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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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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300조’ 말한 적 없다는 안민석, 4년전 방송 인터뷰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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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국정 농단’ 사건으로 징역 18년을 선고받고 청주여자교도소에 수감 중인 최순실(65·개명 후 최서원)씨가 24일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고소인 자격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수년간 지속적으로 재산 은닉 의혹을 제기한 안 의원을 2019년 9월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죄 혐의로 고소한 데 따른 것이다. 최씨는 고소장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재산이 최태민 일가로 흘러 들어가 최순실 재산 형성에 기여했다”는 취지의 안 의원 발언이 모두 거짓이라고 했다.

최씨는 고소인 조사에 앞서 청주지검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어떠한 재산 은닉도, 해외 페이퍼컴퍼니도 없다”며 “‘은닉 재산이 2조원이나 10조원이다' ‘독일 검찰에 따르면 독일 사람 이름으로 수백 개의 페이퍼컴퍼니가 생겨났다 없어졌다’는 안 의원의 발언에 책임을 지워달라”고 했다.

진술서 내용이 알려지자 안 의원은 자신이 ‘최씨 은닉재산 규모가 300조원이라고 주장했다’는 내용은 “왜곡 날조”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씨 은닉재산 300조설(說)은 극우진영에서 반복적으로 주장하는 가짜뉴스로, 국정농단을 거짓으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깔려있을 것”이라고 했다.

◇ ‘최순실 은닉 재산=300조원’, 어디서 나왔나

하지만 한때 포털 검색에서 ‘안민석'을 치면 ’300조'가 연관 검색어로 뜰 정도로 안민석 의원에게는 ‘최순실 300조설'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그 발단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스위스·리히텐슈타인·오스트리아·헝가리 등 유럽 5개국을 8박9일 동안 돌며 최씨 일가의 재산을 추적한 뒤 돌아온 안 의원은 7월 26일 JTBC뉴스룸 인터뷰에서 “페이퍼컴퍼니가 500개 정도로 확인됐다”며 “네덜란드 페이퍼컴퍼니는 실질적으로 국내에 있는 최순실 일가의 회사로 2000억원 투자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최씨 은닉 재산 추정치를 묻는 앵커 질문에 답하면서 ’300조원'을 언급했다. 안 의원은 “박정희 대통령의 통치자금을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300조가 넘는 돈” “그 돈으로부터 최순실 일가 재산의 시작점” 등의 발언을 했다. 안 의원의 정확한 발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앵커: 이거 너무 좀 단순한 질문일지 모르겠는데요. 그렇다면 안민석 의원이 지금까지 파악한 최순실의 은닉 재산은 대략 어느 정도나 된다고 추정을 하십니까?



“안민석: 그것은 단언하기 어렵지만 프레이저 보고서에서 보고한, 조사한 당시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통치자금 규모가 당시 돈으로 8조9000억 원, 지금 돈으로 300조가 넘는 돈. 그리고 그 돈으로부터 최순실 일가 재산의 시작점을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후 앵커가 ‘지금 말씀하신 내용이 다 밝혀지면 파장이 굉장히 클 것 같다’고 하자 안 의원은 “화산이 폭발할 수도 있다는 기대를 해 본다”고도 했다.

안 의원이 ‘최순실의 은닉 재산이 300조원’이라고 직접적으로 발언한 것은 아니지만, 문맥상 ‘최순실 재산이 최대 300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해석할 만한 여지가 충분했던 셈이다. 실제로 인터뷰가 보도된 이후 온라인에서는 ‘최순실 재산이 300조원’이라는 얘기가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인터뷰가 게재된 포털 댓글에는 “빌게이츠 재산이 100조, 우리나라 예산이 400조인데 최순실 재산이 300조라니” “문재인 금괴 이야기랑 다를 게 없다” 는 등 댓글이 달렸다.

친여(親與)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인터뷰 당일 “[안민석 의원발] 최순실 해외 은닉 재산 규모, ‘추정’ 300조라고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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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커뮤니티


이 글에는 “고작 몇십억에 땅 투기하고 딸 말 사달라고 조르고 그랬다기에는 너무 많다” “300조는 너무 나간 것 같다”는 의견이 올라왔다. 또 “투자를 잘 했으면 300조도 될 수 있고, 그대로 계좌에 있었다면 9조일 수도 있겠다”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했다면 300조는 쉽게 넘었겠다”는 댓글도 달렸다.

탄핵의 여진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300조 발언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반응과 함께 안 의원을 영웅시하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당시 “300조원에 이르는 불법 은닉재산… 반드시 찾아서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 “최순실 은닉재산이 최소 300조원이라는 소식에 기함한다” 등 내용이 올라오기도 했다. 안 의원의 발언을 ‘오해’한 것은 극우세력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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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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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민석 “최씨 재산 조 단위” 여러 번 주장

JTBC 인터뷰 전후로도 안 의원은 최씨가 천문학적 단위의 재산을 은닉해놓았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2016년 12월 22일 JTBC ‘썰전’에 출연해서는 최씨 일가 재산이 “조 단위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최순실 일가의 재산이 몇 천억원대지만, 조 단위일 것으로 본다”며 “(은닉재산) 거기에 상당 부분이 독일에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이미 돈 세탁을 했다고 보고 추적하고 있다”고 했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박영수 특검이 수사 결과를 발표한 2017년 3월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최순실 재산이 “200억원의 100배 정도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자가 ’200억원의 100배면, 그럼 2조란 말씀이냐'고 묻자 안 의원은 “네. 저는 그 정도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 그래서 최씨 재산은 얼마?

그렇다면 최씨의 실제 재산은 얼마일까. 박영수 특검은 2017년 3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최순실 일가 70여명(사망자 6명 포함)의 재산이 2730억원 규모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중 최씨의 재산은 부동산 36건에 총 228억원으로 파악됐다. 서울 강남에 있는 최씨 명의로 된 지하 2층, 지상 7층의 건물이 재산 중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안 의원은 이 조사 결과에 대해 “특검이 다른 건 100점 만점에 최고 점수를 줄 만큼 열심히 잘했는데, 재산 은닉 부분은 거의 낙제라고 혹평을 해도 과하지 않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하지만 특검의 조사 결과를 뒤집을 만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인 2018년 6월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금융정보원 등 6개 기관이 참여한 범정부 합동조사단이 출범해 최씨의 해외 은닉 재산을 샅샅이 뒤졌으나 성과가 없었다.

이 결과를 두고 안 의원은 “대통령이 지시했고 조사권과 수사권을 가진 국가기관들이 TF를 만들었으니 역대 어느 정권도 해내지 못한 권력자와 재벌들의 빼돌린 해외 돈세탁 자금을 조사하고 환수하리라 믿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해 참으로 유감”이라고 했다.

정리하면, 안 의원이 ‘최순실 300조원'을 직접 말한 것은 아니지만, 대중들로 하여금 그렇게 오인할 만한 여지를 준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가 주장한 ‘박정희 통치자금 300조원'이나 ‘최순실 은닉재산 수조원'은 전혀 입증되지 않았다. 결국 공명심에 사로잡힌 5선 의원의 무리수가 스스로를 함정에 빠뜨린 셈이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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