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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2관왕’ 임영웅 “밀보드, 빌보드 다 비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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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에 트로트로 음악방송 1위

브레이브걸스, 로제 제치고 올라

조선일보

쇼음악중심 1위 뒤 임영웅/임영웅오피셜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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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역사를 쓰셨다.”

가수 임영웅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는 지난 20일 MBC ‘쇼! 음악중심’에서 신곡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로 아이유와 로제(블랙핑크)를 꺾고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23일 방송된 SBS MTV ‘더쇼’에서 우즈(조승연)와 브레이브걸스를 제치고 또다시 1위에 올랐다.

TV조선 ‘미스터트롯’ 진(眞) 출신인 임영웅이 지난 9일 선보인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는 미스터트롯 경연 당시 출연한 설운도 작사·작곡의 정통 트로트. 오랜 시간 곁을 지켜준 사람에 대한 사랑을 담담하게 풀어낸 곡으로, 임영웅은 그동안 자신을 사랑해준 팬들을 위한 ‘팬송’이라고 말했다.

트로트 장르가 음악 방송에서 1위에 오른 것은 무려 14년 만. 지난 2007년 강진이 ‘땡벌’로 KBS2 뮤직뱅크 1위를 차지한 이후 처음이다. 팬덤을 앞세운 K팝 아이돌이 강세인 음악 방송에서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트로트 곡이 상위에 오르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음악 방송이 음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음원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횟수, 소셜 미디어와 유튜브 조회수, 실시간 문자 투표 등이 평가 기준이 됐고, 이는 곧 트로트의 진입 장벽이나 마찬가지였다. 음악 순위 방송은 막강한 팬덤을 지닌 아이돌이 독식하다시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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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 더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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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임영웅의 경쟁 상대는 지난 22일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 70위에 오르며 한국 여성 솔로 가수로서는 최고의 기록을 선보인 로제, 또 일명 ‘밀보드(밀리터리+빌보드)’ 1위로 불릴 정도로 군대 위문 공연으로 다져진 인기로 역주행의 신화를 쓴 브레이브걸스 등이다. 누구 못지않게 단단한 팬덤을 지닌 이들이었지만 임영웅 팬덤이 더 강력했다. 임영웅 공식 팬카페인 ‘영웅시대’는 15만 화력. SBS MTV ‘더쇼’의 경우 임영웅은 음원+음반 점수는 브레이브걸스에, 동영상+방송+사전투표는 아이돌 우즈(조승연)에 밀렸지만 실시간 투표에서 무려 1000점이란 압도적 지지로 최종 1위에 올랐다. 브레이브걸스는 75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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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장르로서의 쾌거이기도 하지만, 임영웅 자체가 지니는 브랜드 파워를 입증하기도 한다. ‘감성 장인’이란 별명답게 부드럽고 따뜻한 목소리로 코로나로 힘겨웠던 이들에게 위로를 안겨주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영웅처럼 나타난 임영웅의 인기는 광고로도 연결됐다. 톱스타들의 관문인 피자·치킨 모델은 기본. 축구 등 스포츠를 즐기는 건강한 모습에 모델 같은 늘씬한 체형으로 패션 브랜드를 비롯해 수십 개 브랜드의 얼굴이 됐다. 그가 뜨면 ‘완판’ 행렬, 매출 상승 직행이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잔망미’(잔망스럽다+美·귀엽고 애교 있다는 조어) 등 역시 화제가 되며 10대부터 70~80대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트로트 가수 최초로 ’100만 유튜버'가 됐다. 다소 올드한 느낌의 트로트 장르에 경쾌한 에너지를 불어넣으며 새 역사를 쓴 그를 향해 팬들은 ‘임영웅 장르’라고 부른다.

1위에 오른 그는 소셜 미디어 라이브 방송을 통해 팬클럽 ‘영웅시대’에 감사를 전한 뒤, “트로트가 음악 방송에서 상을 못 받았었고, 비주류로 분류돼 있었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면서 말을 이었다. “트로트는 단 한순간도 비주류인 적이 없었어요. 늘 꾸준히 사랑받고 가장 가까이 있었습니다. 다만 너무 익숙해서 우리가 그 존재를 잊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빛을 발하는 순간이 와서 감격스럽고 자랑스럽습니다. 여러분들이 만들어주신 상입니다.”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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