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거세진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열풍에 힘입어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한 비대면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MTS의 대중화가 급속도로 이뤄지면서 증권가에선 MTS가 향후 토스나 카카오페이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핀테크 플랫폼들을 위협할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증권사 MTS의 성장세는 이용자 트래픽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인 월간 활성화 사용자 수(MAU)만 봐도 확연하다. 금융 관련 애플리케이션(앱) 중 트래픽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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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온라인 주식 거래 1위 증권사 키움증권의 MTS 영웅문S의 올해 1~2월 평균 MAU는 310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2% 증가했다. 같은 기간 NH투자증권 213만 명(+176%), 삼성증권 179만 명(+126%), 미래에셋증권 158만 명(+89%), 한국투자증권 148만 명(+240%), KB증권 107만 명(+155%) 등 자기자본 기준 국내 빅 5 증권사들의 MTS 역시 100만 명 이상의 MAU를 나타냈다.
이 기간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 앱의 MAU 역시 평균 21%가량 늘었지만 증가율에서 증권사들과 큰 차이를 보인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금융 플랫폼으로 대중적인 인지도에서 훨씬 앞서 있는 핀테크 앱과도 MAU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885만 명으로 압도적인 토스를 제외하면 페이코(245만 명), 카카오페이(260만 명·카카오톡 접속자 제외), 뱅크샐러드(128만 명) 등과 거의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왔다.
앱 사용 시간에선 증권사 MTS가 가장 돋보인다. 올 1~2월 빅 5 증권사와 키움증권 등 6개사의 1인당 월평균 MTS 사용시간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53% 늘어난 551분에 달했다. 시중은행이나 인터넷은행, 핀테크, 보험 등은 보통 10~28분 수준이다. 타 업권 앱과 달리 증권사 MTS의 경우 차트와 각종 재무 데이터, 분석자료 등을 확인하고 시세를 실시간으로 체크하다 보니 사용시간이 훨씬 길다. 이는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 가능성에 힘을 싣는 요인이기도 하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 MTS는 구조적으로 다른 금융 앱보다 트래픽 창출에 유리한 데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채널 수요의 증가, 개인 주식 투자 활성화에 따른 주식 거래 증가라는 우호적인 환경을 만난 상황"이라며 "게다가 각국 중앙은행이 논의 중인 디지털화폐(CBDC)가 널리 보급되면 화폐 유통 플랫폼의 영향력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 MTS가 금융 플랫폼 진화의 호기를 맞을 수 있다"라고 판단했다.
다만 증권사 MTS가 핀테크 기반 금융 플랫폼 등과의 싸움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트래픽 창출이 전제되어야 한다. 정 연구원은 금융 플랫폼의 궁극적 목표는 사용자가 쇼핑 플랫폼을 통해 필요한 물건을 거래하고 다양한 상품 서비스를 받는 이커머스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쿠팡과 네이버 등 이커머스 업계 공룡들이 전개하는 멤버십 구독 서비스와 마켓플레이스, 폭넓은 제휴에서 아이디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다.
그는 "쿠팡이나 네이버의 유료 멤버십 서비스 모델처럼 증권사 MTS에도 구독서비스를 도입해 유료 고객을 대상으로 더 낮은 주식 거래수수료나 신용 이자율, 리서치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며 "쿠팡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처럼 증권사도 고객이 관심 가질만한 콘텐츠를 MTS에서 제공하는 방법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외에 네이버가 이마트나 CJ대한통운 등과 제휴해 이커머스 입지를 강화한 것처럼 증권사 MTS도 금융회사 외 트래픽 증가를 일으킬 수 있는 기업과의 제휴도 고려할만하다는 판단이다. 토스나 카카오페이처럼 단일화된 앱으로 트래픽을 집중하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소개했다.
NH투자증권이 미국의 모바일 증권사 로빈후드와 중국 온라인 증권사 동방재부 등 해외 금융회사들의 가치와 비교해 매긴 국내 6개 증권사 MTS 플랫폼 가치는 적게는 5000억~1조3000억원, 크게는 2조3000억~6조8000억원 수준이다.
정 연구원은 "아직 증권사 MTS를 금융 플랫폼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향후 플랫폼으로 진화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단기 수익성 측면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인 금융 플랫폼 발전 가능성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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