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시장 점유율 3위도 차지했지만, 누적적자 5조원의 부담을 진 LG전자는 5일 이사회를 열고 휴대폰 사업 철수를 공식화했다.
시장에서는 삼성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이 경쟁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밀려난 것을 패인으로 지적한다. 하지만 지난 26년간 출시된 LG폰 앞에는 수많은 ‘최초’ 수식어가 따라붙은 것도 사실이다.
5일 LG전자에 따르면 1995년 LG정보통신이 LG폰의 첫 산파다. 이후 2000년 LG전자와 LG정보통신이 합병한 이후 LG전자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가 지금까지 모바일 사업을 영위해왔다.
LG 최초의 휴대폰 브랜드는 ‘화통’으로, 이를 앞세워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Code-Division Multiple Access)를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후 ‘프리웨이’로 브랜드명을 잠시 바꿨다가 1998년 5월 국내 최초 폴더형 디지털 휴대폰을 출시하며 ‘싸이언(CYON)’ 브랜드 시대를 연다.
2000년대는 바야흐로 LG 피처폰 전성기라 할 수 있다. 특히 2005년 11월 출시한 ‘초콜릿폰’이 대히트작이다. 막대 초콜릿을 떠올리게 하는 검은색 케이스에 붉은색 터치패드 빛이 어우러져 ‘럭셔리 폰’의 전형으로 인기를 구가했다. 당시 최고 톱스타 김태희를 앞세워 ‘김태희폰’으로도 불렸다. 초콜릿폰의 흥행으로, LG전자는 그해 11월 미국 CDMA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다.
2007년 5월에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프라다와 합작해 ‘프라다폰’을 출시해 화제 몰이에 성공했다. 당시 88만원의 최고 판매가였지만 3인치 대형 터치스크린과 12.9mm 얇기, 95g의 초경량으로 없어서 못 파는 폰이 됐다. 결국 2007년 상반기 LG폰은 누적 판매 1000만대를 돌파한다.
이후 5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한 ‘뷰티폰’, ‘샤인폰’, ‘롤리팝폰’ 등도 시장에서 잇달아 호평을 받는다. 잇따른 흥행작으로 LG폰은 2010년 3분기에는 분기 판매량이 2800만대에 육박, 세계 휴대전화 시장 3위에 오른다.
하지만 피처폰의 영광은 스마트폰 시대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독이 든 성배’가 됐다.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글로벌 모바일 시장은 스마트폰이 대세였지만, LG전자는 여전히 피처폰에 매몰됐다.
그나마 2014년 선보인 스마트폰 ‘G3’가 1000만대 이상 팔렸지만, 잠깐의 중흥기에 그쳤다. 2015년 ‘G4’와 ‘V10’의 부진이 거듭됐고, 2016년 스마트폰 최초의 모듈형 스마트폰 ‘G5’로 설욕에 나섰지만 ‘벌어짐 현상’ 등 품질 문제가 불거지면서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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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엔 화면이 가로로 돌아가는 ‘LG 윙’, 스마트폰 패널 두 개를 붙인 ‘LG V50S 듀얼스크린’ 등 혁신적인 제품을 잇달아 선보였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지난해에는 플래그십 브랜드 G·V 시리즈를 없애고 ‘매스 프리미엄’ 스마트폰 ‘벨벳’을 선보였지만 며칠 만에 공짜폰으로 전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2021 CES에서는 세계 최초 롤러블(두루마리처럼 마는) 폰 ‘LG 롤러블’의 티저 영상을 깜짝 공개해 새로운 제품 출시를 예고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LG 롤러블은 끝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LG폰 역사의 뒤안길로 함께 사라졌다.
CES 2021에서 깜짝 공개한 LG '롤러블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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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stone@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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