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 완료된 곳은 판교가 유일
입주율 파주 45%·양주 29%·고덕 10%
인천 검단은 아직 첫 입주도 못해
광역교통망 미흡은 공통 문제
마무리 단계인 동탄2 등도 자족성 글쎄
지난 23일 찾은 양주 옥정신도시 내 아파트 공사장 앞으로 가림막이 길게 늘어서 있다. [사진=김은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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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정부가 2기 신도시를 발표한 지 18년이 흘렀지만 2기 신도시 사업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다수의 개발계획이 2007년 이후 세워졌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조성기간은 10년을 훌쩍 넘는다. 일부 신도시는 실시계획 인가 10년이 넘도록 첫 입주조차 하지 못했다.
대부분 입주를 시작해 도시의 모습을 제법 갖춰나가고 있으나 교통망이 제때 구축되지 않으면서 광역교통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자족기능을 갖추지 못해 잠만 자는 ‘베드타운’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인 개발계획 없이 주택시장이 불안할 때마다 땜질식으로 신도시를 구상하다 보니 인프라 구축에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장거리 통근 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정책 역량이 분산되면서 동력을 잃은 것도 패착이었다는 분석이다.
▶조성 완료된 곳은 판교가 유일=25일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기주택도시공사(GH)에 따르면 수도권 2기 신도시 10곳 가운데 현재 조성이 완료된 곳은 성남 판교신도시 하나다.
판교와 더불어 비교적 앞서 개발이 진행된 화성 동탄1, 수원 광교, 김포 한강 등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한강신도시의 경우 공사가 끝났고 83%의 입주율을 보이고 있다. 동탄1은 공정률과 입주율이 각각 91%, 99%로 9부 능선을 넘어섰고 광교(공정률 90%·입주율 98%)도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다른 6개 신도시의 상황은 다르다. 입지가 좋다고 평가받는 위례와 화성 동탄2는 그나마 양호하다. 위례의 공정률은 77%, 입주율은 그보다 조금 낮은 69%다. 동탄2는 입주율이 79%로 높은 편이지만 공정률은 53%에 불과하다. 자족시설 용지가 채워지지 않은 탓이다.
파주(운정·운정3)와 양주(옥정·회천)의 경우 세부지구별로 진행률이 다르지만 전체 신도시를 기준으로 파주는 공정률과 입주율이 각각 57%, 45%, 양주는 62%, 29%다. 평택 고덕은 공정률 21%, 입주율 10%로 초기 단계고 인천 검단은 아직 공정률과 입주율을 계산할 단계도 아니다. 다른 신도시와 비슷한 시기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됐음에도 사업이 더디게 진행된 셈이다.
수도권 신도시 입지 현황. [헤럴드경제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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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지연에 인프라는 아직=사업 진행률이 낮은 것은 개발이 그만큼 지연됐다는 의미다. 일단 토지보상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고 광역교통계획을 비롯한 인프라 관련 협의에도 진통이 컸다. 정부는 1기 신도시 입주 당시 인프라 부족에 따른 주민 불편이 컸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2기 사업은 인프라를 구축하며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다만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계획을 구체화하다 보니 2~3년씩 늦어졌다.
인프라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숙제다. 이는 개발 완료단계에 있는 신도시도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다. 특히 교통의 경우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S-BRT(간선급행버스체계)와 같은 광역교통망 구축, 지하철 노선 연장, 트램 도입 등의 대책이 있었으나 이들 중 실현된 것은 일부에 불과하다. 업무·상업시설 공급, 산업단지 구축 등을 통해 확보하고자 했던 자족성도 채워지지 않았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은 채 신도시를 개발했다. 주택시장이 불안하면 그때그때 땅을 수용하는 식으로 신도시를 짓다 보니 전반적으로 광역 교통망이나 인프라를 깔면서 추진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수도권의 인구 성장 예측을 바탕으로 향후 주택이 얼마나 필요한지, 신도시를 포함한 신규 택지개발을 통해 얼마나 공급할 것인지, 택지를 어디에 언제 조성할 것인지 구체적·단계적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얘기다.
20~30년을 내다보는 밑그림이 없다 보니 광역교통계획은 중구난방 수립됐고 2기 신도시보다 가까운 3기 신도시처럼 위치와 순서가 뒤바뀐 계획이 나오기도 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낮은 서울 접근성이 2기 신도시 개발계획을 더디게 만든 측면이 있다. 그러다 보니 정책 당국의 역량이 집중되지 못했고 동력이 떨어진 것”이라며 “3기 신도시의 등장으로 주요 정책에서 멀어진 2기 신도시는 더 소외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위례신도시 전경. [한국토지주택공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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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기적 접근 필요해”=신도시를 단기적인 대안으로 취급하면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각 신도시가 잘 계획된다 한들 신도시가 모여진 수도권은 누더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두성규 위원은 “2기 신도시를 제대로 완성하고 그에 대한 평가를 냉정하게 거친 뒤 3기 신도시를 검토해야 했다”면서 “지금은 밀린 숙제도 못 한 사람이 예습한다고 덤비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김진유 교수는 “3기 신도시의 경우 보상 단계이기 때문에 중장기 계획을 제대로 세운 뒤 추진할 수 있다”면서 “주택 공급을 ‘신도시’라는 방법으로 할 것이냐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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