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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인터뷰]김재남 민주노총 부산본부장 "코로나에 휘청이는 노동자들 지켜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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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코로나19로 양극화 심화·저임금 일자리 증가"

'5인 미만 제외' 중대재해법 "처벌받는 기업주 나올 수 있을 지 의문"

뉴스1

김재남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이 13일 오후 부산 동구 노동복지회관 소회의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1.13/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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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마음이 무겁습니다. 코로나19 고충을 겪고 있는 170만 부산 노동자들의 눈물을 닦아 주겠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쏘아올린 화살은 유독 사회적 약자에게 깊이 박힌다.

올해 1월 취임한 김재남 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본부장은 코로나19로 휘청이는 지역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알리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최근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본래 취지를 잃은 '반쪽짜리' 법안으로 전락했다고 김 본부장은 비판했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가장 보호받아야 할 5인 미만 사업장은 제도권 밖으로 밀려났다는 지적이다.

그에게는 어려움도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따라 집회 및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인원이 제한돼 왔기 때문이다. 지역 노동자들의 고충을 전하기 위한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힘든 요즘이다.

<뉴스1>은 13일 김재남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을 만나 코로나19 타격을 입은 부산지역 노동 현황을 알아봤다.

다음은 김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민주노총 부산본부에 새 본부장으로 선임됐다. 본부장을 맡게 된 소감은.

▶무거운 마음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코로나19 핑계로 일방적인 해고와 구조조정으로 차가운 이 겨울 거리에서 농성하는 조합원들이 많다. 심지어 고용 위기가 전국 광역시 가운데 부산이 가장 심각한 상황인지라 노동자들의 눈물은 마르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은 170만 부산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책임지고 대변하겠다. 모든 노동자가 차별받지 않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코로나19로 인해 부산지역 노동자들이 어떤 처지에 놓여 있나.

▶코로나19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불안정한 고용 형태는 이어지고 취약한 사회안전망이 무너져 버렸다. 특히 부산의 경우 양극화가 확대되고, 불안정한 저임금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의 고용동향 자료에 따르면, 최근 부산의 고용률은 10개월째 하락하고 있다. 전국 광역시 가운데 최하위다. 고용 형태 별로 보면 정규직 노동자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대신 비임금노동자, 임시 일용직 증가가 매우 높게 나타나 불안정한 일자리가 늘어났다. 청년 일자리 역시 최하위권이며, 전국 평균보다 두 배 높은 편이다.

이유를 분석해봤다. 부산은 다른 시도에 비해 서비스업 비중이 높고, 제조업의 타격이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다. 또 중소 영세사업장 비율이 높은 점도 꼽을 수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80%, 50인 미만 사업장은 17%다.

더 큰 문제는 고용 안전망이 열악한 점이다. 부산 고용보험 가입률은 약 66%다. 10명 중 6명의 노동자만 가입돼 있다는 의미이며, 17개 지자체 중 14위를 기록한다. 정부가 지원하는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장벽은 매우 높다. 신청 기준은 고용보험 가입자여야 하지만, 고용보험 가입률도 낮고 고용보험과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대책에서도 계속 제외되고 있다. 결국 부산은 전국 광역시 중 인구대비 기초수급자 비율이 5.7%로 가장 높은 결과를 초래했다.

지방정부 위기에 따른 고용정책 부재도 한몫한다. 서울, 경기도 등과 달리 부산시 고용정책은 고용유지, 사회안전망 구축이 아니라 기업 유치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대책에서 배제된 노동자들의 눈물이 마르지 않고 있다.

뉴스1

김재남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이 13일 오후 부산 동구 노동복지회관 소회의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1.13/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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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단체는 여러 집회에서 ‘전태일 3법’ 제정 목소리를 내왔다. 전태일 3법은 무엇이며 왜 필요한가.

▶전태일 3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적용하는 '근로기준법 개정', 특고노동자 노조할 권리 보장해야 하는 '노조법 개정', 노동자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이다. 아직도 고용보험 미가입자 등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 전태일 3법은 코로나 시대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다. 전태일 3법을 통해 잃어버린 노동자들의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통과됐다.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이 대상에서 빠져 후퇴한 법안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어떻게 보나.

▶코로나19로 작년 한 해 사망한 국민이 1000여명이다. 산업재해로 숨지는 노동자는 한 해에만 무려 2400명에 달한다. 노동자들은 코로나19보다 더 위험한 조건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제외된 5인 미만 사업장은 전체 사업장의 79%다. 재해 비중은 32%나 된다. 그리고 적용 유예된 50인 미만 사업장은 전체사업장의 98%다. 사망자의 61%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건설업의 50인 미만 사업장이 93%를 차지하는데,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다. 5인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을 면제하면 중대재해를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결국 중대 재해는 계속 발생할 것이고 처벌은 어려워질 것이며 죽음은 계속될 것이다.

다수의 사업장이 중대 재해에 대한 책임에서 도망갈 수 있는 법이라면 중대재해처벌법의 본래 취지를 잃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처벌 조항은 죄다 낮추고, 완화하고, 제외하다 보니 이 법으로 과연 처벌을 받는 기업주가 나오기나 할지 의문이다. 우리 국민들은 이러한 법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재개정이 시급하다.

―올해 민주노총 부산본부의 계획 중 대표적인 것을 꼽자면.

▶무엇보다 코로나 타격을 받고 있는 부산지역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코로나19 사태를 넘어 장기적으로 노동 환경을 제대로 구축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을 것이다. 부산지역 노동자들의 불평등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위기라기보단 장기적, 구조적 위기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심각한 고용 대란에 코로나 때문이라고 치부하기엔 지방정부의 책임이 너무 크다. 기업 유치만 추진하는 부실한 고용대책 책임이 있다. 부산에 닥친 전례 없는 이 위기를 최대한 빠르게 극복하기 위해선 관리가 아닌 선제적 조치와 과감한 추진이 필요하다.

민주노총은 지방정부에 요구할 것이다. 해고 없는 부산, 빈틈없는 고용 안전망 구축으로 노동자들이 두 번 눈물 흘리는 일이 없도록 제대로 된 대책 수립을 요구할 것이다.

―임기 내 반드시 이뤄내고자 하는 계획이 있는지.

▶가장 고민이 많이 드는 질문이다. 한진중공업 해고자 김진숙 지도위원 복직과 명예회복은 반드시 임기 내 이뤄낼 것이다. 국가기관인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에서 김 지도위원의 부당해고와 복직 권고 판정을 했다. 국회와 부산시의회에서도 김 지도위원의 복직을 권고했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투병 중인 김진숙 지도위원은 조선소의 푸른색 작업복을 입고 청와대까지 힘겨운 길을 걸어가고 있다. 부당해고 35년이라는 시간은 단순히 한 개인이 살아온 시간이 아니라 과거 국가폭력에 의해 우리의 불행한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살아온 시간이다.

우리는 특혜를 바라지 않는다. 김진숙 노동자 문제를 특정 기업의 노사 간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부당한 국가권력 남용의 문제로 정부가 책임지고 나서 해결해야 한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지역 노동자들을 위해 계속해서 집회를 열어왔다. 힘든 점은 없는 지 솔직한 심정을 듣고 싶다.

▶어려운 상황인 것은 확실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회를 하더라도 50인 미만으로만 진행되고 있다. 집단정리해고에 맞서 대우버스 노동자와 장기간 파업 중인 코레일네트윅스 사업장이 있다. 이같이 장기간 파업을 하는 데도 지지 집회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또 중대재해법 등 노동 현안 문제점을 부산시민들에게 알리고 싶지만, 지금은 유인물 전달하기도 쉽지 않다. 답답한 상황이다.

―코로나에 신음하고 있는 지역 노동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코로나는 올해도 지속될 것 같다.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자신의 권리를 지켜내기 어렵다. 2016년 '촛불항쟁'도 그랬듯 행동하면 일자리를 지키고 사회를 바꿔낼 수 있다. 노동자 여러분 코로나19로 인한 차별과 불평등의 사회가 아닌, 이윤이 우선이 아닌, 마음 편하게 일할 권리가 보장되는 평등한 사회를 민주노총과 함께 만들어나가길 희망한다.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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