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숙 전 성균관대 교수
“1% 권력자가 만든 시스템 바꿔야”
2004년부터 12년간 성대에서 가르쳐온 남 전 교수는 미투를 폭로한 해(2015년)에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지난해 10월 이를 부당해고로 판단한 1심 판결이 나왔지만 남 전 교수는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는 ‘과거의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는 미투 이후의 현실을 토로했다.
6년여에 걸친 ‘미투(MeToo) 재판’에서 승소한 남정숙 전 성균관대 교수. 김상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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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피해는 어느 정도 회복됐나.
A : “재판 결과만 놓고 본다면 난 혜택 받은 1%다. 그러나 나 역시 피해 회복은 요원하다. 부당해고를 법원이 인정해주면 학교로 돌아갈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가해자나 학교 측의 사과도 없을뿐더러 학교는 마지못해 복직을 제안하면서도 굴욕적인 경감 조건을 내세울 뿐이다.”
Q : ‘해피 엔딩’이 아닌 이유는?
A : “미투 피해자들이 간절히 원하는 건 가해자 처벌과 ‘일상으로의 회복’이다. 그러나 가해자 또는 가해자가 몸담고 있던 조직은 피해자가 되돌아갈 자리를 없애버리는 식으로 보복한다. 결국 복직 과정 자체가 또 다른 투쟁의 시작이다.”
Q : 승소 후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A : “미투 운동이 급속히 퍼진 이유는 그동안 말 못했던 피해 여성들의 공감과 전 국민의 분노 때문이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마음의 공감’은 일으켰으나 ‘시스템의 공감’은 여전히 부재하다. 시스템을 만드는 건 결국 1% 권력자들이기 때문이다.”
Q :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A : “시스템을 바꾸는 건 결국 정치의 문제다. 미투 운동 당시 여성단체와 여성 국회의원들과 많이 접촉했는데 미투를 단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모습에 크게 실망했다.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투는 결국 약자에 대한 인권 문제다. 피해자들이 제 목소리를 내고 사회가 이를 보호해주고 복귀를 도울 수 있도록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남 전 교수는 인터뷰가 끝날 무렵 “눈길을 걸어갈 때 어지럽게 걷지 말기를. 오늘 내가 걸어간 길이 훗날 다른 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라는 서산대사의 시구 ‘답설가(踏雪歌)’를 거론했다.
한편, 성대는 1심 결과에 불복해 항소했다. 성대 측은 “복직 논의는 현재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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