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 법원 “반인권 범죄는 주권면제 예외”… 내주 이용수 할머니 소송도 영향
◇관계 개선 노력 원점으로
이번 위안부 판결로 최근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물밑에서 진행되던 노력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일 관계는 2018년 10월 대법원의 일제 강제 징용 배상 판결 이후 악화일로였다. 일본의 수출 규제, 한국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일시 정지 등 보복성 조치가 이어지며 파탄 직전까지 갔다. 일본은 “징용 문제 해결 없이는 정상회담도 없다”는 통보까지 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기류가 미묘하게 바뀌었다. 문재인 정부는 도쿄올림픽을 활용해 ‘평창’ 때와 같은 평화 이벤트를 구상하고 있고, 일본도 올림픽 성공을 위해 한국 협조가 필요하다. 목적은 다르지만 양국 관계를 이대로 방치하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다는 것이다. 양국 대사의 동시 교체가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강창일 주일 대사는 이날 공식 임명됐고,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 대사 내정자도 이달 중 부임할 예정이다.
남관표 주일대사 초치 - 8일 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 직후 일본 외무성에 초치된 남관표 주일 대사. /교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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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판결은 이처럼 미묘한 시점에 나왔다. 이번 판결은 다음 주 다른 피해자들 2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사법부의 판결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면서 위안부 문제를 풀 방법이 마땅치 않아 고민이 깊다.
◇지지율 반전 위해 ‘강공’ 가능성
최근 양국 지도자의 지지율이 하락 국면이라는 것도 관계 개선을 더 어렵게 할 요인이 될 수 있다. 한·일 과거사 문제는 국민 감정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다. 이 때문에 양국 정부 모두 ‘타협’보다는 ‘강공’이 국내 정치적으로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문재인 정부 국정 수행 지지율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있고, 스가 정부도 코로나 대응 실패 등으로 출범 석 달 만에 지지율이 30%포인트 급락해 사퇴 전망까지 거론되고 있다. 박철희 서울대 교수는 “양국 정권이 국민의 불만을 밖으로 돌리려 한·일 관계에 강경하게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향후 절차는 어떻게 되나
일본 정부는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도 거부한다”고 밝혔다. 우리 법원의 판결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항소를 안 하면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다. 이 경우 소송에서 이긴 위안부 피해자들은 국내 일본 정부의 자산에 대한 압류 신청을 하게 된다. 이른바 ‘강제 집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측이 법원의 ‘강제 집행’ 추진에 항고 등의 방식으로 이의를 제기하면 실제 배상금을 받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또 이번 위안부 사건의 압류 대상은 일본 기업이 아닌 일본 정부의 자산이라 압류가 더 까다로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국제법 전문가는 “빈 협약 22조는 ‘각국 정부는 외국 공관의 안녕을 방해하는 걸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할 책무를 갖는다’고 돼 있다”며 “일본 자산 압류 중 상당수가 ‘일본 공관의 안녕 방해’로 해석될 소지도 있다”고 했다. 교도통신은 “(한국이) 일본 정부의 자산 압류에 나설 경우 일본의 보복 조치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임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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