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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디지털결제 민간에 다 내줄라"…각국 앞다퉈 가상화폐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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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build 디지털금융 ④ ◆

매일경제

중국 선전시에 위치한 그랜드 하얏트 호텔 식당에 중국 인민은행 디지털 화폐 결제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E-CNY` 표지가 붙어 있다. 한 고객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탑재된 디지털 화폐로 결제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우리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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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위안화로 결제할게요."

마트에서 음료수를 하나 고른 뒤 스마트폰에서 인민은행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켰다. 앱 속 디지털 지갑에는 200위안(약 3만3000원)이 담겨 있다. 화면을 누르니 바코드와 QR코드가 나온다. 마트 직원이 스캐너로 QR코드를 읽히자 앱에 '결제 완료' 표시와 함께 결제액·잔액이 떴다. 중국 관영방송 CGTN 유튜브에 나온 중국인들이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인 '디지털 화폐 전자결제(DCEP)'를 사용하는 모습이다.

중국 선전시와 인민은행이 지난 10월 시민 5만명에게 개인별로 디지털 화폐 200위안을 뿌렸다. 디지털 화폐란 중앙은행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발행한 법정 화폐다. 1000원·1만원 같은 화폐가 디지털 지갑에 들어간 것이다. 선전시가 단 하루 신청을 받았는데 새로운 화폐 추첨에 응모한 사람만 191만3847명에 달했다. 당첨 확률은 2.6%에 불과했다.

선택받은 사람들은 선전시 뤄후구에 있는 상업시설 3389곳에서 디지털 화폐를 사용할 수 있다. 인민은행은 연말 대규모 세일 행사인 '쌍십이절'(12월 12일)에도 추첨을 통해 쑤저우 시민에게 디지털 위안화를 무료로 나눠줬다. 세계 최초로 소액결제에서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실험이 이뤄진 것이다.

중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 중앙은행 머릿속에 '디지털 화폐'가 자리 잡고 있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자유롭게 움직이고 각종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은 디지털 화폐의 장점이다. 각국 중앙은행 속내를 들여다보면 글로벌 기업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몸부림으로 읽힌다. 글로벌 기업이 지급결제 시장에 진출하면서 중앙은행 지위도 위협받고 있다. 페이스북은 내년 스테이블 코인 '디엠(Diem)'을 출시한다.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 등 법정 화폐와 연동된 가상화폐다. 예컨대 '1디엠=1달러' 가치를 지닌다. 당초 페이스북은 달러·유로·파운드·엔화 등과 연동한 글로벌 스테이블 코인 리브라를 선보이려 했다. 하지만 법정 화폐를 위협한다는 각국 정부 반대로 무산됐다.

글로벌 신용카드사 비자(VISA)도 이르면 내년 스테이블 코인 'USDC'로 결제하는 법인용 신용카드를 내놓는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상용화도 잠재 위협 요소다. 페이팔은 이르면 내년부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비트코인 캐시, 라이트코인 등 가상화폐 4개로 전 세계 가맹점 2600만곳에서 결제할 수 있게 한다. 이용자가 물건을 구매하고 가상화폐로 결제하면 페이팔이 실시간 환율로 가상화폐를 달러로 바꿔 판매자에게 전달한다.

디지털 화폐의 강점은 국경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용 절감은 덤이다. 디지털 화폐는 화폐를 만들고 보관하는 데 드는 모든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온라인으로 거래 내역을 보관해 불법 거래 등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보는 것도 장점이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디지털 화폐를 실험하는 국가다. 인민은행이 시중은행을 통해 고객(개인·법인)에게 화폐를 유통하는 방식이다. 개인이나 기업이 시중은행에 위안화를 내고 이를 디지털 화폐로 교환한다.

중국의 디지털 화폐 실험에는 '달러 패권주의'를 뛰어넘으려는 의도도 숨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 2분기 말 기준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은 61.3%다. 위안화는 2%로 미미하다. 미국 경제 매거진 포천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국가)와 개발도상국에서 디지털 위안화 사용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최초로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면 다른 국가도 중국의 선례를 따를 가능성이 큰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민간기업으로 짜인 모바일 결제시장을 정부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으로도 분석한다. 중국 모바일 결제시장에서 알리바바와 텐센트 점유율은 약 94%에 이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디지털 위안화가 상용화되면 시중은행도 빠르고 간단한 전자결제 서비스가 가능해 알리바바·텐센트와 경쟁하기 쉬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중앙은행(Fed) 역시 내부적으로 디지털 달러화를 검토하고 있다. 미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이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협업해 가상 디지털 화폐 개발에 들어갔다. 유럽 국가에서는 스웨덴 중앙은행이 최초로 디지털 화폐인 'e-크로나'를 실험하고 내년에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 스웨덴은 2030년까지 종이 화폐를 없애는 게 목표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자체 '디지털 유로화' 발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은행 또한 내년에 디지털 화폐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한다.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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