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지지자들은 이 소식에 열광했다. 머스크의 깜짝 발표에 비트코인 가격은 9일(현지시간) 4만8226달러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7일보다 25% 급등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신규 투자자들의 진출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은 결제 형태로 도약하는 속도가 더디다"고 진단했다. 당초 비트코인은 2008년 '전자 화폐'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물리적으로 현금을 교환하듯 디지털 방식으로 가치를 교환하기 위해 고안됐지만, 아직도 현금처럼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WSJ은 "수수료, 변동성 등은 비트코인의 일상적인 거래를 비현실적으로 만들었다"며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화폐로 받아들여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4달러 커피에 결제 수수료가 11달러?
먼저 소액을 결제하려는 사람들에게 비트코인 수수료는 큰 부담이다. 비트인포차트에 따르면 현재 비트코인 거래 중간값 수수료는 5.40달러 수준이다. 그러나 거래 수수료 평균은 사실상 11달러가 넘으며 결제 시 네트워크 트래픽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트래픽이 많으면 수수료가 폭등한다. 지난 3개월간 하루 평균 거래 수수료는 2.18달러에서 17.20달러까지 폭이 다양했다.
WSJ는 "스타벅스에서 4달러짜리 커피 한 잔을 사려는 이용자들에게 비트코인은 매력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다만 값비싼 사치품 구매에는 수수료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테슬라의 모델S와 같이 8만달러 이상 고가 제품을 사는 데는 수수료 부담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2013년부터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받아온 제프 클레이 칩에어 CEO는 "비트코인 구매자들은 충성심이 강하고 지출액이 큰 경향이 있다"고 WSJ에 말했다.
"하루 20% 급등락" 변동성은 기업에 리스크
비트코인의 또다른 장애물은 변동성이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9월 이후 4배 가까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변동성에 출렁인다. 단 하루 만에 20% 폭등과 급락이 가능하며 이유없이 가격이 추락하기도 한다.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활용한 결제 시스템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관계자들은 '제3자 결제'를 통해 변동성 위험을 완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비트코인을 통해 결제할 때 세금의 부담도 크다. 미국 국세청은 비트코인을 화폐가 아닌 재산으로 분류한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 판매자들은 거래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물론, 비트코인 장기 보유자들은 수익이 크기 때문에 세금부과에 개의치 않을 수 있다. 2017년 초에 비트코인은 1000달러 수준이었다.
테슬라가 비트코인 결제 판도 바꿀까
WSJ은 "테슬라의 발표를 둘러싼 '대소동'에도 불구하고 거래 측면에서는 비트코인이나 테슬라 자체의 판도를 바꿀 가능성은 작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비트코인 거래를 허용하는 업체에서 암호화폐 결제는 전체 매출의 약 5%에 불과하다. WSJ는 "이를 테슬라에 적용한다면 비트코인을 통해 결제된 차량은 지난해 판매된 50만대 중 2만5000대뿐"이라며 "반면 비트코인 소유자 간 거래는 하루 수십만 건에 이른다"고 했다.
JP모건체이스는 다른 대기업들이 테슬라를 따라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투자에 나서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는 다른 주류 기업들이 테슬라를 따라 비트코인 투자에 나서기엔 비트코인의 가격변동률이 너무 크다고 밝혔다.
기업 재무 포트폴리오는 은행예금과 머니마켓펀드(MMF), 단기채권 등으로 채워지며 연간 가격변동률은 1%를 맴도는 수준인데 비트코인을 추가하면 가격변동률이 크게 상승하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기업이 포트폴리오의 1%를 비트코인으로 채우면 80%인 비트코인의 연간 가격변동률로 인해 전체 포트폴리오의 가격변동률도 8%로 늘어날 수 있다고 JP모건체이스는 설명했다.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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