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수 공익신고서 보니
이종근이 직접 출입국본부 찾아
“그 보좌관 문제 생길까 엄청 지시
위법이고 나발이고 안 놓쳐 다행
장관님 금일봉 줄 듯” 단톡방 대화
김학의 출국금지 문서 조작 의혹 연루 인물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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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입수한 106쪽 국민권익위원회 공익신고서에는 법무부 출입국관리본부 직원들이 당시 법무부 윗선과 대응책을 논의한 대화가 생생하게 담겼다. 이 내용 중에는 당시 박 장관과 장관 정책보좌관이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 있다. 한 직원은 24일 “장관실에서 직접 연락이 와서 (출금) 규제 시간, 규제 조회 여부 등을 서울 정보화센터에서 출근해 대응하고 있다고 인천공항 정보관리과 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라고 알렸다. 장관실이 대응에 나섰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날 새벽 0시10분 인천공항에서 김학의 전 차관의 출국을 막은 뒤 언론의 위법 논란 보도와 관련해 낮 12시 정책보좌관이 직접 출입국본부를 방문해 개입한 정황도 발견됐다. 대화 중에는 “그 정책보좌관 (중략) 계속 와서 얘기하는데 대응법 알려주셨음 하는데 검찰에 피해갈까 봐. 자기네 문제 생길까 봐. 엄청 지시한다”는 내용이 있다.
당시 장관 정책보좌관은 이종근 현 대검 형사부장이다. 김 전 차관의 출국 정보를 무단 조회한 혐의 등으로 국민의힘이 법무부를 고발한 사건이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3부(부장 김제성)에 배당됐는데, 대검 형사부장은 이 수사 내용을 보고받고 지휘하는 자리다.
이날 오후 직원들 단톡방에서는 언론에 김 전 차관 출금에 대한 위법성 논란보다 출금을 저지한 성과에 대한 내용들이 부각되자 “ㅋㅋㅋ 장관님이 금일봉 줄 듯” “위법성 논란이고 나발이고 놓쳤으면 간담이 서늘한데요” “진짜 나갔으면 우리가 다 뒤집어쓸 뻔” 등 글들이 이어졌다.
법무부 직원들이 긴급 출금요청서가 허위로 작성됐음을 인지했다는 대목도 있다. 대검 진상조사단 소속 이모 검사 명의의 긴급 출금요청서가 접수됐던 3월 23일 0시8분, 당시 출입국 직원은 “중앙지검이 아니에요. 양식도 관인도 (없어) 어뜩(어떡)하죠”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 검사가 두 번째 법무부 장관 승인요청서 공문을 보낸 것에 대해서도 한 직원은 “요청서가 인공이고!!”라고 적었다. 애초 출금 요청 자체가 허위라는 걸 알았다는 것이다. 이 직원은 긴급 출금요청서에 적힌 2013년 서울중앙지검 무혐의 사건번호 대신 나중에 이 검사가 승인요청서에 적어 보낸 ‘동부지검 2019년 내사 1호’란 사건번호로 출입국 전산 기록을 바꿨다. 내부에서 위법성을 검토하자 수정한 것인데, 이 사건번호도 존재하지 않는 가짜였다.
한편 당시 대검 기획조정부 A과장과 반부패부 B과장도 개입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대검 연구관들에 따르면 A과장은 김 전 차관이 출국을 위해 인천공항에 나타난 2019년 3월 22일 늦은 밤 당시 대검 기획조정부 연구관들에게 전화해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출금) 요청을 해주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지만 거절당했다. 검찰 관계자는 “긴급 출금은 검경 등 수사권이 있는 수사기관만 할 수 있고, 출금 요청은 기관장 권한이지 검사 개인의 권한이 아니라는 점을 근거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야 한다는 차원의 거부였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금이 이뤄졌고, 이후 적법성 논란이 일자 B과장이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이번에도 “과거사조사단의 위법한 출금을 수습하라는 지시 자체가 위법하다”며 연구관들이 반발했다.
이에 이성윤 반부패부장이 서울동부지검 고위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결재권자인 한찬식 당시 서울동부지검장 모르게 내사번호가 부여됐다는 사실을 통보했고, “동부지검이 내사번호 부여를 추인하는 것으로 해 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다가 동부지검이 이를 거부했다는 의혹도 있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12일 오후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긴급 출국금지 및 사후 승인을 요청한 과거사 진상조사단 소속 검사는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 발령을 받은 ‘수사기관’에 해당하므로 내사 및 내사번호 부여, 긴급 출국금지 요청 권한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문서에 동부지검장의 서명이 들어가 있지 않은 이유에 대한 해명은 없었다. 법무부는 “중대 혐의를 받고 있던 전직 고위 공무원이 심야에 국외도피를 목전에 둔 급박하고도 불가피한 사정을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고도 설명했다.
정유진·강광우·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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