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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끊이지 않는 성범죄

쏟아지는 ‘학폭 미투’…배구계는 대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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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협회·연맹은 전전긍긍

16일엔 “구단서 합의 종용” 폭로

무관한 선수이름 인터넷 거론도

정부 “학교 체육 징계 이력 관리”

중앙일보

여자배구 이재영, 다영(액자 속 맨 왼쪽) 자매가 몰고 온 학폭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사진은 16일 비상 대책회의가 열린 서울 상암동 한국배구연맹.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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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다영 쌍둥이 자매에서 촉발된 프로배구 선수 ‘학폭’(학교 폭력) 사건 폭로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배구계는 혼란에 휩싸였다. 프로배구단은 전전긍긍하고, 대한민국배구협회와 한국배구연맹(KOVO)도 고심 중이다.

16일 ‘신입 여자 프로배구 선수 학폭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왔다. 피해자는 “초등학교 시절 3년간 다수의 학생에게 학폭을 당했다. 주요 가해자인 B가 배구단에 입단했다는 소식을 듣고, 8일 구단에 연락했다. 2~3일 후 연락을 주겠다고 했으나 일주일간 연락이 없었다. B의 부모에게만 연락이 왔다. 구단에선 합의를 하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해당 구단 관계자는 “피해자가 구단에 연락해 ‘학교 폭력 사실을 알리고, 선수를 제명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실 파악을 위해 선수와 이야기했는데, 피해자 주장과 달랐다. 추가적인 사실 파악 후 처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14일에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프로 여자배구 학폭 피해자입니다”라고 글이 올라왔다. 현재 프로배구 선수로 활동 중인 한 여자 선수에게 학창시절 학교 폭력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15일에는 피해자의 언니가 글을 썼다. 언니는 “사과의 말은커녕 어떤 분은 동생의 기억을 의심했다. 사과할 생각도 없으면서 연락을 취한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동생과 가해자가 주고받은 메신저 내용을 공개했다. 함께 배구부 활동을 했던 한 선수는 “내가 한 거 확실해”라고 되묻는 메시지를 보냈다. 언니는 “가해자의 배구 인생을 끝내고 싶지 않았기에 인물을 특정하지 않았다. 그저 이 글을 보고 양심의 가책을 느낄 그 사람들에게 사과를 받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고 덧붙였다.

가해자 이름이 명시되지 않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특정 선수를 가해자로 지목하는 일도 벌어졌다. 해당 선수 소속 구단 관계자는 “구단에서도 전후 사정을 파악한 뒤, 사후처리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프로구단들은 이재영, 다영 자매처럼 ‘본인이 명확하게 시인한 경우 징계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피해자 주장만으로 판단하고 조치할 수 없어서다. 한 구단 관계자는 “잘못했다면 처벌하는 게 분명히 맞다. 피해자를 먼저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다만, 구단에는 선수도 보호 대상이다. 폭력의 사실 여부와 정도를 확인하는 게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배구협회가 이재영, 다영 자매에 대해 ‘국가대표 정지’ 처벌을 내리자 배구연맹은 16일 자문 변호사 및 경기운영본부장, 협회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 대책회의를 열었다. 대책 마련을 고심했지만, 선수 전수조사 등 사후대책만 나왔다. 근본적 해결책 마련이 쉽지 않은 분위기다.

정치권도 이번 사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체육계 폭력 근절”이라는 원칙을 강조한 가운데,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16일 원내 대책회의에서 “스포츠계 폭력 근절을 국가적 책무로 규정한다”며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문체부는 “교육부 등 관계 당국과 협의해 학교운동부 징계 이력까지 통합 관리해 향후 선수 활동 과정에 반영하겠다”는 긴급대책을 내놨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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