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국 김민정 기자] 비트코인 가격이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비트코인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이어 유력 금융기관들까지 투자 의향을 밝히는 등 비트코인의 가치를 인정하는 발표들이 잇따르고 있지만 사상 최대의 거품이라는 경고의 목소리도 높다.
두 달 사이 2배 가까이 폭등한 비트코인 ‘머선 129’
잠잠하던 비트코인에 갑자기 파란불이 켜진 시기는 지난해 12월 중순부터였다.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빗썸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19일 2,500만원을 돌파하면서 약 3년 만에 역대 최고가(2018년 1월 7일 2,504만 4,000원)를 경신했다.
3년 만에 잠에서 깨어난 비트코인은 이후 무서운 상승세를 보였다. 그리고 올해 1월 4,000만원선을 기록하던 비트코인은 2월 들어 보란 듯이 다시 폭등했다.
2월 14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비트코인 1개 가격은 5,240만원선을 기록했다. 올해 1월 말까지만 해도 비트코인의 폭등에 대해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믿으려 하지 않던 여론은 2월 8일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15억달러(약 1조 6,755억원)가량의 비트코인을 매입했다는 사실을 공시하면서 결정적으로 불이 붙었다.
테슬라는 향후 자사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결제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채택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비트코인 가격과 테슬라 주가 모두 급등하기 시작했다.
주식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미국 시가총액 6위) 테슬라라는 거물이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시장에 엄청난 임팩트를 주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테슬라의 비트코인 투자는 ‘암호화폐가 주류시장에 채택되고 있다는 강력한 시그널’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시장도 테슬라의 묵직한 한방에 일제히 반응하고 있다. 테슬라에 이어 유력 금융기관들까지 투자 의향을 밝히는 등 비트코인의 가치를 인정하는 발표들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테슬라에 이어 가장 상징적인 비트코인 ‘우군’은 글로벌 수탁은행인 BNY멜론은행이다. 멜론은행은 자산운용 고객들을 위해 비트코인 등 디지털 가상자산의 보유·이전·발행 업무를 개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BNY멜론 은행은 통합 은행의 역사가 237년에 달하는 정통 화폐시스템의 총본산과도 같은 곳이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인 BNY멜론은행이 주류 금융권 중 처음으로 디지털 가상 자산을 취급하기로 하면서 후속주자들도 속속 비트코인의 세계로 입성할 전망이다.
이더리움·리플·도지코인도 ‘롤러코스터’
암호화폐 투자 열풍은 비단 비트코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비트코인을 시작으로 암호화폐 투자 열풍은 이더리움, 리플, 도지코인 등 다른 암호화폐로 옮겨 붙는 모습이다.
다만 비트코인을 제외한 다른 암호화폐들은 급등락을 반복하며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이더리움은 지난해 12월 세계 2위 선물상품거래소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이더리움(ETH) 선물 출시 계획을 발표하자, 700달러 수준이던 이더리움 가격은 급등하기 시작했다.
CME에 상장된 지난 2월 8일 종가 기준 1751.75달러까지 올랐으며, 거래 규모는 액면 기준으로 3,000만달러를 넘기도 했다.
리플의 경우, 커뮤니티를 통해 리플 단체 매수 활동을 전개할 것이 예고되면서 변동성이 커졌다.
1월 30일 300원대에서 2월 1일 저녁 고점인 833원을 찍은 뒤 3시간 만에 456원으로 반토막 났으며, 이때 리플 총 거래량은 38조원으로 올 초 평균 일 거래량인 5조~6조원보다 6배 이상 높았다. 이후 다음날인 2일 390원대로 하루 새 폭락세로 돌아섰으며, 2월 18일 현재 5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개미군단의 상징인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회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최고가(0.087달러)를 기록한 ‘도지코인’ 역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트위터에 글을 올려 또 한번 화제가 됐다.
도지코인은 2013년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빌리 마커스와 잭슨 팔머가 재미 삼아 만든 암호화폐다.
머스크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주요 도지코인 보유자들이 갖고 있는 코인 대부분을 매각한다면 나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것”이라며 “내 생각에는 지나친 집중이 유일한 진짜 문제”라는 글을 올렸다.
머스크의 언급 이후 도지코인 시가총액은 한때 100억달러를 넘기도 했으며, 가격은 16% 급등한 0.08달러로 치솟았다.
‘투기냐, 투자냐’… 안전성 의심은 ‘여전’
이렇게 세계의 유력 금융 거물들이 속속 암호화폐의 공간 속으로 들어오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에는 회의적인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시장에서는 지난 2009년 1월 3일 비트코인이 처음 ‘창조’된 이래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안정성’에 대한 의심이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은 올해 들어 지난해 연말과 비교해 60% 가량 폭등했다.
과거 비트코인은 2017년 2만달러(약 2,200만원)선을 넘어서며 당시 최고가를 기록하다가 중국의 암호화폐 단속으로 그해 12월에는 3,200달러(약 350만원)선으로 폭락한 바 있다.
여기에 암호화폐가 아직까지 실질적인 사용처가 없는 데다 돈세탁에 사용되거나 일부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도 걸리는 부분이다.
암호화폐가 버블이라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들은 비트코인 등이 여전히 투기 자산에 불과하며 역사상 가장 큰 거품으로 끝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닥터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많은 사람이 터무니없는 가격에 암호화폐를 사고 있다”며 “투자하면 돈을 날리고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금을 비롯한 대다수 원자재의 경우 어느 정도 효용성이 있지만, 비트코인은 효용성이 없기 때문에 반드시 거품이 꺼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암호화폐를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사용처가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다.
테슬라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결제수단으로 채택하겠다고 발표하기는 했지만, 비트코인은 기관 매수세에도 과거와 같은 과도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어, 다른 회사의 재무책임자들이 이를 결제수단으로 채택하기는 쉽지 않은 탓이다. 암호화폐는 돈세탁 가능성이 큰 만큼, 추가로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비트코인은 화폐(real currency)가 아니다”며 “ECB는 그걸 사지도 보유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또 돈세탁 가능성을 들어 비트코인에 대한 추가 규제를 촉구했다. 실제로 분석 회사인 체인 아날리시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가상자산을 통한 불법 거래는 100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급등락을 반복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번에는 기관의 매수세가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암호화폐를 ‘투자’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많다.
비트코인은 2017년 말 2만달러 선을 넘은 후 급락장을 거쳐 3,000달러 선까지 폭락한 경험이 있지만, 당시에는 개인이 장을 이끌어 현재 급등장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JP모건체이스는 비트코인이 투자자산으로 금의 경쟁자로 떠올랐으며, 금과 비슷한 대접을 받으면 가격이 장기적으로 14만 6,000달러(약 1억 5,861만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마이클 세일러 CEO도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라며 “비트코인은 3년 전보다 안정적인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가상자산 투자사 그레이트케일의 운용자산은 지난 1월 21조원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국 뉴욕 증시 상장사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이미 7만 2,000개의 비트코인을 소유하고 있다.
테슬라도 비트코인으로 자사 전기차를 결제하려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관의 매수세는 더 거세질 전망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비트코인으로 음식값을 결제하고 물건을 팔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 결제 서비스 페이코인이 국내 90만 이용자를 대상으로 비트코인 결제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4월부터 페이코인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손쉽게 구매하고 이를 통해 국내 6만여개 페이코인 제휴 가맹점에서 결제 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해외 글로벌 핀테크 업체들이 앞다퉈 가상자산을 구매·교환할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암호화폐 급등은 과거와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면서 “글로벌 기업, 외국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암호화폐 사업 진출이 가시화되긴 했지만, 변동성이 너무 커 개인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손을 대는 건 위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민정 기자 minj@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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