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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김학의 '성접대' 의혹

가짜 사건번호 파문···법무부·대검 '김학의 불법 출금'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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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文 "명운 걸라" 닷새 만 김학의 긴급 출금

알고 보니 '무혐의' 사건, 존재 않는 사건 근거로 위법

제보자, 증빙 자료 포함해 국민권익위 공익신고 접수

야당 "민간인 사찰 및 불법 출국금지 의혹 특검해야"

법무부와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이 2019년 3월 23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가짜 사건번호가 적힌 허위 공문으로 불법적으로 출국금지했다는 공익신고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검찰이 2013년, 2014년 두 차례 무혐의 처분한 '김학의 별장 성접대 의혹'의 진실을 밝히겠다던 당시 진상조사단이 적법 절차를 위반해 출국을 막았다는 게 신고의 골자다.

이는 공교롭게도 문재인 대통령이 같은 달 18일 "진실을 밝히는 데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을 걸라"고 지시한 지 닷새 뒤 벌어진 일이었다.

중앙일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출국 금지 과정에서 법무부 등이 '가짜 사건번호'가 담긴 서류를 활용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억대 뇌물과 성접대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 전 차관이 지난해 10월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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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혐의 사건번호로 출국금지→존재 않는 사건번호로 사후 승인



11일 중앙일보 취재한 공익신고서에 따르면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파견 이모(43) 검사가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청에 했던 긴급 출국금지 요청 자체가 출입국관리법과 시행령을 위반한 불법 행위였다고 한다. 김 전 차관은 과거사진상조사의 참고인일 뿐 당시 검찰 등 어떤 수사기관에도 범죄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긴급 출국금지는 출입국관리법상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 징역이나 금고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범죄 피의자로서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있을 때 할 수 있는 조치다.

그런데 김 전 차관은 2019년 3월 23일 오전 0시 20분 인천공항발 태국 방콕행 비행기를 타려고 전날 밤 10시 48분 출국 심사를 마친 뒤 탑승동으로 이동했다. 그는 출국 10분 전 23일 0시 10분 공항 출입국청 직원들로부터 출국금지 사실을 통지받고 탑승을 제지당했다. 당시 진상조사단 소속 이 검사가 2분 전 0시 8분 전산으로 긴급 출국금지 요청을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검사가 긴급 출금 요청의 근거로 적은 사건번호 ‘서울중앙지검 2013년 형제 65889호’가 김 전 차관이 2013년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은 성폭력 혐의 사건번호였다는 점이다. 긴급 출국금지 사유가 될 수 없는 사건을 근거로 출국을 막은 셈이다.

중앙일보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모 검사가 2019년 3월 22일과 이튿날인 3월 23일 작성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긴급 출입금지 요청서와 법무부 장관 승인 요청서. 이 검사는 긴급 출입금지 요청서엔 김 전 차관이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은 서울중앙지검 2013년 사건번호를, 승인 요청서에선 존재하지 않는 서울동부지검 2019년 내사1호란 사건번호를 적었다.[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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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신고서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을 출금 조치한 뒤 6시간 이내 법무부 장관에 제출한 긴급 출입금지 승인 요청서에 기재한 사건도 역시 허위였다. 이 검사는 승인 요청서에는 무혐의 사건 대신 ‘2019년 내사 1호’라는 서울동부지검의 새로운 내사사건 번호를 적었다. 하지만 당시 서울동부지검 내사 1호란 사건 자체가 없었다. 같은 해 5월 30일에 내사 1호 사건번호가 처음 생성됐는데 김학의 전 차관과는 전혀 별개의 입찰방해 사건이었다는 게 신고 내용이다.



애초 과거사위 파견 검사, 수사권 없어 출금 권한도 없었다



이 과정에서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김 전 차관을 출국을 금지한 당일 오전 동부지검 고위 관계자에게 전화해 “(내사 번호 생성을) 동부지검이 추인한 거로 해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애초에 이 검사가 당시 수사권이 없는 과거사조사단 파견 신분이어서 자신에게 출국금지 권한이 없다는 점을 알면서도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 요청을 했다는 것도 의혹의 대상이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김 전 차관이 진상조사단 공개 소환에 불응한 직후여서 조사단에 출국금지 권한이 없다는 게 이미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며 "이 검사도 법적 권한을 대검찰청에 문의해 '진상조사 결과 발표나 수사의뢰 없이 출금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또 긴급 출금 요청은 수사기관의 장인 서울중앙지검장이나 서울동부지검장이 법무부 장관에 요청하게 돼 있지만, 이 검사는 결재를 받지 않고 본인 서명만으로 김 전 차관을 출국 금지했다. 법적 권한도 없는 사람이 적법 절차도 밟지 않고 허위 공문으로 민간인의 여행의 자유를 제한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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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수수 및 성접대 혐의를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무죄를 선고받아 22일 오후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나서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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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정보 177회 열람…이택진 땐 "수사기관 요청없이 불가능"



또 민간인 신분인 김 전 차관의 출입국 기록을 당시 법무부 출입국관리본부 소속 직원들이 177차례에 걸쳐 불법 조회했다는 의혹도 신고서에는 담겼다. 개인정보인 출입국 전산 기록을 대규모로 무단 조회한 건 민간인 불법사찰에 해당한다는 내용이다. 신고서에 따르면 출입국심사과 직원 세 명은 2019년 3월 19일 오전 9시 12분부터 김 전 차관이 출국을 시도한 당일인 같은 달 22일 오후 11시 50분까지 177회에 걸쳐 김 전 차관의 출국 및 출국금지 조치 여부관련 정보를 열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법무부 직원 3명은 2019년 4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법무부 내부 감찰을 받았다. 김 전 차관의 출입국 정보를 외부로 유출했는지에 대한 조사였다. 신고자는 신고서를 통해 “당시 법무부 감찰조사는 개인정보를 김학의 측에 유출한 사실만을 감찰했다”며 “민간인 사찰행위와 이 과정에서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행위 등에 대해서는 전혀 감찰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법무부의 177차례 출입국 조회를 거친 김학의 전 차관 긴급 출금은 이혁진 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에 대한 늑장 출금과도 대비된다. 이 전 대표는 2018년 3월 22일 베트남으로 출국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전 대표 출국 다음 날인 3월 23일에야 그를 출국금지했다. 이 전 대표는 김 전 차관과 달리 당시 횡령·탈세 등 5가지 혐의로 검찰 피의자 신분이었다.

법무부는 지난해 늑장 출금 논란에 대해 "이혁진 전 대표의 출국금지 여부는 수사기관의 의뢰가 없으면 확인할 수도 없다"며 "수사기관 의뢰가 없으면 출입국 기록은 조회도 하면 안 된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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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달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별장 성접대 의혹' 등으로 기소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법무부의 불법사찰 의혹 공익제보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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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서는 이 검사와 출입국본부 직원 외에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등 당시 지휘라인도 배임·공익침해 혐의 피신고인으로 함께 고발했다.

국민권익위의 공익신고 조사와 별도로 검찰도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야당인 국민의 힘이 지난달 8일 공익제보 내용을 대검찰청에 수사의뢰한 데 따라 법무부가 있는 정부과천청사 관할인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수사 중이다.



법무부·대검찰청·서울중앙지검, 위법에 일제 '침묵'



야당은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사찰 및 출국금지 논란과 관련해 특별검사 도입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2년 전 김학의 전 법무차관에 대한 법무부의 긴급 출금 때 중대한 위법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불법과 부정이 자행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의혹 장본인인 이 검사는 물론 연루된 법무부와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은 일제히 침묵했다. 세 기관은 이번 의혹 관련 입장을 묻는 중앙일보의 질문에 “밝힐 입장이 없다”고만 말했다. 이 검사의 긴급 출국금지를 사후 추인해달라고 요청한 의혹과 관련한 당사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당시 동부지검 고위 관계자, 이 검사 등도 중앙일보의 해명 요청에 답을 하지 않았다.

김 전 차관은 이후 진상조사단의 수사의뢰로 검찰의 재수사를 받았으며 지난해 10월 항소심에서 별장 성접대 의혹과는 별도 뇌물 혐의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하남현‧강광우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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