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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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양극화 타개’를 임기 후반기 최우선 국정 목표로 내세우자, 그간 ‘건전 재정’을 금과옥조처럼 말해온 대통령실과 정부가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대통령실은 추가경정예산 편성까지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문재인 정권과 뭐가 다르냐”는 비판이 일자 더 이상 추경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 내년 예산안 심의가 진행 중인 와중에 내년 추경부터 언급하는 게 스스로도 겸연쩍었을 것이다. 경위야 어떻든 윤 정부가 임기 후반기 재정 운용 기조를 ‘긴축’에서 ‘확장’으로 바꾸려는 건 분명해 보인다.
그동안 “체감 경기가 코로나 팬데믹 때보다 더 나쁘다”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윤 정부 경제팀은 “내수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강변해 왔기에 ‘확장 재정’으로의 전환은 느닷없어 보인다. 경제부총리는 얼마 전 국회에서 ‘경제지표와 체감 경기 간 괴리 문제’를 지적하자 “그동안의 고금리, 고물가 누적 때문에 괴리감이 있는 것이며, 위기 상황이나 불안한 상황은 지나갔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재정 의존이 아닌 시장 주도의 성장 모습을 보이는 등 성장의 질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고 말해왔다. 며칠 전 기획재정부는 윤 정부 전반기를 평가하며 “물가 안정, 고용 확대, 수출 활성화를 통해 글로벌 복합 위기의 충격을 최소화했고, 가계 부채, 국가 부채를 연착륙시켰다”고 자화자찬한 바 있다.
입만 열면 건전 재정을 강조하던 정부에서 2년 연속 수십조 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해 환율 방어 비상금으로 세수 구멍을 메우고, 그런 꼼수까지 동원하고도 국가 부채가 연평균 70조원씩 불어나도, 현 경제팀은 건전 재정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강변해 왔다. 하지만 내수 침체 양상이 깊어지면서, 급기야 3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0.1%로 떨어지며 시장에 ‘성장률 쇼크’를 안겼다. 그런데도 경제팀은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재정을 동원하는 강력한 경기 부양책은 회피한 채, “내수가 회복 중”이라며 희망고문만 반복해 왔다. 이랬던 경제팀이 대통령이 ‘양극화 해소’를 강조하자, 이제 와서 ‘적극 재정’을 부르짖고 있다.
‘양극화 해소’라는 국정 목표 자체는 나쁠 게 없다. 책임감 있는 정부라면 마땅히 추구해야 할 정책 목표이다. 하지만 임기 전반기 ‘시장경제 활성화’를 위해 감세와 재정 긴축을 주도했던 경제팀이 경제 철학을 180도 바꿔 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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