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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LH 임직원 투기 논란

LH 땅투기 의혹이 역린 건드렸다, 난타당하는 '文정부 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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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0년 SNS 이슈 빅데이터 분석

경제·정치 ‘핵심가치’서 공정의 비중

각각 10.3%→32%, 28.3%→51% 급등

맞벌이를 하는 양모(31)씨 부부는 결혼 이후 신청한 주택청약에서 모두 떨어졌다. 기준을 넘는 소득 때문에 특별공급에 넣을 기회는 없고, 일반공급 당첨도 먼 나라 이야기다. 그는 “부부 중 한 명이 일을 그만둬야 청약이 되는 건가 하다가도 ‘그럼 돈은 어떻게 모으고, 아이는 어떻게 낳냐’는 생각에 계속 일을 하고 있다”며 한숨지었다. 지금 살고 있는 서울 전셋집 집값은 1년 전보다 4억원이 올랐다.

그는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이 내부 정보로 돈을 벌었다는 소식을 보고 한국 사회의 공정성에 대해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했다. 양씨는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일한 사람은 폭등한 부동산값에 돈 벌 기회를 놓치고, 누군가는 치밀하게 반칙을 한 덕분에 거액을 손에 쥐는 것에 공포를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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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직원들이 사들인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소재 농지의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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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민국에서는 ‘공정’이 이야기의 주제가 되는 순간 목소리가 높아진다. 정권 출범 때부터 공정성을 강조한 이 정부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4%가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서강대 석좌교수)은 “1970~1980년대만 해도 불공정의 개념은 사회적 강자들의 비리·착취에 가까운 개념이었다”며 “그러나 현재는 정치·경제·사회의 모든 문제를 포괄할 정도로 스펙트럼이 넓다”고 짚었다. 그는 “최근 LH 투기 의혹에 대중의 분노가 커진 것은 공정이라는 제일 민감한 이슈를 건드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역대 최악 자산 불평등이 원인으로 꼽혀



이는 국가미래연구원과 전문분석업체 타파크로스가 2019~2020년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빅데이터 약 1억1147만 건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2019년 공정 관련 이슈의 핵심가치 비중은 전체의 12.9%를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27.7%로 2배 이상으로 늘며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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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분야핵심가치변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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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정치·경제 분야에서 모두 핵심가치 1위로 꼽힐 정도로 공정 관련 이슈의 파급력이 컸다. 정치 분야에서는 ‘아빠 찬스’ 논란을 불러온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유죄 판결, 후임자 추미애 전 장관 아들의 병역 특혜 논란이 대표적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문제, 윤미향 민주당 의원의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후원금 횡령 혐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폭력 사건 등도 공정이라는 뇌관을 건드렸다. 정치 분야 핵심가치에서 ‘공정’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9년 28.3%에서 지난해 51%로 절반을 넘은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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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분야 핵심가치 변화.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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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분야에서도 공정의 핵심가치 비중이 같은 기간 10.3%에서 32%로 급증했다. 2019년 30%가 넘었던 ‘발전’이 지난해에는 사라지다시피 한 것과 대비된다. 지난해 빅데이터 분석에선 부동산·주식 관련 이슈가 주요 화두였다. 원인으로는 역대 가장 심각한 자산 불평등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을 얼마나 열심히 해서 돈을 버느냐보다, 부동산·주식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돼서다.

지난해 자산 상·하위 20%를 비교한 ‘순자산 5분위 배율’은 166.64배로, 2019년(125.60배)보다 41.04배포인트 올라 최악의 자산 불평등도를 나타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5억9829만원, KB국민은행 자료)이면 4년 전 서울 아파트 한 채(2017년 2월 평균 5억9861만원)를 구할 수 있을 정도로 집값이 폭등한 영향이다.



“정부 정책 실패로 공정 가치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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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하는 자산 양극화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통계청 국가통계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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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정치학) 교수는 “결국 땀 흘려 번 월급의 가치, 노동의 가치가 갈수록 낮아지게 됐다”며 “서민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에서 서민이 상대적으로 더 고통받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정책의 실패로 공정이라는 가치를 훼손하면서까지도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정책 선회를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문제는 공정에 대한 기대감이 갈수록 희박해져 간다는 점이다. LH 직원의 투기 의혹에 대해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수능 답안지를 보면서 수능을 친 것이나 다름없다”며 분노한다. 경기도 동두천의 한 요양병원 이사장 가족이 코로나19 백신을 부정 접종한 ‘백신 새치기’ 사건은 “공정이란 단어가 산산조각이 났다”는 반응이다.

이 밖에도 재난지원금 지급 역차별 논란, 사회적 거리두기의 형평성 문제, 개인 투자자에게 불리한 공매도 제도,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다양한 이슈에서 공정에 대한 불만은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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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분야 핵심가치 변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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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고도 성장기에는 경제가 성장하면 불평등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여겼고,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가 심화하자 불공정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시작했다”면서 “기대를 걸었던 지금 정부도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니 이에 실망한 사람이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비단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SK하이닉스에서 시작해 삼성·LG·네이버 등으로 퍼진 대기업 성과급 내부 갈등에서처럼 요즘 젊은이들은 ‘노력의 결과가 마땅한 대가로 돌아와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김용학 타파크로스 대표는 “신분 상승의 사다리가 막혔다고 본 20대의 공정에 대한 분노가 SNS 등을 통해 더 크게 표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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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분야 핵심가치 변화.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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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수저 계급론’으로 공정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고개를 들었다면, 촛불 혁명으로 대통령을 탄핵한 경험은 공정에 대한 실천력을 갖게 했다”고 분석했다. 곽 교수는 “개인이 부동산·주식 투자로 몰린 것은 공정한 경제를 사회가 유지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드러난 것”이라며 “국가가 공정과 정의를 보장하지 못하다 보니 최근 이어지는 학교폭력 폭로처럼 개인 스스로 공정과 정의를 만들어내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치·경제·사회를 통틀어 조사 기간 가장 많이 언급된 이슈는 코로나19 대유행(5234만 건)이었다. N번방 사건과 텔레그램을 통한 조직적 성 착취(1033만 건) 문제, 4·15 국회의원 선거에서의 더불어민주당 압승(494만 건)의 언급도 많았다.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첫 1위를 차지(447만 건)한 것과 트로트 열풍(318만 건) 등 문화계 이슈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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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파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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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 어떻게 조사했나

2019·2020년 주요 SNS와 대중매체 등에서 화제가 된 7000개 이슈 가운데 1000개 이슈를 선정해 빅데이터 분석을 했다. 이와 관련된 총 1억1147만여개의 반응이나 언급 등에서 키워드를 추출해 핵심가치를 찾았다. 국가미래연구원이 빅데이터 전문기업인 타파크로스에 의뢰해 조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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