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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이슈 트럼프 탄핵 정국

트럼프 탄핵안 월요일 발의…SNS에선 이미 퇴출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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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민주당, 12일(한국시각) 트럼프 탄핵안 발의

트럼프 퇴임 전에 실제 탄핵은 불가능할 듯

트럼프 불명예 퇴진 부각하고 손발 묶기

트위터·페이스북 트럼프 계정 영구정지

바이든 “취임식에 트럼프 불참은 잘된 일”


한겨레

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인근에 쳐진 바리케이트에 반트럼프 깃발이 세워져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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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각) 지지자들의 워싱턴 연방 의사당 난입이라는 초유의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은 물론 기업들로부터도 거센 퇴진 압박과 배척에 마주했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업체가 그의 계정을 영구 정지하고 보수적 경제인들도 거리를 두는 현상을 두고 <액시오스>는 9일 “트럼프가 캔슬(버림)당했다”고 표현했다.

트럼프 축출 논의가 가장 활발한 곳은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이다. 테드 리우 등 3명의 민주당 의원은 의사당 난입과 관련한 ‘반란 선동’과 대선 불복을 이유로 트럼프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11일 발의할 예정이다. 앞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지난 7일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내각 과반의 찬성으로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한 수정헌법 제25조를 즉시 발동하지 않으면 트럼프 탄핵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에 대한 탄핵 시도는 2018년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이후 두 번째다. 트럼프가 탄핵되면 그는 2024년 대선 등 공직 출마를 할 수가 없다.

하지만 트럼프가 임기(1월20일 정오)까지 남은 열흘 사이에 실제로 탄핵될 가능성은 낮다. 탄핵하려면 하원의 과반, 상원의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다. 민주당이 과반인 하원은 통과할 수 있어도, 상원까지 통과하려면 공화당 50명 중 17명이 동참해야 한다. 공화당 상원의원 가운데 트럼프 탄핵을 검토해보겠다고 밝힌 이는 벤 세스 의원 한명 뿐이고, 지도부와 다수 의원들은 탄핵에 반대한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은 8일 같은 당 의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휴회 중인 상원은 오는 19일까지는 실질적 업무를 위해 재소집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9일 이전에 안건을 처리하려면 상원의원 100명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퇴임 뒤에도 의회의 탄핵 심판은 계속할 수 있지만, 공화당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그런 나쁜 출발을 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로이 블런트 상원의원)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탄핵 추진은 바이든 차기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부담이라는 주장이다. 바이든은 지난 8일 “(탄핵은) 의회가 결정할 일”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탄핵을 꺼내든 것은 트럼프의 ‘불명예 퇴장’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그의 손발을 최대한 묶어두려는 의도로 보인다. 펠로시는 지난 8일 마크 밀리 합참의장과 통화하고 트럼프가 전쟁 개시나 핵 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동료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밝혔다. 펠로시는 “고삐 풀린 대통령 상황은 더할 수 없이 위험하다”며 “우리는 우리나라와 민주주의에 대한 트럼프의 균형 잃은 공격으로부터 미국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남은 열흘 사이에 벌일 돌발행동에 대한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트럼프 곁을 지켜온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지난 6일 의회의 바이든 당선 인증 절차를 진행하면서 트럼프와 갈라섰고,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믹 멀베이니 북아일랜드 특사, 일레인 차오 교통장관 등 행정부 고위 인사들이 줄줄이 사표를 던졌다.

트럼프의 선동·분열 정치를 방조한다는 비판을 들어온 소셜미디어 업체들도 의사당 난입 사건 이후 일제히 강경하게 돌아섰다. 트위터는 트럼프가 추가적으로 폭력을 조장할 위험이 있다며 지난 8일 그의 계정을 영구적으로 정지시켰다. 8800만여명의 트위터 팔로어를 지닌 트럼프로서는 퇴임 뒤에도 써먹을 수 있는 강력한 정치적 메가폰을 빼앗긴 것이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스냅챗 등도 트럼프 계정을 막았다. 애플과 구글은 보수층이 주로 사용하는 소셜미디어인 팔러(Parler)를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에서 뺐다.

보수적 경제인도 트럼프와 거리를 뒀다. 페이팔 공동창업자로 트럼프 지지자인 벤처투자자 피터 틸은 의사당 난입 사태 관련해 침묵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보수적 통상 정책을 지지하는 전미제조업자협회(NAM)도 이번 사태를 트럼프가 부추겼다고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트럼프는 의사당 난입 사태 뒤 뒤늦게 “순조로운 정권 이양”을 약속하면서도 오는 20일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 불참하겠다고 밝히는 등 여전히 대선 패배를 깔끔하게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바이든은 트럼프의 취임식 불참에 대해 “그와 내가 동의하는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라며 “그가 불참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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