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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김학의 '성접대' 의혹

김학의가 공수처 1호 사건? "文정부 공익신고 잔혹사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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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19년 3월 22일 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인천공항에서 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긴급 출국 금지돼 공항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이 과정이 법무부와 검찰의 서류·기록 조작 등에 의한 불법적 출금이란 공직 제보가 있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JTBC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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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1호 사건’ 후보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출금) 사건이 급부상하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5일 공수처 이첩을 거론한 데 이어 국민권익위원회가 26일 공수처 수사 의뢰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법무부가 공익 신고자 고발가능성을 내비친 걸 두고 문재인 정부의 신고자 잔혹사가 재현되는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 공수처 1호 사건 되나



권익위는 이날 “이번 사건의 공수처 수사 의뢰 여부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며 “조사 결과 신고 내용이 고위 공직자 부패 혐의로 형사처벌을 위한 수사 및 공소제기의 필요성이 있을 경우 공수처 등에 고발, 수사 의뢰할 수 있다”며 설명했다.

박 장관 후보자도 전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학의 사건은 검사 대상 수사이니 공수처로 이첩해야 하지 않느냐’는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공수처법에 의하면 현재 상태에서 이첩하는 것이 옳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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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성 논란이 불거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21일 과천정부청사에서 법무부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이 든 박스를 들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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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수원지검 형사3부(이정섭 부장)가 법무부 압수 수색을 하는 등 본격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2019년 3월 23일 김 전 차관의 긴급 출금을 요청한 대검 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와 이를 사후 승인한 차규근 본부장 등 법무부 출입국 직원들이 1차 조사 대상이다.

이규원 검사의 경우 공수처법 제25조가 '다른 수사기관이 (공수처 검사 이외)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사건을 수사처에 이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법률상 공수처가 일반 검사의 범죄 수사를 맡게 돼 있다.

법조계에선 아직 공수처가 준비가 안 된 데다, 사건을 맡을 경우 정치적 논란에 휘말려 출범 취지를 퇴색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김진욱 공수처장만 임명되고 차장·검사·수사관 한 명 없는 공수처로 사건을 넘기겠다는 건 수사하지 않고 방치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며 “야당의 비토권까지 없애며 출범한 공수처가 정권에 부담되는 사건을 뭉개고 부실 수사하면 시작부터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규근 "고발 검토"에 공익신고자 “수사로 당황해 자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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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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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는 이날 “이 사건 공익신고자가 최근 신고자 보호 신청을 했다”며 "신고 내용이 공익 침해 행위나 부패 행위가 맞는지, 신고자가 불이익을 받았는지 여부를 따져볼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고 대상 중 한 명인 차 본부장이 전날 라디오에서 “(신고자가) 검찰 관계자로 의심된다. 수사 관련자가 민감한 수사 기록을 통째로 특정 정당에 넘기는 것은 공무상 기밀유출 죄”라며 “고발을 검토 중”이라고 말한 데 따른 대응이다.

차 본부장은 이날 추가로 “출금 관련 절차적 불법 논란은 제기하면서 공무상 기록을 특정 정당에 유출한 행위의 절차적 불법에 대해선 어느 언론도 관심을 안 가지는 것은 모순”이라며 "균형감 있게 수사하라고 촉구하는 의미에서 ‘고발 검토’를 언급한 것으로 향후 수사팀의 수사 의지를 지켜본 후 판단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에 공익신고자는 중앙일보에 “차 본부장 등 (법무부) 출입국 공무원들은 최근 수사로 많이 당황해 여러 자충수를 두고 있는 것 같다”며 “여러모로 반박하고 싶지만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그는 "신고서에 일부 증거자료를 사본해 제출했을 뿐 2000쪽 분량의 수사기록을 통째 넘긴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신고자 "'나쁜 김학의'만 예외로 하자엔 동의 못 해"



신고자는 지난 20일 권익위 2차 신고서에서 “이번 사건이 ‘한국판 미란다 사건’이라는 분들도 있다”며 “아무리 나쁜 잘못을 저지른 죄인이라도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적법절차에 따라 수사와 재판을 한 후 처벌해야 진정한 법치국가”라고 신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쁜 김학의’ 사건만은 법치와 적법절차의 예외로 인정하자는 견해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반면 박범계 후보자는 25일 인사청문회에서 “이 사건의 본질은 절차적 정의냐 실체적 정의냐는 문제인데 (김학의를) 검찰이 말하는 절차적 정의의 표본으로 삼는 것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며 정반대 주장을 폈다.



文 "신고자 보호" 약속했지만 줄줄이 불이익·형사처벌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공익신고자 잔혹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문 대통령은 2012년과 2017년 대선 땐 “공익신고자를 더 잘 보호하는 체계적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 출범 후 공익신고자들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

기획재정부 적자 국채 발행 시도 논란을 폭로한 신재민 전 사무관과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을 폭로한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신 전 사무관은 공익신고자로 인정받지 못한 채 기재부를 떠났다. 김 전 수사관은 공익신고자로 인정 받았지만 보호 조치 대상으로는 인정받지 못했다. 김 전 수사관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돼 최근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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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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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법무부와 검찰의 조직적 국기 문란 사건의 제보자를 공익신고자로 보호해주지 않으면 공익신고 제도 자체의 근간이 무너질 것”이라며 “사건 연루자들은 적반하장 할 것이 아니라 진상 규명과 수사에 협조하는 것이 올바른 처신일 것”이라고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불법 절차에 관여해 직무를 유기하고 직권을 남용한 당사자가 되레 제보자를 고발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며 “공익신고자 보호를 국정과제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신고자를 겁박하는 상황이 자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광우·정유진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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