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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김학의 '성접대' 의혹

대검 간부도 ‘김학의 불법출금' 지시... 검사들 “위법”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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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관련 대검 진상조사단 검사의 공문서 조작과 이성윤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의 은폐 개입 의혹 등이 제기된 가운데, 당시 진상조사단이 대검을 통해 김 전 차관 긴급 출국금지를 시도했다가 “위법한 절차”라는 이유로 거부당하자, 이후 관련 서류를 조작하거나 은폐하려고 시도한 정황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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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왼쪽)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 2019년 3월 23일 긴급 출국 금지 조치로 태국행 비행기에 오르지 못하자 선글라스와 목도리로 얼굴을 가리고 인천공항을 빠져나오고 있다./JTBC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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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기조부에 김학의 출금 요청했다가 “위법 절차” 거부당해

1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차관이 태국 방콕행 비행기를 타려다 긴급출금으로 무산된 2019년 3월 22~23일 진상조사단 측은 우선 대검 기획조정부를 통해 출국금지를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관이 인천공항에 도착한 이후였던 22일 오후 11시쯤 대검 기조부 소속 김태훈 정책기획과장(현 법무부 검찰과장)이 기조부 A연구관에게 연락해 “김 전 차관 출금요청을 해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A연구관이 “출국금지는 수사부서에서 요청하는 것인데 기조부가 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거부했고, 다른 기조부 연구관도 “위법”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고 한다. 김태훈 검찰과장은 ‘출금 지시 여부’ 등에 대한 본지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후 23일 0시 8분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에는 대검 기조부가 아닌 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의 긴급출금 요청서가 접수됐다. 그런데 당시 요청서에는 김씨가 과거 ‘무혐의’ 결정을 받은 서울중앙지검 사건번호가 기록돼 있었다. 긴급출금 용도로 쓰일 수 없는 사건번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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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연합뉴스


◇무혐의 사건번호로 출금…수습 나선 대검 반부패부

‘가짜’ 사건번호 이후에 ‘가짜’ 내사번호도 등장했다. 현행법상 수사기관은 긴급출금 요청서를 접수해 대상자를 출금조치한 후 6시간 이내에 승인요청서를 법무부에 내야 한다. 그런데 이규원 검사가 23일 새벽 제출한 이 승인요청서에는 앞서 쓰인 서울중앙지검 사건번호가 아닌 ‘서울동부지검 2019년 내사 1호’라는 내사번호가 쓰였는데, 이 내사번호는 존재하지 않는 가짜였고 승인요청서에는 당시 동부지검장의 관인도 없었다.

이후 긴급출금 사태 수습에는 대검 반부패강력부가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오전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 소속 B과장이 기조부 한 연구관에게 전화해 “김 전 차관 출국금지가 됐는데, 이후 후속조치(승인)를 기조부에서 도와주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기조부는 “그런 조치는 위법하고 기조부 소관 업무도 아니다. 반부패부가 왜 기조부에 그런 지시를 하느냐”고 거부했다고 한다.

기조부가 후속조치를 거부하자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었던 이성윤 현 서울중앙지검장이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검장이 당시 동부지검 고위관계자에게 연락해 “동부지검에서 사후승인한 것으로 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규원 검사의 ‘가짜 내사번호’가 문제될 것을 인지하고 동부지검에 정식 내사번호로 전산입력하는 식으로 무마하려 한 정황이다. 당시 동부지검 관계자는 “우리가 내사한 사건도 아닌데 그런 식으로 처리할 수 없어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 지검장은 이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편, 김 전 차관 출국금지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23일 이후 진상조사단 이규원 검사는 기조부 A연구관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기조부 연구관들 사이에서는 “전화받으면 문제 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고, A연구관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진상조사단 이규원 검사, 대검 기조부, 대검 반부패강력부 사이 오간 일련의 과정은 문찬석 당시 대검 기조부장에게는 뒤늦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 기조부장은 당시 연구관들에게 “모든 과정을 기록해 놓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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