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똑똑한 리더들이 멍청한 의사결정을 할까'
국내 최고 유니콘(자산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기업) 전문가이자 행동경제학의 선구자인 유효상 숭실대학교 교수가 최근 발간한 ‘리더의 오판’은 첫 페이지, 첫 문장부터 독하다. 능력을 인정 받아 수많은 사람들과 조직을 이끌고 있는 리더들을 향해 멍청하다고 말한다.
이후에도 책에는 리더들이 들으면 언짢을 이야기로 가득하다. 커뮤니케이션, 직원 평가, 인재 선발, 의사결정, 전략 수립 등에 있어 리더들이 숱하게 저지르는 오판들을 적나라하게 꼬집는다.
유 교수가 리더들을 향해 모진 소리를 하는 건 리더의 오판은 리더 개인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한 조직, 더 나아가 기업과 국가 전체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 기술 발달로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리더의 현명한 판단은 더욱 중요해졌다. 저서 ‘판단과 선택’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바탕으로 올바른 리더십의 방향을 제시했던 유 교수가 작심하고 리더들을 위한 책을 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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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를 위한 책? 모두를 위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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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만난 유 교수는 이번 책의 독자층이 얇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상이 '리더'로 분명하게 정해져 있어서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결코 리더만을 위한 책이 아님을 알게 된다.
우리는 회사의 CEO(최고경영자), 군대의 지휘관, 스포츠팀의 감독을 비롯해 한 국가의 지도자까지 항상 리더와 함께 호흡하며 생활한다. 따라서 리더의 오판은 우리 삶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리더의 오판을 잘 이해해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또 지금 당장은 리더의 자리에 있지 않더라도 앞으로 리더로 성장해 감에 있어 현명한 판단을 위한 내용들은 반드시 숙지해야할 것들이기도 하다.
책은 엄중한 리더의 판단 문제를 다룸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사례와 재미있는 행동경제학의 실험, 법칙들을 중심으로 풀고 있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리더의 오판'이 리더만을 위한 책이 아닌 이유다.
책을 보면 왜 말은 리더가 하고 이해는 부하직원이 해야 하는지, 왜 유능한 직원은 떠나고 무능한 상사가 최고의 자리에 올라가는지, 왜 리더는 스스로를 과신하며 성공을 쉽게 확신하는지 등 일상에서 빈번하게 목격했던 리더의 잘못된 행동의 원인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다.
'리더의 오판' 저자 유효상 숭실대 교수가 지난해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콘퍼런스 '2020 키플랫폼'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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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당신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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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교수는 변화를 위해 중요한 것은 리더 스스로 자신이 잘못 판단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상당수의 리더들은 책에 나오는 오판 사례들이 자신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그 리더가 이끄는 조직의 구성원들은 "바로 당신의 이야기야"라고 말할 가능성이 크다. 오판하는 리더는 자신이 잘못 판단하고 있다는 사실 조차도 모른다. 스스로에 대해 과신할 뿐 아니라 위계로 인해 조직원들이 리더의 앞에서는 바른 소리, 직언을 하지 못하고 비위를 맞춘다. 이러한 리더들은 현명한 판단으로 조직을 잘 이끌고 있다고 착각할 뿐이다.
따라서 유 교수는 리더의 변화를 조직 내부에서 이끌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변화의 대상이 돼야 할 리더가 동시에 변화를 이끌어야 하는 주체가 돼야 하는 모순되는 상황 때문이다. 그래서 유 교수는 리더의 오판을 줄일 수 있는 시스템과 외부자의 눈과 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금까지 "리더십은 이래야 한다"라고 정의하는 책들은 수없이 많았다. 하지만 성공한 리더십의 정답은 없다. 다만 위기 대응력과 실패 회복력을 갖추고, 본인도 완벽한 의사결정을 하는게 아닌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는 한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하며 끊임없이 학습해야 할 뿐이다.
열린 마음으로 잘못을 받아들이는 리더에게는 '리더의 오판'이 최고의 리더십 지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리더의 오판=유효상 지음. 클라우드나인 펴냄. 304쪽/1만7000원
김상희 기자 ksh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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