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서 확정되면 실제 탄핵되는 첫 대통령
참모 “트럼프는 지금 자기연민 모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 도착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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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원에서 두 번 탄핵소추’라는 전무후무할 오명을 안고 퇴장하게 됐다. 그의 4년 폭주는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로 통제 불능으로 치닫다가 지난 6일(현지시각) 지지자들의 연방 의사당 난입 사태로 정점을 찍은 뒤 급전직하했다.
트럼프는 13일 하원에서 2019년 12월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이어 두 번 째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이날 자정까지 직접적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대신 백악관 트위터 계정에 5분 분량의 영상을 올려, 의사당 폭력 사태를 비난했다. 그는 “폭도들의 폭력은 내가 믿고 우리 운동이 지지하는 모든 것에 반한다”며 “진정한 나의 지지자는 정치적 폭력을 지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에 앞서 하원에서 탄핵안 표결 전 토론이 진행되는 시간에도 성명을 내어, 오는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폭력 사태 우려가 나오는 데 대해 “어떤 종류의 폭력이나 위법행위, 공공기물 파손도 있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의도적으로 ‘탄핵’을 입에 올리지 않으며 외면하는 모습이다. 백악관의 한 참모는 “트럼프가 자기연민 모드에 있다”고 말했다고 <시엔엔>(CNN) 방송이 전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가 측근 등에 대한 사면을 또 단행해 탄핵에서 주제를 돌리려 할 것이라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상원에서도 탄핵이 가결되면 트럼프는 미 역사상 최종 탄핵을 당하는 첫 대통령이 된다. 이 경우, 전직 대통령에게 제공되는 수십만 달러의 연금과 경호 혜택을 못 받는다. 상원에서 탄핵과 동시에 별도의 표결로 트럼프를 향후 공직에서 배제하면 2024년 대선 재출마의 길도 원천봉쇄된다.
하지만 임기 4년 안에 하원에서 두 차례나 탄핵소추당했다는 것만으로도 트럼프는 상당한 불명예를 뒤집어 썼다. 이날 하원 표결에 공화당 의원 10명도 참여해 ‘초당적 탄핵소추’라는 낙인까지 찍혔다. 트럼프의 공화당 장악력이 전보다 약해질 것은 분명하다. 백인 중하층 등의 단단한 지지를 바탕으로 퇴임 뒤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려던 그로서는 큰 상처를 안고 백악관을 뜨게 된 것이다.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의 손실이 드러난다. <폴리티코>와 모닝컨설트가 의사당 점거 사태 뒤인 지난 8~11일 실시한 조사에서 트럼프 국정수행 지지율은 4년간 최저치인 34%로 나타났다. 63%가 그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탈은 공화당원과 무당층에서 두드러졌다. 공화당원이 트럼프 지지율은 12월 83%에서 이번에 75%로 떨어졌다. 무당층의 지지는 같은 기간 38%에서 29%로 내려갔다. 공화당원 가운데 트럼프의 2024년 대선 출마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42%로, 지난해 11월 54%에서 12%포인트 떨어졌다.
하지만 트럼프의 그늘이 쉽게 걷히지 않는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화당 하원의원 211명 중 10명이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은, 의사당 폭력 사태의 심각성에 견줘 적다고 볼 수도 있다. 트럼프가 ‘피해자’를 자처하며 지지층을 묶어두려할 가능성도 높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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