송비용, 日에 물릴 수 없다” 새 재판부, 강제집행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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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위안부 소송비용, 日에 물릴 수 없다”

전임 재판부와 다른 판단… “상대국 주권 손상”

지난 1월 국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했던 서울중앙지법의 재판부가 “국내 일본 재산에 대한 강제 집행은 국제법을 위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정반대 결정을 내린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대법원이 2018년 일본 기업의 국내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인정한 이후, 비슷한 사건에서 일본 기업의 국내 재산에 대한 강제 집행 절차를 인정해 온 법원의 재판 흐름과는 배치되는 결정이란 지적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부장 김양호)는 지난달 29일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12명이 일본 정부에 제기한 손배소 승소 사건에 대해 ‘(한국 정부) 국고(國庫)에 의한 소송 구조 추심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국가의 소송 구조(도움)로 진행한 이번 소송에서 피고인 일본 정부가 부담할 (소송) 비용은 없다는 점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올 초 같은 재판부는 소송 비용도 일본이 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법원 인사 후 다른 판사들로 채워진 같은 재판부가 ‘일본에 소송 비용을 부담시킬 수 없다’는 상반된 판단을 직권으로 내놓은 것이다.

재판부는 “(올 1월) 본안(本案) 소송은 일본 정부의 국가면제(각국 주권은 평등하므로 한 국가는 다른 국가의 법원에서 피고로 소송을 당할 수 없다는 국제법상 원칙)를 인정하지 않고 원고(위안부 피해자) 승소 판결을 했다”며 “그러나 외국(재산)에 대한 (추심) 강제집행은 해당 국가의 주권과 권위에 손상을 줄 우려가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이 사건 소송비용을 강제집행하게 되면 국제법을 위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결정을 놓고 법원 내부에선 “이전 재판부의 판결에 작심하고 반대 의견을 밝힌 것으로, 처음 보는 결정”이란 말들이 나왔다. 같은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재판장 김정곤)는 올 1월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본국은 배 할머니 등 12명에게 1인당 1억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과거사와 관련해 일본의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소송 비용도 일본이 부담하라고 했다. 그런데 올 2월 법원 정기 인사로 교체된 새 재판부는 확정된 본안을 뒤집지 못하는 상황에서 해당 판결의 집행에 제동을 건 것이다. 한 부장판사는 “전임 재판부는 반(反)인도적 범죄에 대해선 주권면제 이론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반면, 새 재판부는 주권면제 이론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사건 위안부 할머니 측 변호인은 이번 결정과 관계없이 일본 정부로부터 위자료를 받아내는 강제집행 절차를 계속 밟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결정이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부장 민성철) 심리로 열리는 고(故) 곽예남 할머니 등 20명의 2차 손해배상 소송 선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거론된다.

[권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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