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변창흠 후보자. 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은 28일 다시 열린다. 오종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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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28일 다시 논의한다. 더불어민주당은 “결격 사유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임명 강행 시 사법처리 절차로 가겠다”(24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고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상습 체납에 대한 청문회 위증 논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재임시 지인들을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 등과 관련해 당 차원에서 고발 조치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국회 국토위원 30명 중 18명을 차지하는 민주당은 마음만 먹으면 청문보고서를 다시 단독 채택할 수 있다. 채택 요건이 재적의원 과반 출석 및 과반수 찬성이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채택이 불발돼도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변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동의 없이 임명한 26번째 장관급 인사가 된다. 그간 23명은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상태에서 임명을 강행했고, 2명에 대해선 민주당이 단독으로 보고서를 채택했다.
야당 동의없이 임명된 문재인 정부 장관급 25명.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일방적인 장관 임명은 2017년 6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김 전 위원장 부인의 교사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하며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했지만, 문 대통령은 임명장을 수여했다. 그해 강경화 외교부장관, 송영무 국방부장관 등이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줄줄이 임명됐고, 올해 추미애 법무부장관 임명도 같은 방식이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이인영 통일부장관 청문보고서는 지난 7월 미래통합당 정보위·외통위 소속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민주당 단독으로 채택했다. 21대 국회 거여(민주당 174석)의 등장으로 모든 상임위에서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게 되면서 청문보고서 채택 불발 가능성이 사라졌다. 25명의 장관급 임명 강행은 장관 인사청문회 대상이 장관급으로 확대된 노무현 정부(2005년 7월)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이전엔 노무현 정부 3명, 이명박 정부 17명, 박근혜 정부 10명이었다. 국민의힘의 한 3선 의원은 “두 보수 정권의 임명 강행을 합친 수준으로, 문 대통령의 독선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임명 강행은 문재인 정부 내내 반복됐지만 정치권에선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 여론이 심상치 않아서다. 문 대통령이 재가한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처분은 서울행정법원의 집행정지 신청 인용으로 역풍을 불렀고, 최근 코로나19 백신 늑장 확보 논란이 불거졌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30%대까지 떨어지며 하락세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 경기 화성시 LH 임대주택 100만호 기념단지인 동탄 공공임대주택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인 변창흠 LH사장과 함께 '살고 싶은 임대주택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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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부동산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책 기조의 계승자인 변 후보자가 각종 논란을 야기한 점도 정부의 부담을 키웠다는 평가다. 변 후보자는 4년 전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가 사망한 비정규직 노동자 김모군에 대해 “본인의 부주의 때문”이라는 취지로 말해 구설에 올랐고, 과태료 상습 체납 의혹, 장녀의 미국 예일대 진학과 관련한 ‘아빠찬스’ 의혹 등으로 청문회에서 곤욕을 치렀다.
게다가 변 후보자가 2006년 카드 대출을 받아 서울 방배동 아파트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매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동산 정책 능력도 의심스럽다”(국민의힘 관계자)는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4일 정의당도 변 후보자가 부적격이라는 당론을 채택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변 후보자 임명마저 강행하면 윤 총장 징계 무산으로 시작된 문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국토교통위 소속 의원들은 내일 오전 청문보고서 채택을 논의하기 직전 “문 대통령이 직접 변 후보자를 지명 철회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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