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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2020 미국 대선

트럼프 엄호 속'빨간 약 택하라'던 머스크, 바이든 지지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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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캘리포니아 공장 닫으라던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갈등 "파시스트"

트럼프 "공장 열어야" 엄호 뒤 공장 가동

"빨간 약 택하라"며 공화당 지지 표명도

헤럴드경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한 행사장에서 레드카펫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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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미 전기차 업체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로서 세계 최고 부호 반열에 오른 일론 머스크가 과거의 정치색을 접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돕겠다고 선언했다. 사업체를 지키기 위한 고육책인지, 정치적 소신의 변화인지 주목된다.

머스크는 25일(현지시간)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새 행정부가 기후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에 매우 흥분된다"며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새 행정부에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팀은 바이든 대통령이 참여시키는 많은 사람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 행정부의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의 미래에 매우 낙관적"이라며 "현실에 안주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새 정부와 함께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데 호기를 맞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포춘은 "공화당에 상당한 기부금을 낸 행보 등을 고려할 때 머스크의 좌파적인 바이든 행정부 지지는 다소 놀랍다"고 평가했다.

과거 머스크의 친공화당 행보는 민주당 소속 의원들을 화나게 할 정도였다. 돌연 바이든 정부를 지지하고 나선 그에게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의혹을 살 정도다.

지난해 5월 17일 머스크는 트위터에 "빨간 알약을 택하라"는 글을 올렸다. '빨간 알약'이란 1999년 개봉한 영화 '매트릭스'에서 나온 영화적 장치로, 이후 '빨간 알약을 택한다'는 표현은 정치적으로 각성해 보수 진영(공화당) 쪽으로 옮겨갔다는 의미로 쓰인다. 공화당의 상징색이 빨간색이다.

머스크가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공화당이라고 선언한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는 "택했다"(Taken)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를 본 매트릭스의 감독 릴리 워쇼스키는 "두 사람 다 엿 먹으라"(Fu** both of you)라고 일갈했다.

머스크가 이렇게 공화당 지지 의사를 노골적으로 밝힌 배경에는 미 민주당 측과의 갈등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다 카운티 소재 테슬라 프리몬트 공장이 지난해 3월 가동 중단되면서 생산에 차질을 빚자, 머스크는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재택'(Stay at home) 정책을 파시스트적이라고 맹비난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민주당 소속이다.

주정부가 5월 8일 일부 소매점 영업 재개를 허용했지만, 공장 재가동에 대해서는 불허하자 머스크는 또 반발했다. 1만1000여명이 근무하는 테슬라 공장에서 감염 위험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지만, 머스크는 공장 이전을 거론하며 주정부를 압박했다. 민주당 소속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 로레나 곤잘레스는 트위터에 공개적으로 머스크를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이 순간 머스크 엄호에 나선 게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로 "캘리포니아는 당장 테슬라 공장을 열게 해야 한다"며 글을 올렸고, 머스크는 "감사하다"는 댓글로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글을 올린 지 나흘 만인 5월 16일 머스크는 공장 재개 소식을 발표했다. 그리고 다음 날 '빨간 알약을 택하라'는 의미심장한 글까지 남긴 것이다.

그렇다고 머스크가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자라고 하기는 애매하다. 그는 지난 2016년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맞붙은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을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 스스로도 "반인 민주당, 반은 공화당, 사회적으로는 자유주의, 경제적으로는 보수주의" 등의 표현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민주당 성향을 보였던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 정권 당시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또한 2018년 연방정부 자료에 따르면, 머스크는 트럼프 취임 이후 공화당 정치행동위원회(PAC) 주요 기부자로 자리매김했다.

머스크는 PAC에 3만8900달러(4288만원)를 기부해 상위 기부자 50명 안에 들었다.

하지만 당시 그는 정치적 성향 논란을 의식한 듯 "나는 어떤 정당의 최고 기부자가 아니다"라며 "나는 독립적이고 정치적으로 온건한 사람으로 평가되며,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에 기부했다"고 빠져나갔다.

머스크의 테슬라는 2020년 최고의 주가를 올려 지난 7일자로 세계 최고 부자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 초 순자산 270억달러(29조7675억원)였던 그는 불과 1년 만에 테슬라 주가가 폭등하며 블룸버그 집계 순자산 1885억달러(207조8589억원)로 세계 1위 부자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의 1870억달러(206조2049억원)를 15억달러 차이로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블룸버그는 머스크의 순자산이 1년 만에 1500억 달러(약 163조 8000억원) 이상 증가한 것은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라고 전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는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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