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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

[단독] 정인이 동네부터…자치구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인원 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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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관련 일러스트.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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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정인이 사건’으로 아동학대 사건에 관심이 커졌지만 정작 사건이 발생한 서울시 양천구를 비롯해 은평구·서대문구·영등포구가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정부 권고 인원조차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부터 전담 공무원제도를 도입했음에도 담당 인력을 확충하지 못해, 사각지대 발생의 우려가 나온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은 총 61명으로 구별로 1~5명꼴로 나타났다.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은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이 시행된 10월부터 각 시·군·구에 배치됐다. 이들은 아동학대 24시간 신고접수와 조사 기능을 담당한다.

법 개정 전에는 각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이 업무를 했다. 개정법 시행 전인 지난해 정인이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가 경찰에 세 차례(5·6·9월) 접수됐지만 관할 지자체인 양천구는 정인양이 숨진 지난해 10월 13일에야 처음으로 사건을 통보받은 이유다.

위탁기관인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지자체로 업무를 넘겨 공공성을 강화했지만 법 개정 이후에도 인력 부족 등으로 실효성이 낮다는 현장 목소리가 높다.



연간 학대 신고 100건 넘는데 전담공무원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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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치구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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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이 1명인 곳은 종로구·중구·서대문구·마포구·양천구·관악구 등 6곳이다. 행정안전부는 연간 아동학대 신고 건수 50건당 전담공무원 1명이라는 보건복지부 목표를 기준으로 아동학대 건수와 지자체 상황에 따라 지자체에 매년 권고 인원을 통보한다.

하지만 정부 권고에도 50건당 1명이라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 하는 곳이 상당하다. 전담공무원이 1명인 6개 구 가운데 2019년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50건 미만인 곳은 중구(30건)뿐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25개 구 가운데 은평구·서대문구·양천구·영등포구는 권고 인원 미달 상태다. 이 지역 권고 인원은 각각 6명·3명·2명·3명이지만 4일 기준 현 인원은 5명·1명·1명·2명으로 1~2명씩 적다.

지난 2019년 서울시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3571건이다. 이 수치로 추산해보면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1명당 59건의 신고 건을 처리하는 셈이다. 최근 아동학대 신고 접수가 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전담 공무원의 일손 부족 상황은 더 가중될 가능성도 있다.

양천구는 전담공무원이 1명이지만 2019년 연간 신고 건수가 193건, 2020년 1~9월 신고 건수가 175건에 달한다. 정부 권고대로라면 전담 공무원이 4명 가량 배치되어야 한다.



2주간 온라인 교육, 현장실습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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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내 청년자치기구 청년의힘 공동대표인 김병욱 의원과 황보승희 의원이 지난달 30일 국회 소통관에서 아동의 훈육 빙자 폭력 방지 대책을 촉구하며 '16개월 정인이법(아동학대 방지 관련 4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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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치구 관계자 A씨는 “복지부가 아동학대 현장조사를 2인 1조로 하라면서 최소 3명을 전담공무원으로 두라 했는데 현실은 다르다”며 “업무는 넘어왔는데 거기에 맞는 인력이나 예산 지원은 미흡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치구 관계자 B씨 역시 “일반 행정 업무를 하던 공무원이 2주 동안 온라인 교육, 현장실습을 받고 신고 1건에 대해서 아동, 행위자, 주변인을 다 확인해야 하는데 1명이 할 수 있는 업무량이 아니다”라며 “조사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50건당 1명이라는 기준도 부족하다고 했다.



지자체 “1월 인원 충원 예정, 정부 지원 필요”



해당 지자체들은 “기존 하던 업무가 있으니 당장 이동이 어려운 데다 새로 뽑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1월 중 전담 인력을 추가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인원 배치가 어려워지고 채용 절차가 늦어졌다는 곳도 있었다.

양천구 측은 “사회복지직 공무원이어야 하는데 코로나 사태로 인력이 부족했고 인사 이동 일정도 고려해야 했다”며 “그동안 아동보호전문기관 인력 3명이 조사를 도왔으며 이번주 구 자체 전담인원을 3명으로 늘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B씨는 “공무원 근무시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인데 신고접수는 24시간 받고 있어 새벽, 야간, 공휴일에도 불려 나간다. 어디서든 또다른 정인이 사건이 생기지 말란 법이 없다”며 “제도적 틀을 갖추려면 중앙정부가 인건비를 지원해 현실적으로 인력을 충원해달라”고 주장했다.

생후 7개월 무렵 양부모에게 입양돼 약 9개월 후 숨진 정인양의 사망 사건으로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양부모의 첫 재판은 오는 13일 열린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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