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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5년 만에 빼앗긴 '미얀마의 봄'…권력분점이 낳은 예고된 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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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군부 독재의 사슬을 끊고 2016년 민주정 시대를 열었던 미얀마에 또다시 군부 권력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1일 새벽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군최고사령관이 주도한 쿠데타 세력들은 미얀마 민주주의의 상징인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 집권여당 지도부를 줄줄이 구금하고 1년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쿠데타 명분은 지난해 11월 치러진 총선에서 수백만 명의 유권자가 누락되는 부정이 발생했다는 것인데, 국제사회는 근본적으로 수지 국가고문이 군부세력과 지난 수년간 위험한 권력 분점을 했던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언젠가 터질 수밖에 없었던 '예고'된 쿠데타였다는 것이다.

미얀마 군부는 이날 TV 성명에서 정부 고위 인사들의 구금 조치가 작년 11월 총선 부정선거 의혹에 따른 것이라고 스스로 정당화했다. 이어 "1년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며 "권력은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에게 이양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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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아웅 흘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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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생인 흘라잉 사령관은 수지 국가고문의 문민정부와 미얀마의 권력을 분점한 군부의 최고 지도자다. 2017년 로힝야족 인종청소 사태를 일으킨 군 책임자로 국제적 비난을 받아왔다.

수지 국가고문은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을 통해 이번 사건을 "미얀마를 다시 군부 독재로 되돌리는 행동"이라고 규탄하고 국민에게 "쿠데타를 받아들이지 말 것"을 촉구했다. AP·신화통신 등은 미얀마 정부가 모든 여객기 운항을 중단했으며 양곤 국제공항이 5월까지 폐쇄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얀마은행협회는 은행들을 일시 폐쇄하고 금융 거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군부는 2015년 총선에서 수지 국가고문이 이끄는 집권 NLD에 패배한 뒤 작년 11월 총선에서 재기를 노렸으나 미얀마 국민의 선택은 NLD의 대승으로 이어졌다. 이후 선거 부정 논란을 일으키며 쿠데타를 감행했다.

미얀마는 대통령을 국민투표(직선제)가 아닌 의회에서 간선으로 선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총선 패배는 야당에 치명적인 권력 상실을 의미한다. 쿠데타가 이뤄진 이날은 총선 이후 첫 국회 개회일이었다. 군부 세력은 지난 두 차례 총선에서 연달아 패배했음에도 군부 시절 제정된 헌법에 따라 내무·국방·국경경비 등 3개 치안 부처 수장을 맡으며 권력을 유지해 왔다. 이 과정에서 수지 국가고문은 2015년 총선 승리에도 외국인과 결혼한 이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대통령에 오르지 못해 국가고문으로서 불완전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수지 국가고문은 1945년 미얀마 독립영웅인 아웅산 장군의 딸로, 미얀마 민주화 운동에 온 인생을 바쳤다. 군부에 의해 15년간 가택연금 상태로 민주화 투쟁을 계속했고, 1991년 그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마침내 2015년 11월 총선에서 압승하며 미얀마에 문민정부의 출현을 알렸지만 5년 만에 또다시 군부에 의해 권력을 잃고 강제 구금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국제사회는 이날 기습 쿠데타를 일제히 비난하며 정부 인사들의 석방과 비상사태 해제 등 민주주의 시스템의 정상화를 촉구했다.

[이재철 기자 /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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