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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끊이지 않는 경비원 폭행...몽둥이 폭행·갑질·보복에 경비원은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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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입주민 괴롭힘에 극단적 선택한 경비원에 이어...

몽둥이 폭행당한 경비원, 갑질 후 보복당한 경비원까지

조선일보

경비원 모자가 11일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경비실 내부에 걸려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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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5일 경비원 등 아파트 노동자에 대한 갑질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공동주택 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공포·시행됐다. 이번 개정안에는 공동주택 노동자 괴롭힘 금지를 비롯해 괴롭힘 발생 시 구체적인 신고 방법과 피해자 보호조치, 신고를 이유로 한 해고 금지 등이 포함돼 있다. 동대문구는 18일부터 재개발·재건축 허가 조건으로 경비실에 에어컨 등 냉·난방시설은 물론 화장실, 간이 샤워실 등을 갖추고 식사가 가능한 수준의 휴게실을 갖출 것을 내세웠다.

낮은 급여와 기본 경비 업무 외 감정노동까지 수행하고 있는 아파트 경비원들의 열약한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올해 서울북부지법에서 이뤄진 재판 및 심사 중 경비원 폭행과 관련된 사안들을 살펴보면 경비원들은 여전히 아파트 단지에서 위력에 의한 폭력을 마주한다. 지난해 5월 입주민의 폭언 및 폭행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아파트 경비원 최희석씨가 아직까지도 일상 속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경비원에 “조직폭력배 출신”이라며 딸 이삿짐 나르고 결혼식 축의금 내게 ‘갑질'

지난 5일 서울북부지법 형사4단독 진상범 부장판사는 상해, 업무상 배임 등 혐의를 받는 김모(65)씨의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경비원과 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갑질을 한 혐의로 기소된 아파트 전직 동대표다.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이 아파트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서 관리하는 임대아파트로, SH는 김씨에게 관리규약 위반을 이유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김씨는 동대표로 있으면서 경비원에게 “나는 조직폭력배 출신이다. 내 말 한마디면 달려오는 사람들이 있다”고 협박하며 갑질을 지속해왔다. 그는 경비원에게 자신의 딸 이삿짐을 아파트 지하창고로 옮기라고 시키거나 텃밭을 만들라고 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자녀 결혼식에 축의금을 내게 한 혐의도 제기됐다.

김씨는 관리사무소 직원을 머리로 들이박는 등 실제 폭력을 휘두른 혐의도 받고 있다. 김씨는 목검을 들고 경비원에 “내가 사람도 죽여봤는데 너같은 놈 하나 못 죽이겠느냐”고 욕설을 하거나 “관리사무소에서 있던 일이 외부로 유출돼 기분이 나쁘고 기강이 해이해졌다”며 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사직서를 내도록 종용을 하기도 했다.

이날 김씨 측 변호인은 “폭행 공소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실랑이를 하다보면 폭행이 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피고인도 다친 부분이 있다”며 폭행 혐의에 대해 쌍방 폭행임을 강조했다. 김씨 측은 경비원 갑질 혐의는 부인했다. 김씨 측은 “경비실에 에어컨과 침대도 놔주고, 사기 북돋아주려고 1년에 두 번씩 금반지도 선물해줬다”며 “경비들이 제일 어렵기 때문에 많이 도와줬는데 갑질이라니 나를 (대표 자리에서) 쫓아내려고 모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서울 동부구치소에 있다 지난 연말 구치소에서 코로나가 확산되자 기저질환을 이유로 올해 1월 보석을 신청해 보석석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보석 석방 후 주민들을 폭행한 혐의로도 고소된 상황이다. 지난 2일 오후 4시쯤 아파트 관리사무소 인근에서 지난해 관리비 횡령 고소를 도왔다는 이유로 60~70대 남성을 폭행했다는 혐의다.

◇경비원 몽둥이로 때린 60대 男, 알고 보니 경비원 폭행 상습범

지난달 26일 서울북부지법 김용찬 영장전담 판사는 폭행 및 특수상해 혐의를 받는 60대 남성 A씨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을 몽둥이로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지난 20일 새벽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경비원 B씨를 자택으로 불러 나무 몽둥이로 머리와 어깨를 폭행했다. B씨는 이로 인해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B씨가 도망치자 엘리베이터 앞가지 따라가 폭행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경찰 신고만 2017년 2건, 2019년 1건 등 수차례 경비원을 폭행해 왔다. 그는 2년 전에도 B씨를 폭행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당시 B씨가 A씨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처벌 불원서를 제출해 사건이 종결됐다. B씨 외에도 A씨로부터 폭행 피해를 입은 경비원은 2명 더 있었다. A씨는 2017년 또 다른 경비원을 때려 2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으나, 경비원이 처벌 불원서를 내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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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파트 입주민이 지난해 5월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경비실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해 4월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주차 문제로 인해 입주민에게 두 차례 폭행을 당한 경비원 최모씨는 지난해 5월 자신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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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 죽음 내몬 갑질 입주민은 1심 징역 5년에 불복 항소

지난해 5월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고 밝힌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원 최희석씨는 지난달 15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 승인을 받았다.

최씨는 지난해 4월 경비원으로 일하는 아파트에서 입주민 심모(49)씨와 주차 문제로 다툰 뒤 심씨에게 감금돼 폭행을 당했다. 최씨가 아파트 지상주차장에서 최씨가 이중 주차된 자신의 차량을 미는 모습을 발견한 심씨는 “뭐 하는 거냐”며 최씨 뒤통수를 때렸다. 이후 최씨는 심씨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 최씨 유족은 “심씨가 (최씨) 근무 날마다 찾아와 ‘경비원을 그만두지 않으면 야산에 묻어버리겠다’고 협박했다”며 “최씨가 울면서 ‘더 이상 못 살겠다’고 가족들에게 전화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했다. 심씨는 최씨를 경비실 인근 화장실로 끌고 가 폭행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최씨는 코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3주의 피해를 입었다.

최씨는 서울 강북경찰서에 폭행 혐의로 심씨를 고소한 이후 “당장 사표 쓰라”는 폭언을 지속적으로 들어왔다. 최씨는 사망 두 시간 전 가족에게 전화해 “불안해서 못 견디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허경호)는 심씨에 대해 상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보복감금·상해·폭행), 무고, 협박 등 7개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며 대법원 양형기준보다 높은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심씨는 1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저는 절대 주먹으로 고인의 코를 때리거나 모자로 짓누르는 비이성적인 행동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심씨는 1심 선고당일을 포함해 재판기간 중 총 7번의 반성문을 제출했지만 정작 유족에게는 사과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징역 5년 선고에 심씨는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지난 1월에는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달라”며 항소심 재판부에 보석을 청구하기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최씨 유족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 가족한테도 보복할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할 때) 재판장님께 이 사람을 좀 가려달라고 부탁했다”며 “가해자 집과 저희 집이 가깝기 때문에 두렵고, 도저히 그 사람을 보면 말문이 막혀서 가려달라고 했다”고 했다. 그는 “가해자가 보석을 신청했다는 말에 우리 가족들은 전전긍긍하면서 정말 정신이 완전히 나간 상태다”며 “너무 두렵고 무서워서 지금 이사를 하려고 마음을 먹고 알아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허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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