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입당하라는 건 정치 도의상 해선 안될 말
야당 문제 많은 건 모두 알지만 이 정부 너무 무능
김종인, 2016년 총선 때 ‘국보위 발언’ 화낼 만해
금태섭, 2012년 대선 때 ‘의사결정 그룹’ 못 들어
국민 통합 목적 위한 이명박·박근혜 사면에는 동의
이재명 ‘전국민 재난지원금’은 경제 상식이 없는 것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8일 오전 국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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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자신을 비롯해 오세훈·나경원·금태섭 등 야권의 모든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들이 모여 ‘누가 후보가 돼도 승복하겠다’는 대국민 서약을 하자고 제안했다. 안 대표는 18일 국회 국민의당 대표실에서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에서 중요한 건 단일후보가 된 사람이 서로 다른 지지자들로부터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야권 후보들이 당과 관계없이 무소속도 참여해 ‘우리는 같은 목적을 가진 동료니까, 포지티브 정책 경쟁을 하겠다’고 선언하자”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인터뷰 다음날인 19일 기자회견에선 한 발 더 나가 “국민의힘 경선 플랫폼을 야권 전체에 개방해달라”며 모든 야권 후보들이 참여하는 ‘원샷 경선’을 제안했다.
안 대표의 잇단 단일화 제안은 국민의힘이 독자적인 후보 경선에 들어가기 전에 자신이 주도할 수 있는 단일화의 판을 깔기 위한 승부수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안 대표와의 단일화보다 내부 경선을 통한 당 후보 선출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내부 경선 과정을 통해 국민의힘 최종 후보에게 지지율이 결집되면, 단일화 경선에서 안 대표를 누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안 대표로선 여론조사 지지율이 가장 높은 현시점에서 단일화 경선이 이뤄지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국민의힘 후보 등록 마감일인 21일 전에 개방형 단일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단일화가 안 돼 3자 구도가 돼도 국민의힘 후보가 이길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안 대표의 제안이 먹힐지는 미지수다.
안 대표는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과 금태섭 전 의원 등 정치 입문 시절 인연을 맺었던 인사들이 최근 자신을 비판한 데 대해 ‘과거의 오해 탓’이라며 당시 앙금이 맺힌 상황을 상세히 털어놨다.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떨어지고 독일로 가서 달리기를 시작하고 책도 냈다. 지금도 달리고 있나?
“어제도 10㎞ 뛰었다. 제가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달리기로 굉장히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래서 한 사람이라도 더 알리면 좋겠다고 그 책을 썼다. 그 책 보고 뛰기 시작한 분이 생각보다 많다.”
―기록은 많이 향상됐나?
“귀국해선 풀코스 마라톤은 코로나 때문에 못 뛰었다. 최근 소규모 대회에서 하프 코스를 1시간46분에 뛰었다. 전 원래 이 악물고 참는 것은 잘한다.”
―그동안 국민의힘 계열 정당을 보수·수구로 규정하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과 단일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정치를 한 지 8년 반 정도 됐다. 한번도 중도정치, 실용정치 입장에서 바뀐 적이 없다. 정책의 방향 자체도 <안철수의 생각>을 쓴 이래로 변하지 않았다. 저는 늘 권력을 가진 정부·여당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보고, 잘못하면 비판하는 입장이었다. 지금 야당이 문제가 많다는 건 모두가 안다. 그러나 그렇다고 정부·여당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건 맞지 않다. 이 정부가 너무나 무능하다. 국민의 삶을 개선시켜야 하는데, 부동산 정책처럼 완전히 반대되는 정책을 고집하지 않나. 무엇보다 도덕적 가치관이나 기준을 흔드는 건 처음 보는 일이다. ‘진보 정부’가 아니라 ‘퇴보 정부’다. 그걸 견제하고자 함이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이 안 대표가 내세워온 ‘새정치’와 맞냐는 질문이 나온다. 처음 생각했던 새정치와 지금 차이가 있나?
“똑같다. 2012년 상반기쯤 한국 정치의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생각해봤다. 제일 실망했던 것이 사익 추구 정치, 부패 정치였다. 두번째는 패거리 정치다. 옳으냐 그르냐가 아니라 내 편이나 네 편이냐가 기준이다. 세번째가 왕처럼 군림하는 정치다. 그 대안으로 공익 봉사 정치, 실용 정치, 섬기는 정치를 생각하고, 압축적으로 새정치라고 했다. 그 기준에 대면 여당, 야당 다 부족함이 많다. 제가 어려운 제3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민의힘은 안 대표가 입당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식적으로 저는 공당의 대표다. 우리 당이 의원 수는 적어도 당원들이 다 있고 지지율이 10% 정도(서울 기준) 나온다. 입당하라는 건 저더러 탈당해서 나오라는 얘긴데, 정치 도의상 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국민의힘은 자체 경선부터 하겠다는 방침이다. 안 대표의 단일화 구상은 뭔가?
“중요한 것이 단일후보가 된 사람이 다른 후보의 지지자들로부터도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지지자도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싫은데 국민의힘도 싫은 사람들이 있다. 이런 분들이 모두 단일후보를 지지해줘야지, 그게 아니면 단일후보를 뽑을 필요가 없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식이 돼야 한다는 건가?
“당연하다. 어떤 방식이든 공정하고 서로의 지지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이면, 누가 뽑히더라도 지지자를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다. 단일화와 관련해 제안을 하나 하려고 한다. 야권에 의사가 있는 후보들이 모두 모여서 당과 관계없이 무소속도 참여해 ‘우리는 누가 당선돼도 승복하겠다’는 대국민 서약을 하고, ‘우리는 같은 목적을 가진 동료니까, 포지티브 정책 경쟁을 하겠다’ 선언하자.”
―국민의힘 말고는 어떤 분들을 염두에 두고 있나?
“국민의당 지지자도 중도 지지자도 있고, 진중권 전 교수 등 합리적 진보세력도 있다. 금태섭 전 의원도 마찬가지고.”
―시점은 언제쯤으로 생각하나?
“대국민 서약은 늦출 필요가 없다.”
―김종인 위원장은 ‘3자 구도가 돼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확고한 것 아닌가?
“전략적인 발언이지 진심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야권이 승리해야 김 위원장께도 더 큰 역할이 주어지리라는 건 본인도 알고 있을 것이다.”
―국민의힘에선 안 대표 지지율 중 상당수는 국민의힘 것이라고 한다.
“누구 거라는 게 있겠나. 국민의힘 지지자의 최대 관심사는 누가 이길 수 있는가일 거다. 그래서 저를 기대하는 것 아닌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야권단일화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 경선플랫폼을 야권 전체에 개방해주십시오"라고 제안하며 야권 승리를 위해 개방형 경선플랫폼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공동취재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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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위원장이 안 대표에 대해 “감이 안 된다” “별의 순간이 지났다”고 했다. 이렇게 저격하는 이유가 뭘까?
“제가 부족한 탓 아니겠나.”
―그게 다인가?
“정치 처음 시작했을 때 인연보다도 지금까지 가장 강하게 대립했던 게 2016년 총선이었다. 그때 김 위원장은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저는 국민의당 대표로 세게 붙었다. 제가 그때 한 발언을 찾아보면 화낼 만하시다.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이야기도 하고. 굉장히 아프셨을 것 같다. 그런데 그건 사감이 아니고 당 대표로서 저의 역할이었다.”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홍준표 의원 등도 만났다. ‘반김종인 연대’를 도모하는 건가?
“새해에 김종인 위원장도 만나 뵀다. 하하.”
―최근 폭탄주도 돌리고 “형님” 소리도 하고 정치를 대하는 자세가 변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사람이 나이 들어서 바뀌나? 제가 평생 가장 오래 했던 게 영업이었다. 벤처기업 시이오(CEO)가 최종 영업 담당자니까. 저는 의사, 아이티(IT) 전문가, 벤처기업가, 서울대 교수로 인맥이 엄청나게 많다. 한때 금융계 원로 한 분 행사를 갔다. 금융계를 좌지우지하는 분들이 거의 참석했다. 제가 명함 돌릴 필요가 없더라. 거의 다 아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정치권에 와보니 저를 사회성 없는 사람처럼 만드는 이미지 조작, 공작을 많이 했다. 새로 온 기자들은 조작된 선입견을 갖고 저를 보면 듣던 것과 다르다, 변했다고 한다. 물론 제가 좀 더 노력하는 부분도 있긴 하다.”
―여러 야권 후보들이 안 대표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했다. 금태섭 전 의원은 “아직 기업가 마인드를 못 버렸다”고 했다.
“아마 이번 출마 선언도 저 혼자 결정한 거라고 한 것 같은데, 사실은 내부적으로 다 의논하고 했다.”
―금 전 의원은 안 대표의 ‘비선 논의’ 구조나 독단적인 결정을 수차 지적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 항상 접하는 문제가 그런 종류의 오해더라. 의사결정 할 때 전원이 다 모여서 하지는 않는다. 정치권에선 특히 모든 사람이 모이면 비밀이 새서 오히려 부작용이 많지 않나. 그래서 의사결정 하는 범위가 있다. 저는 평생을 혼자서 의사결정 한 적은 없다. 신중한 사람이다, 제가. 그러니 그 의사결정 단계에 들어 있는 사람들은 불만이 있을 수가 없다. 그런데 그다음 거기 속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언론에 나오기 전에 알려준다. 그다음에는 아쉽지만,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 추후에 설명하는 그룹이 있다. 그중에 두번째 그룹이 불만이 많다. 나는 중요한데 첫 그룹에 안 들어가니 섭섭한 거다. 금 전 의원이 그때는 두번째 그룹이었다.”
―12월 초까지 서울시장 선거에 절대 안 나간다더니 갑자기 바꾼 게 독단적이란 지적인데?
“권은희, 이태규 현역 의원들과 내부 사람들이 모여서 최종 결정했다. 애초 저는 정권교체가 돼야 정부의 잘못된 정책 방향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년 10월 정도부터 정치권, 언론, 내부에서 굉장히 많은 분들이 야권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면 도저히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득하기 시작했다. 결정적인 건 12월 중순에 세가지 일이 동시에 생겼다. 첫째는 공수처법 개정안 통과다. 의회민주주의가 파괴됐다고 생각했다. 두번째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징계하는 과정 자체가 민주주의 기본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의사 입장에서 제일 분노한 게 백신이었다. 대통령이 모더나 백신 추가 도입한다고 발표한 건, 비유하자면 온라인 쇼핑 할 때 카트에 넣는다고 그 물건을 산 게 아닌데 샀다고 거짓말을 한 거다. 거기서 분노했다.”
―출마 선언에서 원로들의 조언이 있었다고 했다. 어떤 분들인가?
“정치권, 교수님, 언론사 다양한 분들이 있었다.”
―정치 입문 때 가까웠던 조언 그룹 중에는 소원해진 분들이 많다.
“한상진, 최상용 교수님은 여전히 도와주신다. 저와 소원해진 분들은, 첫째는 제가 부족해서다. 그런데 두번째로는 제3당의 길이 험난하다는 이유도 있다. 만약 양당 중 한쪽에 속해서 정치를 했으면, 정치도 쉽게 하고 사람들도 안 떠났을 거다. 주위 분들이 너무 어려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끔 제가 상황을 만든 것 같다.”
―제3당의 길을 걷다 보니 불가피한 일이었다?
“그렇다. 지난 대선과 서울시장 선거에서 20% 정도 받았다. 3당 후보가 역대 선거에서 20% 이상 받은 게 디제이(DJ)와 저밖에 없다더라. 패배는 했지만, 저를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지해주신 분들이 있으니까 부끄럽지는 않다.”
―그런 지지층에 비춰봤을 때도 서울시장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다음 대선에 또 나오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 모든 걸 걸었다. 출마 선언할 때 대선은 포기한다고 분명히 말씀을 드렸다. 또 이번에 부동산 정책 발표할 때 5년 계획을 말씀드렸다. 열심히 해서 인정받고 재선에 도전하겠다는 뜻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8일 오전 국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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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후보로서 안 대표의 강점은 뭔가?
“의사로서, 아이티 전문가로서, 벤처기업가로서, 대학교수로서 다양한 분야에서 제대로 뭔가를 이룬 경험이 있다는 점이다. 정치적 돌파력도 증명됐다. 아무 기반 없이 혼자 창당해서 38석을 만든 것은 3김 이래 제가 처음이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입장은?
“국민 통합을 목적으로 사면을 한다는 건 제가 생각하는 방향과 같다. 중요한 건 국민 통합을 위해서라면 정치인 생각보다 국민들의 동의를 얻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특사야 대통령 권한이지만, 사면위원회를 작동시켜서 국민 동의를 얻는 과정을 거치는 게 좋겠다.”
―사면에 찬성한다는 건지, 전제가 달린 건지 모호하다.
“사면 자체가 국민 통합을 위한 목적이라면 좋은데, 이뿐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국민 통합을 해야 하고. 사면을 선거 직전에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는 거다.”
―통합을 위한 사면엔 찬성이라는 건가?
“그것은 동의할 수 있다.”
―공범인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이나 원세훈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좀 다른 부분 아닌가 싶다. 진짜 국민 통합을 위한 시도인가가 대통령의 여러 선택에서 드러날 수 있겠지.”
―이재명 경기지사가 도민 1인당 10만원씩 보편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어떻게 생각하나?
“재원이 제한돼 있다.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이 아니어서 부채가 늘어나면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그대로 가다 보면 외환위기로 연결된다. 고령화에 성장률도 계속 낮아진다. 옛날 생각으로 빚 많이 내도 괜찮다는 건 경제 상식이 없는 것이다. 또 4차 코로나 확산 사태가 벌어지면 어떡할 건가. 저는 동의가 안 된다. 재난지원금인데, 재난 안 당한 사람한테 지원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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