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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슈 끊이지 않는 성범죄

검찰, ‘언론계 미투’ 가해자 ㅍ뉴스 기자에 징역 1년 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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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1년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취업제한 5년 ‘구형’

“범행 부인에 피해자 고통…재발해선 안 되는 범죄”


한겨레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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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어린, 연차가 낮은 여성이 조직의 ‘꽃'이 되기를 기대하며 서슴없이 이뤄지는 말과 행동은 그 어느 상황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비뚤어진 시선과 인식, 언행이 그간 줄어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100명 중 단 한 명이라도 그릇된 인식을 가진 이가 있다면, 피해는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피고인과 같이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아무런 처벌 없이 남아있다면 더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지난 2018년 언론계 ‘미투’를 촉발한 변영건(29) 전 기자는 19일 법정에서 이같이 밝혔다. 변 전 기자는 2018년 2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2015년 12월부터 2016년 4월까지 경제신문사 ㅍ뉴스의 수습기자로 일하며 겪었던 성추행 피해를 폭로했다. 이날 검찰은 변 전 기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ㅍ뉴스 부장급 기자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정성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아무개(58)씨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1년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취업제한 5년 명령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해자가 범행 일시를 특정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고, 피해 진술이 구체적이고 신빙성이 있다”며 “사건 당시 있었던 해당 회사 전·현직 기자들이 피해자의 진술에 부합하는 진술을 해 더욱 신빙성이 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그런데도 피고인은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상당한 고통을 받고 있다”며 “무엇보다 이 사건은 회사 조직 내에서 벌어진 범죄일 뿐 아니라 언론계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발생한 것이므로 절대 재발해서는 안 되는 범죄인 점을 고려해달라”고 덧붙였다.

변 전 기자는 재판에서 피해자 변호사가 대독한 입장문을 통해 “끝까지 재판을 이어가는 것은 잠시라도 몸담았던 언론계가, 그리고 우리 사회가 달라지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언론계 내에 여전히 수많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있다”며 “언론계에 다시는 저와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변 전 기자는 지난 2018년 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신입 교육을 담당한 부장은 대부분의 회식 자리에서 제 옆에 앉았다. 어떤 날은 웃다가 어깨나 허벅지를 만졌고, 어떤 날은 다리를 덮어놓은 겉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기도 했다”며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개했다. 해당 언론사는 같은 해 3월 조씨에 대해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징계를 받은 조씨가 2018년 10월 변 전 기자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이에 변 전 기자는 방어권 차원에서 조씨를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다음은 변영건 전 기자 입장문 전문.



20대 후반에 피해를 입었던 저는, 이제 30대가 됐습니다. 문제 제기 이후 4년이 흐른 지금, 당시 함께 일했던 동료들은 이 사건 덕에 언론계가 과거보다 조금이나마 건강해졌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해결된 바가 없습니다. 저는 이 사건으로 불편한 일상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언론계를 영원히 떠나게 됐고, 순간순간 떠오르는 기억의 파편은 아직까지도 저를 힘들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재판을 이어가는 것은 잠시라도 몸담았던 언론계가, 그리고 우리 사회가 달라지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어린, 연차가 낮은 여성이 조직의 '꽃'이 되기를 기대하며 서슴없이 이뤄지는 말과 행동은 그 어느 상황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비뚤어진 시선과 인식, 언행이 그간 줄어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100명 중 단 한 명이라도 그릇된 인식을 가진 이가 있다면, 피해는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피고인과 같이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아무런 처벌 없이 남아있다면 더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언론계 종사자들이 수년이 지난 이 사건의 귀추에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지난한 재판 과정을 지나오는 동안 제 바람은 단 하나였습니다. 피고가 정당하게 처벌받음으로써 저와 언론계가 새 발을 내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본 사건의 피해자는 저만이 아닙니다. 단발적으로 이뤄진 일도 아닙니다. 또한 언론계 내에 수많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있습니다. 때문에 본 재판이 향후 언론계와 그 종사자들에게 미칠 영향은 매우 큽니다. 잠시나마 애정을 갖고 몸 담았던 언론계에 다시는 저와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피고인을 비롯해 언론계 내에 숨어있는 또다른 가해자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엄중한 처벌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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