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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 자율형 사립고와 교육계

자사고 폐지 또 법원서 제동..."평가기준 소급적용해 재량권 일탈·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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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화·배재고 지정취소 위법 판결

교육당국 부산 이어 서울서도 패소

고교학점제 전면도입에 악재될듯

서울경제


서울의 세화·배재고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 처분이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승소한 부산 해운대고에 이어 서울권에서도 법원이 자사고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오는 2025년까지 자사고를 폐지해 일반고로 전환하려는 교육 당국의 계획에 악재로 작용하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이상훈 부장판사)는 18일 세화고 학교법인 세화학원과 배재고 학교법인 배제학당이 서울특별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자율형사립고등학교 지정 취소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배재고와 세화고에 대한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을 취소한다”며 “소송 비용은 모두 서울특별시교육청이 부담하라”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세화·배재고는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 2018년 교육부와 11개 시도 교육청이 공동 개발한 ‘자사고 평가 지표 표준안’이었다. 자사고는 5년마다 재지정 평가를 받는데 교육 당국들은 해당 표준안을 통해 평가 합격 커트라인을 60점에서 70점으로 높였다. 또한 해당 평가 기준을 2015~2019년 운영 성과에 소급 적용했다. 결국 상당수 자사고가 새 커트라인에 미달한 60점대를 받고 2019년 지정 취소됐다. 자사고들은 지표 자체가 불리하게 만들어진 데다 소급 적용까지 된 것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18일 판결에 대해 “피고가 중대하게 변경된 평가 기준을 이 사건 평가 대상 기간에 소급 적용해 평가를 진행하고 학교가 지정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평가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자사고 제도 자체를 폐지하거나 지정된 자사고 수를 현저하게 줄일 수밖에 없는 공익상 필요가 인정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평가 기준을 소급 적용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패소 이후 입장문을 통해 “고교 교육 정상화에 역행하는 퇴행적 판결”이라며 항소 의지를 밝혔다. 또한 “2019년 자사고 운영 성과 평가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했고 행정처분 과정에도 아무런 법률·행정적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부산지법 제 2행정부(최윤성 부장판사)는 해운대고의 학교법인인 동해법인이 부산시교육청을 상대로 낸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 취소소송에서 동해법인 승소 판결을 내렸다. 부산시교육청이 항고했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서울에서는 2019년 7월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을 받은 8개 학교 가운데 승소한 세화·배제고를 제외한 나머지 6개교의 재판이 아직 진행되고 있다. 이들 6개교는 경희·숭문·신일·중앙·이대부고·한대부고다.

교육 당국이 다른 자사고와의 행정소송에서도 연패하면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 정책에도 제동이 걸릴 우려가 있다. 교육부는 자사고와 특목고 등을 일반고로 전환한 뒤 모든 학교에 고교학점제를 적용해 학교 간 서열화를 없애기로 한 상태다.

이에 대해 당국 관계자는 “이번 행정소송은 2019년 자사고 재지정 평가 절차의 적법성을 다룬 것일 뿐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자체를 다룬 것이 아니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반면 교육계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크게 보면 자사고·특목고 폐지 정책의 부당성을 가리는 소송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며 “현재 헌법재판소에도 이와 관련한 헌법 소원 심판이 청구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민병권 기자 newsroom@sedaily.com, 김창영 기자 kcy@sedaily.com, 이희조 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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