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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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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가 전기차의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모두 날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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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증가로 하루 4만배럴 석유소비 감소 효과

20% 연료 더 쓰는 SUV 비중 늘어나며 모두 상쇄


한겨레

자동차 시장 침체 속에서도 덩치 큰 SUV 시장은 꾸준히 커지고 있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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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성장 곡선이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더욱 가팔라졌다.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덕분이다.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300만대를 넘어섰다. 경기 침체를 딛고 2019년 226만대보다 43%나 늘어난 324만대가 팔렸다. 코로나 여파로 자동차 전체 시장이 20% 줄어든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실적이다.

정체 양상을 보이는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와 함께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또 다른 차종이 있다. 실내 공간이 더 넓고 힘이 좋은 SUV(스포츠실용차)다. 선진국의 레저 인구와 개발도상국의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갈수록 인기가 치솟고 있다. 중국 등 개도국에선 SUV가 성공한 사람의 징표로 인식되기도 한다. 제조업체들이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값이 비싼 SUV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전기차가 이룬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SUV(스포츠실용차)가 허공에 다 날려버렸다고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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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 판매 비중 42%...2010년 17%에서 2.5배 껑충
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SUV를 제외한 내연기관차 판매량은 2019년 5천만대에서 4천만대로 약 1천만대 감소했다. 이에 따라 석유 소비는 지난해 10%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하루 평균 180만배럴에 해당하는 양이다. 자동차 판매량과 운행거리가 함께 줄어든 영향이다.

그러나 SUV 시장은 사정이 달랐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판매량은 10%(300만대) 줄었지만, 판매 비중은 2019년보다 3%포인트 높아졌다. 자동차 구입 고객의 42%가 덩치가 큰 SUV를 선택했다. 2010년 17%의 2.5배다. 한국에서도 국내 완성차 5개사가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한 SUV는 61만6천대로 사상 처음 60만대를 넘어섰다. 판매량이 15% 늘었고, 전체 승용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5%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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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산업 맞먹는 SUV 배출량…10년새 3배
에너지기구는 연비가 갈수록 좋아지고는 있지만 SUV의 온실가스 총 배출량은 전체적으로 약 0.5%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전기차 증가로 인한 석유 소비 감소량(하루 4만배럴)을 완전히 상쇄해버렸다고 기구는 밝혔다.

현재 전 세계에서 운행 중인 SUV는 2억8천만대를 웃돈다. 2010년 5천만대가 채 안됐던 것과 비교하면 10년 새 거의 5배가 늘어났다. 배출량은 약 3배 늘었다. 지난해 전 세계 SUV의 석유 소비량은 하루 550만배럴이었다. 오늘날 SUV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해운을 포함한 전체 해양산업의 배출량과 비슷한 규모가 됐다.

SUV는 평균적으로 중형 승용차보다 km당 에너지 소비량이 20% 더 많다. 소형 SUV를 선호하는 유럽에선 약 10%, 대형 SUV가 많은 미국에선 약 30% 더 많은 연료를 소비한다.

지난 10년 사이 전 세계 내연기관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거의 3억5천만톤 줄었다. 연비 개선과 전기차 전환 덕분이다. 그러나 SUV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5억톤 이상 늘었다. 이는 전기차가 크게 늘었어도 결과적으로 전체 자동차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감소하지 않았다는 걸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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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SUV 모델도 100종이 넘게 나왔다. 사진은 현대차 코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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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작고 효율 높은 자동차로 전환해야
에너지기구는 전 세계가 파리기후협정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SUV에서 전기 SUV가 차지하는 비중이 2030년까지 30% 이상으로 높아져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판매 비중은 3%에 불과하다. 그러나 전기 SUV로 바꾸는 것이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전기 SUV에는 훨씬 더 많은 용량의 배터리가 필요하고, 전기 소비량도 일반 전기차보다 더 많기 때문이다. SUV 배터리 전기를 재생 에너지에서 얻지 않는 한 결과적으로 온실가스를 더 배출하게 된다.

국제에너지기구의 에너지 모델러 아포스톨로스 페트로풀로스(Apostolos Petropoulos)는 최근 발표한 논평에서 “소비자들이 더 작고 효율적인 자동차를 선택하도록 설득 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동차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핵심 축은 전기차 및 소형차로의 전환과 연비 향상"이라며 "더 크고 덜 효율적인 자동차에 대한 인기는 이러한 전환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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