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전옥주씨.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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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시민 여러분, 지금 우리 형제자매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여러분, 도청으로 나오셔서 우리 형제자매들을 살려주십시오."
1980년 5월 광주민주항쟁 초기 시민 참여를 독려하는 거리방송에 나섰던 전옥주(본명 전춘심)씨가 지난 16일 별세했다. 72세.
전남 보성에서 태어난 전씨는 당시 서울의 한 대학에서 고전무용을 전공하고 무용학원을 차리기 위해 준비중이었다. 하지만 친척이 있는 광주에 갔다가 계엄군의 잔혹한 진압 모습을 보고 마이크를 잡게 된다. 그는 주로 항쟁 초기(5월 19~21일) 차량에 탑승해 확성기나 메가폰 등으로 가두방송을 하며 항쟁 동참과 부상자를 위한 헌혈을 촉구했다.
5·18 당시 시민들과 계엄군 사이에서 가두방송하는 전옥주씨의 모습. 전씨는 영화 ‘화려한 휴가’에서 배우 이요원이 열연한 '신애'의 모티브가 된 인물이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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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군을 향해 "당신들은 피도 눈물도 없느냐"며 "이 나라가 누구의 나라냐"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전씨는 계엄군에게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했고, 이후 평생 후유증을 앓아왔다. 포고령 위반과 소요사태 등 혐의로 15년형을 받고 수감됐다 81년 4월 사면돼 풀려났다.
전씨는 광주항쟁을 소재로 한 영화 '화려한 휴가'에서 배우 이요원이 열연한 '신애'의 모델이 된 인물이기도 하다. 다만 영화와 달리 5월 27일 계엄군의 진압을 앞두고 시민군이 했던 마지막 방송은 대학생이던 박영순씨가 전남도청 1층 방송실에서 한 것이다.
고인의 빈소는 가족이 있는 경기도 시흥시 시화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19일이며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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